• 입안을 즐겁게 하는 이탈리아 음식…마음까지 상쾌하게 만든 신선한 와인

    입력 : 2014.06.27 11:12:25

  • 사진설명
    이태원에 ‘고사소요’라는 꽤 괜찮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있다는 얘기가 귀에 들어왔다. 날씨도 덥고 해서 칸티나 칭퀘떼레의 화이트 와인을 들고 찾아갔다. 칸티나 칭퀘떼레는 이탈리아의 유명 관광지인 칭퀘떼레 지역에 있는 협동조합 같은 와이너리다. 밭의 경사가 너무 급해 모노레일을 타고 다니며 포도를 수확해야 하는 곳이지만 이곳에만 있는 포도인 ‘보스코’와 ‘알바롤라’는 세계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고사소요는 오래된 건물의 슬라브와 골조를 그대로 드러내도록 인테리어를 했는데 저녁이 되자 허름한 골목집 발코니에 앉아 있는 느낌을 줬다. 이승규 셰프는 와인에 맞춰 ‘관자 토르텔리’와 ‘숭어 카르토치오’를 준비했다.

    먼저 칭퀘떼레를 땄다. 마개를 열자 잔에 따르기도 전에 우아한 아로마가 피어올라 코를 찔렀다. 강렬한 열대과일과 꽃, 꿀의 느낌이 어우러진 그윽한 아로마가 금세 실내에 가득 찼다.

    와인에 매칭한 요리는 이탈리아식 만두라고 할 수 있는 토르텔리였다.

    관자와 흑호새우(블랙타이거슈림프)로 만든 토르텔리에 크림수프(홀스래디쉬를 넣은 컬리플라워 퓨레)를 얹어냈는데 한 입 베무니 고소하면서도 살짝 달콤한 맛이 났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게 보통 솜씨가 아니었다. 관자와 새우로 만들었다는데 관자도 새우도 아닌 제3의 맛으로 입을 즐겁게 했다. 잘 알려진 재료로 어떻게 전혀 다른 맛을 낼 수 있을까. 감미롭되 달지는 않고 새우가 들어가 구수하지만 그 맛이 결코 튀지 않아 다른 재료들과 부드럽게 조화를 이룬 게 신기했다.

    뇨끼
    뇨끼
    고사소요의 김형석 대표는 “관자와 새우는 시장을 돌면서 직접 먹어보고 맛있는 것만 골라서 사다 쓰고 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좋은 음식은 와인을 곁들여야 제맛이 나는 법. 칭퀘떼레를 한 모금 머금었다. 산도가 높아 신선한 풍미가 아주 시원하게 다가와서 입안을 개운하게 씻어줬다. 살짝 달콤하되 너무 달지 않고 지중해 와인 특유의 따뜻한 느낌까지 살아 있어 우아한 기분이 들게 하는 복합적인 풍미다.

    기분 좋게 두 번째 요리인 ‘숭어 카르토치오’ 순서로 넘어갔다. 남해 숭어와 염장한 숭어알, 새우, 모시조개 등에 화이트와인 소스를 곁들여 쪄냈다고 했다.

    그런데 접시에 담긴 요리는 비닐 같은 것으로 꽁꽁 쌓여 있었다. 이승규 셰프는 향이 날아가지 않게 싸서 찌는데 비닐이 아니라 (carta fata라는) 유산지를 사용하고 있다며 포장을 뜯었다.

    순간 허브 냄새가 실린 구수한 향이 와인 아로마와 함께 다가왔다. ‘이 냄새에 취해 이 요리를 찾는 사람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질과 숙주나물 등을 넣어 찌는 과정에서 나온 국물은 잘 끓인 지리처럼 시원한 맛을 내 해장을 하면서 와인을 즐기는 느낌이 들게 했다. 향신료와 와인의 향이 밴 숭어살도 부드럽게 넘어갔다. 고명으로 얹은 숭어알은 짭짜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으로 음식의 복합미를 높여줬다. 여기에 곁들인 새우 역시 매우 부드러운 맛으로 다른 재료들과 조화를 이뤘다.

    새우 요리인데 새우 특유의 향이 튀지 않고 다른 재료와 조화를 이루는 게 궁금했다. 김형석 대표는 “마음에 드는 새우를 구하려고 거래처를 네 번이나 바꿨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한마디로 좋은 재료가 좋은 맛의 첫 번째 비결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와인인 ‘칭퀘떼레 코스타 데 캄푸’를 땄다. 약간 드라이한 와인인데 산도가 높아 신선한 데다 화이트와인이면서도 살짝 버블까지 올라왔다.

    덕분에 해산물 요리를 먹은 뒤지만 입안을 말끔하게 씻어줘 개운한 느낌으로 다음 음식을 기다리게 했다.

    흥이 올라 이 집의 별미 가운데 하나인 ‘뇨끼’를 주문했다. 뇨끼는 이탈리아식 수제비라고도 할 수 있는 요리인데 이 집의 뇨끼는 특히 눈부터 즐겁게 했다. 접시를 수놓은 듯한 파스텔톤 색상의 요리는 한 폭의 서양화처럼 화사했다. 루꼴라와 단호박으로 만든 뇨끼는 구수하면서도 달콤한 맛으로 입안을 즐겁게 했다.

    ‘칭퀘떼레 코스타 데 캄푸’는 다시 한 번 입안을 깨끗이 정돈해 주며 멋지게 조화를 이뤘다.

    고사소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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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 높은 선비가 거닐다’라는 뜻을 가진 프렌치-이탈리안 스타일 레스토랑이다. 완당 김정희는 같은 제목(高士逍遙)의 그림을 남기기도 했다. 이름만큼이나 음식 하나하나가 깔끔한데 와인이나 맥주와 함께 즐기기에 좋다. 이태원시장 뒤, 차 한 대가 간신히 빠져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에 자리 잡고 있으니 당연히 주차장은 없다. 인근 유료주차장 또는 용산구청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영업시간은 화~토요일은 오후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요일 점심은 12시부터 4시, 저녁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다. 월요일은 쉰다. (02)790-9144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6호(2014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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