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철 마이크로디자인 소장 | 건축주와 맘 통해야 명품주택이 나옵니다

    입력 : 2014.03.10 14:27:50

  • 사진설명
    충주시 연수동 500번지 일대. 전원주택 단지로 지정돼 한창 토목공사가 진행 중인 이곳에 지난해 말 독특한 디자인의 전원주택 한 채가 등장했다.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을 닮은 지붕과, 2층을 감싸고 있는 듯한 ‘ㄷ’자 디자인의 1층에 넓은 정원을 보유한 이종갑·변채근 씨의 자택이다.

    ‘까사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이 주택은 홍익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스페인에서 건축공부를 한 마이크로디자인 류철 소장의 작품(손태진 한국교통대 교수와 함께 설계)이다. 류 소장은 이 주택에 대해 “건축주가 많은 공부를 해 다양한 요구를 했고, 자녀에 대한 사랑이 깊어 아들의 방을 강조한 독특한 디자인을 설계하게 됐다”고 말했다.

    건축주와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기존의 주택과는 다른 독특하고 심미적인 모습의 주택을 선보이고 있는 류철 소장을 만나봤다.

    사진설명
    친환경과 아름다움이 설계의 첫 원칙 한국과 스페인을 오가며 일하고 있는 류 소장은 지난해부터 밀려드는 일감 때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당초 한두 건의 주택디자인을 맡아 처리하려 했던 계획과 달리, 건축주들의 소개로 일감이 몰려들고 있어서다. 그는 최근에도 한 IT기업의 연수원 디자인을 새롭게 맡았다.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가 충주시까지 내려와 전원주택을 건설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원래 충주가 고향인데, 공부를 마친 뒤 한국교통대학교(구 충주대)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건축주가 저를 언론을 통해 알아보고, 학교로 연락해와 전원주택 건설을 의뢰했다. 다른 건축가들도 많았을 텐데, 굳이 나를 찾아 일을 부탁한 것이 고마워서 일을 맡게 됐다.”

    건축주가 원한 것은 크게 2가지였다. 첫 번째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목조주택으로 건물을 완성해 달란 것이었고, 두 번째는 예쁘고 아름답게 만들어 달란 것이었다. 이에 그는 건축주와 다양한 대화를 시도했다.

    “친환경 소재와 목조주택은 건축공법에 대한 문제였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었지만, 아름다운 집은 건축주의 의도와 성향이 반영돼야 해서 상당히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 결과 건축주가 자녀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것을 알게 됐고, 2층 아들 방을 보석 같은 디자인으로 만들어 보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 독특한 지붕디자인을 가진 지금의 주택이 만들어 졌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주택의 모습은 어떨까. 외부에서 보기에 지붕 디자인이 보석처럼 다양하게 절삭됐다는 점을 빼고는 특별한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널찍한 마당과 외부의 창문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개인공간을 중요시한 류철 소장의 배려가 엿보인다.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ㄷ’자 모양의 1층이 나타난다. 거실을 중심으로 왼쪽에 주방과 현관이 자리하고 있으며, 오른쪽에는 부부침실이 위치했다. 눈에 띄는 점은 바로 거실이다. 거실 바로 앞에는 널찍한 테라스가 있는데, 외부에서는 이 테라스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ㄷ’자 모양의 왼쪽에 자리한 주방을 테라스 쪽으로 더 길게 빼면서 마치 두 손을 모아서 기도하는 모습으로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주방에서 테라스와 거실이 한눈에 들어오며, 테라스에서는 계명산 정상과 함께 주방을 볼 수 있게 됐다. 한마디로 외부에서는 실내가 잘 보이지 않지만, 실내에서는 주방과 거실이 개방돼 있어 더 넓은 공간에 있는 것 같은 효과를 준다.

    거실 뒤의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서면 독특한 지붕 디자인과 한 몸으로 된 자녀방이 나온다. 이 방은 침실과 서재가 독립된 공간으로 배치됐으며, 침실 너머로는 옥상테라스가 자리했다. 넓은 개방감과 함께 햇살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게 류 소장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이 집이 더욱 특별한 것은 친환경 건축을 통해 지어졌다는 점이다. 류 소장은 “건축주가 목조주택을 원했고, 친환경 소재들을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실제 주택 내부에 마감처리된 재료는 시멘트디자인이란 제품으로 모두 스페인에서 공수한 친환경 시멘트다. 따로 벽지나 페인트를 바를 필요가 없는 제품으로 120가지가 넘는 다양한 색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류 소장은 “마감재료로 사용한 친환경 시멘트는 스페인에서 개발된 제품으로 환경호르몬을 배출하지 않고, 다양한 색상을 낼 수 있어 친환경 주택을 원하는 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또 도시가스가 아닌 지열을 이용한 난방시스템을 적용해 사시사철 따뜻한 실내공간을 만들었다. 목조주택으로 지었기 때문에 습기와 통풍에 강한 것도 이 집만의 장점이다. 류 소장은 “목조주택은 습기가 많으면 습기를 머금고, 반대로 건조하면 습기를 뱉어 낸다”며 “집 전체가 가습기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
    사진설명
    대화와 소통 새로운 디자인의 시작 류 소장은 자신의 건축철학을 한마디로 “대화와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건축주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과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실제 충주시 전원주택 건설과정에서는 건축주와 10번도 넘게 미팅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건축주들은 모두 아름다움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을 갖고 있다”며 “그 기준을 넘어서 더욱 가치 있는 디자인을 해주는 게 건축가의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한된 예산과 재원을 갖고,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건축주의 마음에 가장 먼저 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건축주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대화를 통해 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얘기하고, 거기에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한다”며 “디자인 과정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좋은 건축물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최근에 한 IT기업 연수원의 디자인을 맡았다. 당초 임원 전용 별장으로 시작했지만, 클라이언트와의 대화를 가지면서 규모가 커졌다. 그래서 3월로 예약했던 스페인행 비행기 표를 뒤로 늦췄다고 한다.

    “좋은 건축가는 아름다운 건물을 만드는 일입니다. 한 번 지은 건축물은 보통 30년 이상 가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무턱대고 튀는 디자인은 오히려 건물의 가치를 훼손시키고 조화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제가 꿈꾸는 명품건축은 건축주가 좋아하고, 주변사람들의 부러움을 받는 작지만 소박한 건물입니다.”

    랜드마크가 아닌, 오랜 시간동안 꾸준하게 사랑받는 건물이 진정한 명품이라고 강조하는 류철 소장. 그가 만든 건축물이 유독 따뜻한 것은 그에게서 사람냄새가 나기 때문일까.

    류철 소장은
    사진설명
    홍익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스페인에서 건축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교통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부산 THE PARK 동물원 프로젝트, 장안 힐스테이트 환경디자인과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마리스칼전 전시기획을 총괄했다. 대표작품으로는 나비픽처스, 파고다 본사 리모델링, 송첨재 등이 있으며, 건축과 인테리어, 조경, 전시 등 다채로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종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2호(2014년 03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