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사 안중근을 다시 보다…뮤지컬 `영웅`

    입력 : 2014.02.06 10: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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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중장 안중근 의사. 부족한 역사교육 탓으로 요즘 초등학생에게 그에 대해 물으면 “무슨 과 의사에요?”라는 답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고 한다. 뮤지컬<영웅>은 열사 안중근의 서른두 해 1909년 2월 단지동맹을 맺고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 계획과 실행했던 순간부터 1910년 3월 사형이 집행될 때까지의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지난 2009년 초연된 창작 뮤지컬<영웅>은 이듬해인 2010년 안중근 의사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탄생했다. 소재의 특성상 이 작품은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사뭇 진지하고 웅장하며 비장미가 넘친다. 안중근과 11명의 청년들이 손가락을 하늘에 바치며 조국 독립을 향한 뜻을 다지는 단지동맹 장면에서는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역사적 고증에만 치우치지 않고 안중근을 사랑한 링링과 명성황후의 마지막 시녀 설화 등 가상의 이야기를 추가했다는 점은 극의 서사성을 더했다는 부분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5년간의 긴 인큐베이팅 기간을 거친 뮤지컬<영웅>의 매력은 무엇보다 영화적 작법에 견줄만한 연출력이다. 하얼빈으로 향하는 기차, 의병대가 숨어 있는 자작나무 숲 등 서사적이고 극적인 무대 구성은 한정된 공간에서 뛰어난 구성력을 보여준다. 달리는 기차가 순식간에 세트로 변환되는 무대 연출은 기존 대형 클래식 뮤지컬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특히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6발의 총성을 울린 하얼빈역은 역사성을 훼손하지 않은 채 시각적 표현을 극대화 해 무대가 끝난 후에도 꽤 오랜 잔상을 남긴다.

    뮤지컬 넘버의 중독성 강한 멜로디도 인상적이다. 1막 후반부의 안중근 의사가 큰일을 치르려 결심을 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영웅’과 ‘그날을 기약하며’ 등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생소한 아이들은 물론 얼어붙은 어른들의 가슴 역시 뜨겁게 녹여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안중근역에는 실력파 배우 김승대, 강태을과 소울풀 보이스가 매력적인 가수 JK김동욱이 열연하며 이토역에는 김도형, 이희정 그리고 설희역에는 다비치 이해리, 오진영이 연기한다. 뮤지컬<영웅>은 2월 1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1호(2014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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