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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스 수석부사장 데이비드 E. 스톡맨 | 괴상한 레스토랑이라고요? 맛부터 보시죠
입력 : 2013.12.12 1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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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급 코스요리가 가득 차 있을 것이란 짐작은 채식주의자 특별메뉴를 제외하고 프라임 립 한 종류뿐인 메뉴판을 보고나면 산산이 깨진다. 오랜 역사와 경험을 갖춘 장인의 프라이드일까? 시대를 역행하는 아집일까?
“설립 초기에는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창업주의 뜻대로 프라임 립에 집중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퀄리티 높은 특별한 메뉴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은 하나만 존재해야 한다는 (창업주의) 철학 덕에 오랫동안 분점도 없었죠.”
‘로리스 서울’의 오픈을 기념하기 위해 방한한 데이비드 스톡맨(David E. Stock man) 로리스 본사 수석부사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신뢰구축이 로리스의 성공요인이라고 밝혔다.
양이 가장 적은 ‘강남컷’부터 운동선수들이나 다 먹을 법한 ‘비프보울 컷’까지 5가지 메뉴 중 하나를 주문하면 요리접시 대신 성인남자 키 만한 실버 카트가 주방장과 함께 등장한다. 로리스는 75년간 카버리(Carvery)라 불리는 독특한 서빙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프라임 립을 통째로 카트에 끌고 다니며 요리사가 직접 테이블 앞에 1인분씩 커팅을 해주는 것이다.
“로리스는 그릴에 굽는 일반적인 스테이크 레스토랑과 다르게 최상급 갈비살 부위인 프라임 립을 100도 미만의 저온에서 장시간 통째로 구워냅니다. 덕분에 타는 부위 없이 육즙과 육질을 그대로 살리면서 기름은 최소화할 수 있죠. 최대한 높은 퀄리티의 요리를 제공하기 위해 데운 접시와 카버리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탐스럽게 익은 프라임 립이 담긴 접시에는 요크셔 푸딩(Yorkshire pudding: 소스에 적셔 먹을 수 있는 빵류)과 매시드 포테이토(Mashed potato: 으깬 감자), 샐러드 등이 함께 제공된다. 샐러드는 얼음 대접 안에 담아와 고객 테이블 앞에서 직접 소스를 버무려 제공한다.
“드시고 계신 요크셔 푸딩이나 샐러드가 바로 사이드디시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웃음) 로리스로부터 레스토랑의 사이드디시 문화가 생겨나기 시작했죠. 뿐만 아니라 발렛파킹 서비스도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한 입 베어 물자 달콤한 육즙이 입속 전체에 퍼졌다. 맛도 맛이지만 부드럽고 연한 육질이 고기가 식어가며 질겨지는 일반적인 스테이크와 다르게 끝까지 유지됐다. 독특한 맛의 로리스의 양념소금과 함께 제공된 하우스 와인의 조화도 상당히 좋았다. 75년간 고객들에 검증받은 맛과 이색적인 콘셉트를 지닌 레스토랑인 만큼 국내에 이제서야 선보이게 된 사유가 궁금해졌다.
“자금력이나 마케팅 측면에 있어 대기업을 파트너로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에게 있어 로리스는 ‘여러 사업들 중 작은 하나’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로리스에 애정을 가진 파트너가 아니면 매장을 오픈할 수는 없다는 것이 철칙입니다. 여담이지만 로리스 서울의 투자자들은 비벌리힐스 매장의 오랜 단골손님이었죠.”
매장 허가조건이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로리스지만 이번 서울매장의 계약조건은 파격적이다. 매장 임대와 브랜드 계약기간이 각각 20년으로 여느 외식브랜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조건이다. 서울매장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숨기지 않은 데이비드에게 마지막으로 로리스가 국내에 어떤 레스토랑으로 기억되길 원하는지 물었다.
“로리스는 가족이나 연인 등 소중한 사람과 특별한 시간을 함께 보내기 좋은 레스토랑이라고 확신합니다. 미국에서도 격식을 갖춰 손님을 대접하거나 좋은날을 기념하기 위해 가족단위로 많이들 찾아 주시죠. 한국고객들에게도 로리스가 소중한 시간이 오래 기억되도록 돕는 특별한 레스토랑이었으면 합니다.”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9호(2013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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