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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트레킹 가이드…나를 돌아보게 하는 장엄한 설산의 유혹
입력 : 2014.06.27 11: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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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지붕으로 꼽히는 히말라야가 지금 한국 트레킹 마니아들의 선망의 여행지로 떠올랐다. 많은 여행자들이 좋은 음식 먹고 좋은 호텔에 머물며 편하게 즐기는 여행을 마다하고 히말라야로 떠난다.
거친 음식을 먹으며,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짧게 잡아도 1주일 길게는 한 달 가까이 걸어야 하는 그곳으로 그들은 왜 가려고 할까.
지난 5월 한 달 가까운 일정으로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온 유현 전 매일경제 사진부장은 “칼라파타르(5550m)의 에베레스트 전망대에 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바라보고 가슴이 미어지도록 벅찬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루 10달러 남짓한 일당을 벌려고 수십 킬로그램의 짐을 메고 그 험한 길을 따라 나서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셰르파들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잘살고 있고, 또 우리가 얼마나 행복에 겨운지를 생각하게 돼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고 했다.
한마디로 위대한 대자연과 그 거친 환경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세가 방문객들로 하여금 저절로 겸손해지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목에 히말라야서 사망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케른이 세워져 있다.
설악산 하나를 사이로 영동과 영서의 강우량이 현격한 차이를 보여 한쪽은 비가 올 때도 다른 쪽은 가뭄을 걱정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히말라야는 산의 앞뒤로 기후까지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그게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을 낳고 형언하기조차 어려운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히말라야 14좌를 모두 오른 한국의 대표적 산악인 김재수 대장은 “훈자에서 낭가파르바트로 가는 길목에 끝이 없을 것처럼 펼쳐진 꽃밭을 걷는 광경을 생각해봐라. 진짜 거짓말 조금 보태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답다”고 했다.
서기석 대표는 “네팔이 지리산이라면 파키스탄은 설악산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산이 좋으면 파키스탄으로 가라. 훈자에 앉아 있으면 7000m 이상의 산들이 쭉 펼쳐져 있다. 거기에 달까지 뜨면 평생 그 광경을 잊지 못한다. 인도의 레 라닥은 또 다른 곳이다. 달 표면 같은 척박한 환경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느끼는 게 아주 많은 곳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사람의 마음을 바꿔놓을 정도로 웅장하고, 또 사람을 홀릴 정도로 아름다운 히말라야는 또 어떤 곳인가.
펀잡 히말라야 북쪽에는 또 다른 8000m급 고봉들이 우뚝 솟아 있다. K2와 브로드피크 가셔브룸 Ⅰ·Ⅱ봉 등이 자리 잡고 있는 카라코람 산맥이다. 카라코람과 펀잡 히말라야 사이에는 인더스 강이 흐르기 때문에 두 산맥은 엄연히 구분된다. 그러나 히말라야가 ‘만년설이 덮인 산’을 뜻한다는 점에서 광역 히말라야에는 카라코람 산맥까지 포함시킨다.
히말라야는 이처럼 동서로 길게 늘어서 있을 뿐 아니라 남북으로도 폭이 150~400km에 달할 정도로 넓다. 그런 만큼 히말라야에는 무수히 많은 트레일이 있고 각각의 트레일 또는 몇 개 트레일을 연결한 트레킹 코스가 개발돼 여행객을 부르고 있다.
네팔의 트레킹 코스 가운데 초보자들이 많이 가는 코스는 수도 카트만두에서 가까운 랑탕 히말라야다. 네팔 최초의 국립공원이 있고 접근성이 좋은 데다 고도가 높지 않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해발 3700m에 마지막 롯지가 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코스는 그림 같은 페와호수와 세계 3대 미봉의 하나인 마차푸차레를 볼 수 있는 포카라에서 시작하는 데다 8일 일정이라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은 편. 특히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나 안나푸르나 라운드 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엔 15일이 소요된다. 트레킹 3일째 텡보체(860m)에 서면 에베레스트와 로체샤르, 세계 3대 미봉으로 꼽히는 아마다블람(어머니의 목걸이) 등이 들어온다. 8일을 걸어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전망대가 있는 칼라파타르에 서면 에베레스트를 비롯해 눕체 로체 푸모리 등 쿰부 히말라야의 장엄한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정을 길게 잡는다면 마칼루 베이스캠프(20일)나 칸첸중가 트레킹(24일)을 다녀올 수도 있다.
인도의 트레킹 코스는 크게 가르왈 히말라야 코스와 히말라야 산맥의 북쪽 최북단인 라닥 코스로 나뉜다. 가르왈 히말라야의 코스로는 강고트리 트레킹이나 난다데비 트레킹이 대표적이다. 펀잡 지방에 속하는 라닥은 최근 떠오르는 트레킹 코스. 옛 라닥 왕국의 중심 레를 기점으로 하는데 8일짜리 잔스칼 트레킹과 17일이 소요되는 마루카 밸리 트레킹이 있다. 5284m의 콩마루 라를 넘는다.
유현 전 매일경제 사진부장 해마다 히말라야를 순례하는 원로 사진기자다. 올해는 5월부터 한 달 동안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한국정통침구학회 교수로 매년 트레킹을 하면서 침·뜸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트레킹 비용은 10명 기준으로 발트로 빙하는 550만~600만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310만~340만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250만~280만원. 인도 마르카 밸리 270만~300만원 선.
트레킹 적기는 언제인가 히말라야는 여름철 벵골만에서 형성된 습하고 더운 공기를 북쪽으로 몰아치는 몬순의 영향을 받는다. 이 공기가 히말라야 산맥에 부딪치면 이 일대에 많은 비를 퍼부어 홍수를 일으키는데 특히 칸첸중가 일대가 대표적인 곳이다.
