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즐로 즐기는 예술 ‘직소퍼즐’ 이런 취미 어떠세요?

    입력 : 2014.01.07 15: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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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개의 흩어진 조각을 바라보니 숨부터 막힌다. 시작하기 전에 어떤 조각부터 집어 들어야 할지 엄두도 나지 않고 맞추는데 몇날 며칠이나 걸릴까? 라는 막막한 계산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니 묘한 중독성에 심하게 몰입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그림과 비교해가며 하나씩 퍼즐조각을 맞춰가는 동안 2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마지막 조각을 맞출 때의 짜릿함 유소년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머리를 싸매고 퍼즐조각을 맞춰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놀이로만 치부되던 퍼즐이 최근에는 어엿한 성인들의 취미생활의 하나로 떠올랐다. 퍼즐을 취미활동으로 즐기는 일명 ‘퍼즐러’가 증가하며 특이한 퍼즐을 수집하거나 맞춘 퍼즐을 전시하는 한편 모임을 결성해 함께 어려운 퍼즐을 맞추며 친목도모 목적의 인터넷 카페도 여럿이다.

    이요한 퍼즐사랑 대표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국내에서는 퍼즐이란 문화가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 만큼 인지도가 대중화 되지 않았다”며 “점차 퍼즐에 대한 인지도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매달 수많은 퍼즐들이 출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흔히 알고 있는 퍼즐의 어원은 직소퍼즐(Jigsaw Puzzle)로 지그재그(Zigzag)와 톱(Saw)의 합성어인 직소(Jigsaw:실톱)를 이용하여 삐뚤삐뚤하게 자른 퍼즐을 의미한다. 퍼즐이 처음 탄생했을 때에는 지금과 같은 압축 합성지가 아닌 나무로 제작되었다. 제작 도구였던 직소에 퍼즐이란 말이 자연스레 붙어서 직소퍼즐이란 이름이 만들어진 것이다. 직소퍼즐이 처음 제작된 것은 1870년경 영국의 한 지도 제작 회사에 의해서였다. 당시 세계지도를 나무판 위에 접착을 한 후 여러 조각으로 조각을 내어 다시 맞추게 하는 지금의 직소퍼즐 형태의 첫 원형을 만들어 냈는데 이 지도퍼즐이 아이들 교육용 장난감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140여 년이 흘러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직소퍼즐 역시 현대적 감각을 입게 됐다. 정교해진 인쇄 기술은 퍼즐의 회화적인 완성도를 높여 주었고 다양한 명화나 풍경 등 여러 미술작품이 직소퍼즐로 제작돼 액자형태를 갖춰 인테리어 장식품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정성들여 완성한 퍼즐을 멋진 액자에 넣어 자신만의 인테리어 장식으로 연출하는 것도 퍼즐러들 사이의 하나의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회화적인 요소 외에도 기능적으로도 다양해진 직소퍼즐은 야광, 금장, 홀로그램으로 제작되거나 종이 재질에서 벗어나 투명한 크리스털 재질이나 클래식한 느낌의 목재 퍼즐도 인기를 끌고 있다.

    몇번의 스마트폰 터치로 마술을 부리듯 즉각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지극히 느린 아날로그적인 직소퍼즐의 매력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단연 성취감이다. 분리된 수많은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추어 마지막 조각을 넣었을 때의 성취감은 쉽게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과정을 맛볼 수 있다. 5년 이상 직소퍼즐을 취미로 삼고 있다는 직장인 박영준(41)씨는 “완성된 퍼즐을 집이나 사무실에 장식해 놓으면 방문한 손님들과 나눌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소재가 된다”며 “퍼즐 속 작품이나 취미에 대해 나눠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직소퍼즐의 두 번째 매력은 접근성이다. 고가의 특수퍼즐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500~1500조각의 퍼즐은 2만원대부터 시작해 10만원을 채 넘지 않는다. 다양한 미술작품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퍼즐을 함께 하며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직소퍼즐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은 자연스러운 능력개발이다. 직소퍼즐은 원래의 그림과 조각의 모양을 잘 기억하며 자연스레 두뇌활동을 활발히 하며 관찰력과 사고력 및 공간지각능력이 개발되 치매예방에 효과적이다. 뿐만 아니라 유아시기의 인내심 배양과 청소년들의 집중력 상승, 임신부들의 태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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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황을 달래준 기특한 놀이문화 19세기에 개발된 직소퍼즐이 실제 큰 인기를 끌게 된 시점은 뜻밖에 1929년 대공항 때이다. 주머니가 가벼워진 서민들이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놀이를 찾아 나서며 직소퍼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수요가 늘어나자 퍼즐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실직한 건축가, 목수 등 숙련된 장인들이 각자의 기술을 활용해 직소퍼즐을 집에서 잘라 만들어 거리에서 팔거나 임대하기 시작했다.

    퍼즐의 판매는 놀랄 만한 수치를 기록했는데 1933년 최고조에 달하며 주당 1000만개 이상의 판매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당시 퍼즐의 유행은 도서관이나 약국에서도 그들의 렌털 품목에 퍼즐을 추가할 정도였다. 이 당시 퍼즐이 이렇듯 큰 인기를 구가하면서 또 다른 전환점을 맞게 되는데 바로 지금의 압축종이원단과 같이 두꺼운 종이 재질의 판지를 이용하여 퍼즐을 제작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 판지였던 퍼즐조각은 고강도 합성지를 이용하게 되면서 단단하고 견고함을 갖추게 되었고, 뛰어난 ‘Thomson’기술력의 발달로 정교한 퍼즐 커팅이 이루어지게 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직소퍼즐이 탄생하게 됐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0호(2014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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