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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우주’ 타인과의 만남
입력 : 2014.04.08 17: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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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의 ‘원아이프로젝트’는 작가가 1988년부터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한 손으로 한 눈을 가려달라고 주문하고 찍은 사진 작품 100여 점이 관객과 만난다.
프랑스의 북 디자이너 로베르 마생은 자신이 신고 있던 낡은 신발을 벗어 얼굴의 반쪽을 가리고 장난끼 가득한 모습으로 찍었고, 배우 안성기와 류승룡은 독특한 표정을 지어 재미를 준다.
작가는 사람들에게 포즈를 주문하고 사진을 찍는 일을 즐거운 놀이로 여기며 각계각층 유명인사부터 우연히 만난 사람들까지 카메라 렌즈에 담아낸다.
5000여 장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 ‘원 아이’ 도록과 작가의 수첩들도 함께 전시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만의 독창적인 시각을 더욱 깊이 만나볼 수 있다. ‘한 사람과 만난다는 것은 하나의 우주를 만나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고유한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갤러리2에 전시된 육명심의 ‘예술가시리즈’는 작가의 30년간의 연작 중 하나다. 예술가들과 작가가 나눈 깊은 교감의 결과물들로 인간적 삶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물방울 작가 김창열, 독창적 동양화를 시도한 운보 김기창의 매서운 눈, 소설가 김동리의 편안한 얼굴 등. 이와 함께 무용가 최승희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이상현의 설치작품 ‘퀸’도 전시된다. 퀸에 사용한 사진은 1930년대 최승희 공연 당시 극장에서 팔던 브로마이드를 확대한 것이다. 워낙 상태가 안 좋은 데다 복사 확대까지 하니 너무 흐릿했지만 사진에 검은 베일을 덮어 연출해, 역사 속 베일에 가린 최승희를 더 선명하게 구현해 냈다.
예술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들 앞에서 우리는 예술가들의 삶과 그들의 예술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번 전시는 사진 속 인물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들과의 새로운 만남의 장이 될 것이다.
일 정 : 2014년 3월 4일(화)~5월 18일(일)
장 소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사진갤러리
[조여란 기자 사진제공=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3호(2014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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