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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 요리 신선함 더해주는 샴페인&프레스코
입력 : 2013.12.12 1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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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온 버섯 요리는 신선한 야채를 두른 버섯류와 함께 빵 위에서 반숙하듯 살짝 구워낸 계란을 얹었는데 계란을 얇게 저민 프로슈토(이탈리아식 돼지고기 햄)로 장식하고 살짝 갈아낸 파마산 치즈를 곁들여 멋을 냈다. 양송이 새송이 등 버섯이 계란과 어울리는 것은 물론이고 단순할 것 같은 계란에 프로슈토가 삼삼한 맛을 내줬다. 다소 강하게 느낄 수도 있는 돼지 햄 맛을 파마산 치즈가 살짝 가리는 듯하다. 요리 하나에도 각 재료의 궁합을 추구한 게 재미있다.
이탈리아 베네토 지방의 프로세코인 ‘비솔 제이오 꼴메이’를 따랐다. 돔 페리뇽보다도 훨씬 오래 전부터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한 연륜이 있어서인지 비솔의 제이오 꼴메이는 보통 프로세코보다 훨씬 복합적인 향미를 풍겼다. 살짝 금빛이 도는 밝은 볏짚색의 와인에선 작은 버블이 보글보글 끓어올랐고 상큼한 과일 아로마와 꽃을 말려 숙성시킨 것 같은 그윽한 허브 아로마가 함께 다가왔다.
계란 반숙과 버섯을 먹고 난 뒤 프로세코를 한 모금 입에 머금으니 상큼할 정도로 신선한 맛이 입안 전체를 개운하게 했다. 싱싱한 야채를 곁들여 먹었지만 프로슈토햄은 그래도 약간은 짭조름한 고기 맛이 남았다. 제이오 꼴메이 한 모금이 다시 입안을 산뜻하게 잡아줬다.
다음 요리는 안초비 오일 소스에 담아낸 소라구이. 구이라고 했지만 삶아낸 듯 부드러웠다. 신선한 소라의 맛이 살아 있었다. 고소하면서 살짝 올리브향이 나는 안초비 오일 소스가 소라의 맛을 더 부드럽게 했다.
입안 가득한 소라 맛을 지우려고 제이오 꼴메이를 마셨다. 워낙 소라 특유의 향이 강해서인지 프로세코로선 살짝 튀는 듯했다. 그렇다면 샴페인은 어떨까.
KGB로 일컬어지는 3대 프레스티지 샴페인 중 하나인 프랑스 고세의 ‘엑셀랑스 브뤼’를 따르니 아카시아와 망고의 아로마가 살짝 풍겼다. 한 모금 마시니 미미하게 달콤하면서도 아주 신선한 산도가 인상적이었다. 조금 뒤 목안 깊은 곳에서부터 떠오르는 살짝 고소한 캐러멀과 너트의 여운이 오래 이어졌다. 아주 미세하게 올라오는 버블은 얼핏 보면 짙지 않아 보였는데 한 모금만 머금어도 미세한 기포가 입안 가득히 차오르는 느낌을 주었다. 상당히 진한 소라 냄새마저 상큼하게 지워냈다. 덕분에 전혀 새로운 기분으로 다음 음식에 손이 갔다. 이게 샴페인의 매력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떠올랐다.
다음으로 나온 ‘문어 파스타’의 특이한 맛은 저절로 미소를 띠게 했다. 파스타에 오징어 대신 문어가 들어갔다는 것부터가 재미있는데 도톰하게 썰어 낸 문어를 씹으니 일반 횟집에서 숙회로 먹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흥을 안겨줬다. 토마토소스와 병아리콩의 고소함이 잘 배어들어서인지 씹을수록 깊고 고소하며 맛이 그윽했다. 파스타 하나가 이렇게 기쁨을 줄 수 있는지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
강하지 않고 심심해 재료의 맛이 온전히 느껴지는 음식이 부드러움 속에 신선함을 간직한 와인의 향미에 젖어가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길게 이어지는 샴페인의 깊은 여운이 입안을 오래도록 신선하게 만들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도 입안이 그토록 개운한 건 특이한 경험이었다.
일식을 거쳐 이탈리안 요리를 하는 김재식 셰프는 음식 하나하나를 깔끔하게 낸다. 검증된 신선한 재료만을 쓴다는데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맞춰주기도 한다고. 젊은 커플들 부담 갖지 말라고 와인 가격도 낮췄다.
대표 음식은 안심 스테이크와 양갈비. 양갈비는 구수하며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생면으로 내는 파스타도 입맛을 당기며 모짜렐라 먹물반죽 튀김도 인기 메뉴다.
(02)2263-1609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9호(2013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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