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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이 필요한 당신…이탈리아 와인 한 잔 어때요
입력 : 2013.12.12 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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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샤벨리코 감베로 로쏘 편집장은 “매년 4만4000여 종의 와인을 시음하고 그 중 400여 종의 와인을 선정해 3 글래스(이탈리아의 우수 와인 표시)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와인21이 주관한 이 행사엔 63개 와이너리에서 200여 종의 와인을 선보여 국내 와인 전문가들을 매료시켰다.
올 가을 와인업계의 화두는 ‘이탈리아 와인’이라고 할 만큼 올해 세계 최대 와인 생산국 이탈리아가 한국 소비자들을 자주 찾고 있다.
감베로 로쏘 행사에 이어 11월 11일엔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심플리 이탈리안 그레이트 와인즈 아시아 투어 2013’ 행사가 열렸다. 이탈리아 각지의 프리미엄 와인 브랜드 연합인 ‘그란디 마르끼’ 소속 와이너리들이 대거 참여한 이 행사에는 미켈레 끼아를로나 우마니 론끼, 돈나푸가타, 피오 체자레, 안티노리 등 명품 와인들이 거의 나왔다. 지역적으로 북부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토스카나의 수퍼 투스칸부터 남부의 시칠리 와인까지 다양했다.
프랑스 와인에 비해 덜 알려졌던 이탈리아 와인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최근 국내 소비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벨로씨 관장은“지난해 한국에서 이탈리아 와인 판매는 12% 증가했다. 현재는 이탈리아 와인의 일부만이 수입되고 있지만 한국인의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이탈리아 와인 소비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고 설명했다.
최근 행사에 나온 이탈리아 와인들은 실제 한국인 입에도 감기듯 다가오고 있다. 한국 음식과 공통점이 많은 이탈리아 음식에 맞춰 만들어서일까.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와인들이 있었다.
감베로 로쏘 행사에선 먼저 스파클링 와인인 아그리콜라구살리브레타의 ‘프란시아코르타 사텐’이 눈에 띄었다. 부드럽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스파클링으로 강하지 않으면서도 신선해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 적당하게 느껴졌다. 알레그리니의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2008’은 살짝 떠오르는 단맛과 미미한 올리브 아로마가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집중도가 인상적이었다.
시실리 쿠스마노 와이너리의 ‘자레 2011’은 지중해 특유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아로마를 풍겼고 다양한 종류의 향신료향이 복합적으로 다가왔다. 가자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09’는 강한 탄닌 뒤에 묻어나오는 농축된 느낌의 과일향이 깊은 맛을 느끼게 했다.
아직 수입이 되지 않는다는 그루포 라비스의 ‘트렌티노 피노 네로 2011’은 풍부한 과일향과 향신료의 아로마가 복합적으로 퍼지는 인상적 와인. 소프트한 탄닌과 적절한 산도를 갖췄다.
예르만의 화이트와인인 ‘W 드림스 2011’은 첫 느낌이 ‘맛있다’는 것이었다. 잘 익은 배나 사과 등의 풍미가 아카시아 아로마와 섞여 우아하고 달콤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메디치 에르메테의 ‘그라스파로사 보치올로 돌체 2012’는 젊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달콤한 레드 스파클링으로 마시는 순간 발랄한 느낌을 주었다.
루게리의 프로세코도 전반적으로 신선한 느낌이다. 이 회사의 ‘엑스트라 브룻’은 너트향이 돌아 살짝 고소하면서도 단맛이 나는 게 인상적이다. 너무 강하지 않은 산도에 작은 기포가 입안 가득히 퍼지며 개운하게 씻어주는 듯 했다.
산펠리체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08’은 따뜻한 느낌의 농축미가 느껴지는 과일향에 부드러운 탄닌이 어우러져 다가왔다. 조금 더 숙성하면 좋을 것 같다는 잠재력이 보였다. 테누타 루비노의 ‘푼타 아킬라 2010’은 빅 배럴에 숙성시켜 과일향이 짙게 퍼지면서 탄닌이 부드럽게 녹아들었다. 미수입 와인으로 현지 가격을 감안할 때 상당한 매력이 보였다.
빌라 산디의 ‘P. 디 발로비아데네 익스트라 드라이는 강하지 않아 신선하게 마실 수 있는 느낌을 주었다. 부드럽고 살짝 달콤하면서도 여전히 신선함이 남았다.
리치 쿠르바스트로의 ‘프란시아코르타 로제 브룻’은 버블감이 일품이며 부드럽게 넘어가는 느낌인데 약간의 탄닌과 산도까지 느껴져 입안 가득히 신선함을 남겼다.
베네토 지역 와이너리인 페리니 산지오반니의 ‘쿠베 익스트라 드라이’는 산도와 버블감이 일품이었다. 이탈리아 스파클링의 주요 메이커인 카르페니 몰볼티의 ‘익스트라 드라이’는 부드러운 너트향이 단맛을 살짝 가리는 듯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직 수입되지 않은 소규모 와이너리인 라파엘 달보의 프로세코도 단맛과 산도에 약간의 탄닌감이 균형을 이뤘다. 특히 이 회사의 ‘수페리오레 브룻 밀레지마토’는 산도가 높아 신선한데다 허브와 민트 등의 독특한 아로마가 인상적이었다.
레드 와인 가운데는 알로이스 라게데르의 피노누아가 따뜻한 느낌의 부드럽고 풍부한 과일향이 우아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살짝 토스트한 느낌의 허브향이 기억에 남았다.
이탈리아 서부 사르디니아 섬에 있는 아르지오라스 와이너리의 ‘코스테라 2011’은 약간의 산초와 캐러멀을 섞은 듯 독특한 향미가 인상적인데 산도와 탄닌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과일향을 느끼려면 약간 시원하게 마시는 게 좋다고 한다. 이 와이너리의 ‘투리가 2008’은 따뜻한 상황버섯 아로마가 풍기며 산도나 탄닌도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 시칠리 돈나푸가타의 ‘라푸가’ 역시 은은히 끌리는 매력이 있었다.
최근 접한 이탈리아 와인들은 전반적으로 열정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따뜻한 지중해 바람을 쐬어서일까.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계절에 더 당기는 와인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9호(2013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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