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나사못 박힌 얼간이는 잊어라

    입력 : 2014.04.25 17: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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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만한 창조주여! 그동안 내가 겪은 세상을, 불행을 그대로 돌려주리라.” 충무아트홀이 개관 10년을 맞이해 제대로 이를 갈았다. 그동안 국내 관객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아 온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에 대항하기 위해 수준 높은 창작 뮤지컬을 선보였다. 해외 수출까지 노리며 전략적으로 국내 영화나 전통사극을 소재로 하지 않고 19세기 영국의 천재 여성작가 메리셸리(Mary Shelley)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원작으로 해 대중성을 높였다. 2년간 인큐베이터에 넣고 성숙 끝에 이 작품은 다년간 국내에서 검증받은 <지킬 앤 하이드>, <잭 더 리퍼>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대중성과 작품성을 갖추게 됐다. 일각에서는 제작비 40억원이라는 블록버스터 예산을 들여 외국소설을 원작으로 창작뮤지컬을 만들었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유수의 명작뮤지컬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몇 배가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그리고 소재의 다양성이 필수적인 장르적 특성을 간과한 것에 불과하다.

    <프랑켄슈타인>은 1910년 J.시얼더둘리 감독의 무성영화 <FRANKENSTEIN>을 시작으로 영화 <가위손> <혹성탈출> 등 다양한 영화에 영향을 미쳤다. 프랑켄슈타인을 소재로 한 뮤지컬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멜브룩스 감독의 영화 <영프랑켄슈타인>(1974)의 내용을 바탕으로 뮤지컬 <Young Frankenstein>이 2007년 시애틀에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세계 각국 다양한 장르로 리메이크된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소재는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어 수출을 위해서는 이만한 신의 한수가 없어 보인다. 작품을 들여다보면 원작과 다른 캐릭터 설정부터 기존의 틀을 깼다. 만화영화 등에 나사못 박힌 파란 괴물로 등장하던 프랑켄슈타인이 매력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인격체로 등장한다. 제한된 무대라는 공간을 극복하기 위해 영화 못지않은 배경세트나 적재적소에 나타나는 멀티미디어 효과 역시 트렌드를 잘 읽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괴물을 창조하는 실험실이나 라스트신의 북극을 표현한 장면은 연출가의 디테일이 돋보인다. 역량 있는 배우들이 참여했다는 점도 극의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요소가 됐다. 류정한, 박은태, 리사 등 경험 있는 배우들이 수준 높은 연기를 펼치고 열창을 끌어내는 뮤지컬 넘버들의 조화도 탁월하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5월 18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4호(2014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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