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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 셰프가 권하는 2014년 푸드 트렌드 `四Ι人Ι四Ι色`
입력 : 2014.01.09 17: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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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축을 울리는 발굽소리에 쩌릿한 흥분이 몰려온다. 살짝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갑오년 새해가 불쑥 떠올랐다. 건강한 몸과 마음은 바른 식재료와 레시피에서 비롯된다 했던가. 내로라는 특급호텔 최고 셰프 4인이 숨겨뒀던 2014년 푸드 트렌드를 공개했다. 읽어야 득이요 알아야 내 것이다. 갈비찜 한 입에 건강이 가득 천덕상 롯데호텔서울 한식당 무궁화 셰프
천덕상 롯데호텔서울 한식당 무궁화 셰프
지난 2010년 리뉴얼 오픈 이후 한식당 '무궁화'의 대표 요리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궁중식 갈비찜’은 간장 소스에 인삼을 추가, 한식 특유의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살린 조리법이 특징이다. 지난해 각광받던 슬로우 푸드 트렌드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더 이상 갈비찜을 한식의 기본 옵션으로 취급해선 안 될 것이다. 갈비찜은 한식 중에서도 손이 많이 가는 요리다. 고기의 핏물을 제거한 후 일일이 기름을 손질하고 맛을 잘 배게 하기 위해 칼집을 내야 준비가 끝난다.
준비된 재료들을 한 데 넣고 2시간 이상을 더 조리해야 완성되지만 그만큼 부드럽고 깊은 맛을 내기 때문에 무궁화에선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궁중식 조리법을 고수하고 있다.
거창한 디너보다 간소한 런치를 선호하는 최근의 비즈니스 트렌드에 맞춰 귀한 손님에게 한국 전통의 맛을 선보이는 건 어떨까. 가장 전통적인 음식에서 가장 트렌디한 요리로 각광받을 ‘궁중 갈비찜’을 추천한다.”
다양한 맛을 내는 아귀가 최고 이성태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 총주방장이성태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 총주방장 궁중식 갈비찜
또한 혼자 지내는 분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편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샐러드 바 등이 지속적으로 각광받을 것 같다.
특히 새해에는 몽크피시(Monkfish)라 불리는 생선 아귀를 추천한다. 아귀는 저지방으로 다이어트에도 좋고 육류의 식감을 느낄 수 있어 포만감을 준다. 단백질이 풍부해 필수아미노산 함유량도 많다.
후쿠시마 방사능 영향으로 생선을 기피하는 분들도 많은데 그런 분들에겐 멀리 외국에서 잡힌 아귀를 권하고 싶다. 그런 아귀는 큰 것이 많아 스테이크용으로도 좋고 샐러드용으로도 손색없다. 냉동 후 필요한 양 만큼 꺼내 먹기도 좋다.
대부분 가정이나 외식 업체에서 흔히 사용하는 조리법은 오븐, 그릴, 석쇠 구이와 볶음, 조림 또는 삶기다.
음식의 향을 증가 시켜주고 조직감을 좋게 해주지만 요리를 잘하는 이와 못하는 이의 차이가 확연한 것이 흠이다.
그러나 브레이징(Braising)은 누구나 손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법이다.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른 후 재료를 볶고 스탁(육수), 물 또는 와인이나 정종을 자박하게 넣어 조리는 방법인데, 볶음 향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재료를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조리고 남은 국물은 소스로도 사용할 수 있다.
비즈니스 미팅에는 피로개선에 좋은 비타민과 분위기 전환을 위한 달콤한 음식이 제격이다.
구이보다는 조림, 육류보다는 생선이나 단백질이 풍부한 콩을 이용한 식재료가 좋다.
마지막으로 기분 전환을 위한 단 음식으로 케이크나 초콜릿을 추천한다. 즉 와인에 브레이징한 생선요리와 계란 샐러드, 과일 레몬 요거트 드레싱, 마지막으로 초콜릿 케이크가 좋을 것 같다.”
맛이 아니라 신선한 재료가 포인트 서상호 서울신라호텔 총주방장서상호 서울신라호텔 총주방장
요리를 체험하며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다. 여기도 맛이요 저기도 맛이다. 앞으로 지속되어야 할 트렌드는 맛도 맛이지만, 얼마나 좋은 재료를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텃밭에서 직접 키운 채소류와 제철, 주산지에서 생산되는 로컬푸드가 각광받고 있다.
덕분에 일부 산지에서만 재배, 소비되고 더 이상 유통되지 않는 이러한 식재료를 찾는 것이 요리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일례로 4~8월 전남 해남의 군평선이(생선), 6~7월 낙동강 줄기 경북 봉화의 은어, 9~10월 전남 목포의 먹갈치, 전남 진도의 자연산 삿갓 조개와 거북손 등이 그러하다.
신선한 재료를 요리할 땐 어떨까.
요즘 레스토랑의 조리법은 진공포장을 이용한 수비드(Sous Vide)나 오일 파우치(Oil Poach; 약 60도℃ 가량의 올리브 오일에서 생선 등을 천천히 익히는 조리법), 콩피(Confit; 약한 불에서 재료를 은근히 익히는 조리법), 워머를 이용한 건조기법 등을 사용해 재료의 형상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본연의 맛을 이끌어 내려고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 천연 조미료 개념의 요리 에센스 소스를 만들어 사용하면 식자재 본연의 맛과 풍미를 한층 더 끌어 올릴 수 있다.
소금과 지방을 줄인 건강식 패트릭 기베르 앰배서더 그룹 총주방장패트릭 기베르 앰배서더 그룹 총주방장 소갈비 유부전골
요리도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건강식에 대한 선호도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조미료를 사용해 강한 맛을 내기보다 원재료 그대로의 맛과 영양을 살리고, 건강에 해로운 소금이나 지방의 양을 줄인 건강식들이 선호될 것이다. 실제로 영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선 소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소금 대신 레몬 식초를 사용하거나, 영양소의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저온 요리법을 권장하고 있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의 경우 기존의 염도 1.0~1.2에서 권장염도 0.7 전후인 0.6~0.8로 줄여 요리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카페 드셰프'에서 판매되고 있는 메뉴 중 전복과 가리비 생굴로 맛을 낸 ‘보양 해물 미역국’, 버섯과 야채로 맛을 낸 ‘소갈비 유부 전골’, 버섯·해초·잣을 곁들인 ‘겨자맛 게살 샐러드’, 신선한 모차렐라와 올리브 데판나드, 체리 토마토를 곁들인 ‘카프레제 샐러드’ 등이 건강 조리법으로 만들어지는 요리들이다.
이 때 중요한 한 가지는 건강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이다. 당연히 맛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한국 속담처럼 요리는 입으로만 즐기는 게 아니라 눈으로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호텔 셰프들도 점점 높아지는 고객의 눈높이에 맛 만큼이나 프레젠테이션에 신경을 쓰고 있다.
조리법 개발뿐 아니라 국내외 벤치마킹을 통해 세련되고 트랜디한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0호(2014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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