이 때문에 히말라야 트레킹이나 등반은 몬순 시즌을 피하는 게 관건이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네팔이나 인도 가르왈 히말라야의 트레킹 적기는 3~5월과 9~10월로 꼽는다.
몬순은 히말라야 산맥 남쪽에는 폭우를 퍼붓지만 히말라야 너머엔 푄현상을 일으켜 고온건조한 기후를 만든다. 이 때문에 파키스탄의 카라코람이나 인도의 라닥 지방은 한여름이 트레킹 적기이다. 이 지역의 겨울은 엄청난 추위가 닥치기 때문에 외지인들에겐 고통의 순간이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히말라야 북쪽 카라코람이나 라닥 지방에 아주 이색적인 풍광을 만들어낸다. 특히 라닥 지방은 거의 달 표면을 연상케 할 만큼 삭막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렇지만 그 삭막한 곳에서도 사람은 살아간다. 이런 모습이 이곳 트레킹이 주는 포인트다.
고소적응 훈련과 고소증 방지법
고소증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따뜻한 계절에 트레킹을 하지만 건조하고 낮밤의 기온차가 크기 때문에 특히 머리, 뒷덜미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호흡이 가빠질 때 호흡을 통해 수분이 나가고 피부에서 나가는 수분도 있다. 수분이 빠져나가는 만큼 혈액이 짙어지면 고소가 빨리 올 수 있기에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음식을 먹으면 산소로 태우기 때문에 과식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조금씩 자주 먹고 에너지를 보충할 간식도 조금씩 섭취하는 게 좋다. 한마디로 행동도 천천히 하고 생각도 느긋하게 하며 과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서기석 사장은 고소증을 의학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없다고 한다. 약도 없으니 비아그라 같은 것을 함부로 복용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했다. 자체 해결하는 방법은 하산하는 것.
다만 산소를 투여하거나 기모우백을 사용하는 등 고소증이 생겼을 때 응급조치법이 있기는 하나 궁극적인 방법은 하산하는 것이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고소에 적응해가면서 천천히 가는 게 좋다.
서기석 사장은 다만 머리 아플 땐 아스피린을 권한다고 했다. 아스피린은 진통제 중에서 부작용이 가장 적을 뿐 아니라 스스로도 효과를 본다는 것.
가장 좋은 예방법은 사진을 찍어가며 아주 천천히 걷는 것이라고 했다. 의사들이 권하는 적정한 상승고도는 하루 700m 이내.
고소증이 의심되면 (하산해서) 고도를 내리면 된다. 고소에 적응하고 다시 올라가면 그만이다. 다만 단체 트레킹에선 정해진 일정 때문에 이런 게 쉽지 않다. 그런 만큼 충분한 일정을 갖고 여유 있게 떠나는 개인맞춤형 트레킹이 좋다. 네팔에선 2~3명이 편안한 마음으로 가도 된다. 다만 파키스탄에선 쉽지 않다.
한국 사람들은 가벼운 신발을 선호하지만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난다면 중등산화가 좋다. 조금 무겁지만 발에 주는 피로는 훨씬 덜하다. 다만 길이 잘 든 등산화라야 한다. 새 신보다는 차라리 신던 것이 더 낫다. 옷은 사계절에 맞춰 모두 준비해야 한다.
나에게 맞는 코스는 히말라야 트레킹에선 기본적으로 셰르파(포터)가 짐을 지고 간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가 제일 쉽고 마르카 밸리,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순으로 어려우며, 파키스탄의 발트로빙하가 가장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네팔에선 숙소가 있는 롯지마다 쇼핑이 가능하기 때문에 짐을 줄일 수 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등도 롯지에서 자기 때문에 침낭만 준비하면 된다.
인도의 북부 마르카 밸리에선 마을에서 자거나 텐트에서 자고, 닭도 잡아먹을 수 있다. 그렇지만 포터는 꼭 필요하다.
대조적으로 파키스탄 발트로빙하로 들어서면 잠을 잘 곳이나 쇼핑할 곳이 전혀 없다. 발트로 빙하 트레킹은 24일이 소요되는데 이 가운데 텐트를 치며 걷는 일정이 16일이나 된다. 그만큼 많은 짐을 준비해야 하며 많은 셰르파가 필요하다.
히말라야 트레킹 주의할 점 ① 땀 흘리지 않게, 또 춥지 않게 걸어라
옷을 빨리 입고 또 빨리 벗어야 한다. 체온조절을 잘 해야 완주할 수 있다.
② 함부로 씻지 마라
빙하에 머리를 감으면 고소증이 심해질 수 있으니 트레킹 도중엔 절대 머리를 감지 않는다. 발도 닦지 않는 게 좋다. 체온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다.
③ 잘 때도 모자를 쓰고 자라
짐을 최소화하는 것은 히말라야 트레킹의 제일원칙이다. 기존 문명을 최소화하는 산행이다. 다만 스틱은 잘 사용하면 좋다. 체중 20~25%를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④ 물을 함부로 마시지 마라
물은 갈증이 나기 전에 많이 마셔야 한다. 다만 미네랄워터를 사거나 끓여서 마셔야 한다. 흐르는 물은 전염병보다 짐승 배설물 때문에 설사할 가능성이 있다.
⑤ 혼자 떠나는 것은 금물이다
히말라야 여행은 혼자선 위험하다. 실종 리스크도 있다. 가이드는 반드시 믿을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비상 시 헬기를 띄울 능력을 가진 업체가 좋다.
[정진건 기자 · 사진 유현 전 매일경제 사진부장 · 도움 서기석 유라시아트렉 대표]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6호(2014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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