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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으로 만든 요리 살린 환상적 이탈리아 와인
입력 : 2014.06.20 13: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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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주로도 좋을 것 같아 한 모금을 입에 머금었다. 같은 지역에서 나오는 모스카토보다 미네랄이 풍부해서인지 부드러우면서도 복합적인 풍미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 뒤로 꿀과 열대과일이 어우러진 듯 약간 상큼하면서 달콤한 맛이 길게 남았다.
파올로 데 마리아 셰프는 가비 디 가비에 맞춘 안티파스토(애피타이저)로 ‘로비올라 치즈를 채운 크래커 바스켓과 화이트와인 소스로 조린 생강 리덕션(조림)’을 냈다. 신선한 로비올라 치즈는 크림치즈보다 훨씬 부드러울 뿐 아니라 우아한 느낌을 줬다. 그 위에 살짝 두른, 화이트와인으로 조린 생강 리덕션은 약간의 꿀과 참깨 등과 어우러져 환하면서 살짝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전해줬다.
다시 가비 디 가비를 한 모금 머금었다. 적절한 산도와 복합미를 갖춘 와인 덕에 로비올라 치즈의 맛이 더 풍부해지는 느낌이었다. 또 한 모금을 마시자 입안은 달콤하면서도 신선한 맛으로 가득 찼다.
두 번째는 파스타로, ‘이탈리아 치즈 퐁듀를 곁들인 바르베라 와인 파파델레’가 나왔다. 와인으로 음식의 풍미를 높이는 데 일가견이 있는 파올로 데 마리아 셰프는 바르베라 와인으로 반죽을 했다. 그래서인지 파스타는 더 쫄깃쫄깃했고 씹을 때마다 부드러운 치즈에 바르베라 와인을 곁들인 듯 신선한 향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음식에 맞춰 이탈리아 토착 품종 바르베라로 만든 ‘리베라(Libera)’ 와인을 따랐다. 어린 포도나무에 달린 포도로 담근 리베라는 보르도의 메를로를 연상케 하는 짙은 과일향에 이어 산초와 후추 등의 향신료 향이 다가왔다. 산도가 높아서인지 레드와인이지만 서늘한 느낌이 들 만큼 신선한 게 인상적이었다.
이어 메인 요리인 ‘캐러멜화한 레드와인 소스를 곁들여 저온 조리한 쇠고기 볼살 스테이크’가 나왔다. 와인소스를 넣어 62도에서 16시간 동안 은근히 조렸다는데 한국의 장조림이나 잘 익힌 적보다도 부드럽게 씹혔다. 서양 요리에 자주 나오는 송아지 고기(veal)만큼이나 연한 느낌이라고 할까.
기름기가 쏙 빠져 팍팍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잘 익었지만 간이 짭짤한 한국의 장조림과 달리 고기 특유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고 겉부위에서만 살짝 와인향이 배어나왔다. 한마디로 아주 부드러운 육포를 먹을 때의 맛이 느껴졌다.
메인 요리엔 세계 최고의 악기 이름을 단 와인 ‘스트라디바리오(Stradivario)’를 매칭했다. 오크통에서 오랜 기간 숙성한 와인은 부드럽게 녹아든 타닌이 후추, 산초 등의 풍미와 조화를 이뤘고 그 뒤로 잘 농축된 짙은 과일향이 길게 이어졌다. 같은 바르베라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이처럼 다른 맛으로 다가온다는 게 신기했다.
디저트는 ‘럼 바바’로 불리는 나폴리 전통 디저트와 ‘헤이즐넛 메렝게’. 작은 스펀지 케이크라고 말할 수 있는 럼 바바는 살짝 달콤한 맛에 럼주의 향이 물씬 풍겼다. 헤이즐넛 메렝게는 너트와 크림의 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디저트에 맞춰 바바의 로제타 와인을 땄다. 옅고 밝은 루비색을 띤 와인은 신선한 과일향과 장미향을 풍겼다. 목으로 넘어갈 때 느낌은 아주 부드럽고 달콤했다. 그렇지만 일반 청량음료로는 흉내조차 낼 수 없을 만큼 매우 상큼하면서도 신선한 맛으로 입안을 깔끔하게 씻어줬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5호(2014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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