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떠나는 유럽기차여행

    입력 : 2013.12.12 14:03:53

  • 스위스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스위스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유럽여행의 적기는 여름이란 공식이 정석처럼 자리 잡았던 때가 있었다. 훌쩍 배낭 하나 들쳐 메고 유레일패스를 한 손에 쥔 채 헝그리한 추억을 남기는, 하지만 당시 트렌드는 이제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옛 이야기가 됐다. 지금의 유럽은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 물론 계절적인 요인이 목적지를 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크리스마스와 새해 카운트다운이 있는 연말연시에는 그 어느 때도 볼 수 없는 찬란함이 발현된다. 연말연시 유럽여행에는 특유의 매력 포인트가 있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비롯해 유독 성탄 분위기를 빼어나게 뽐낼 줄 아는 몇몇 도시와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할인율 높은 판매가 그 주인공이다.

    ‘성탄’과 ‘쇼핑’이라는 두 가지 화두는 나이와 취향을 불문하고 욕구를 자극한다. 지금부터 이 두 가지 매력과 함께 기차로 이동하는 겨울 유럽의 화려한 패키지를 소개한다.

    스위스 최고의 크리스마스 쇼핑 TRAVEL CITY : 바젤~취리히 붐비는 시즌에 느긋하게 세세한 부분까지 즐기고 싶다면 스위스를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이 시기에 추천하고픈 도시는 바젤과 취리히다. 바젤은 시계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익숙한 이름이지만 한국 여행자들에겐 아직 낯선 이름이다. 스위스 어느 도시보다 부유한 문화 도시임을 자부하는 이곳은 12월에 그 내실을 드러낸다. 바젤 기차역 내에 들어선 마켓을 시작으로 중앙 광장과 라인 강둑 등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 각 마켓이 연결되는 이동선까지 아름다운 장식이 이어진다. 이 시기에 절대 빠트릴 수 없는 바젤의 명물이 하나 더 있다. 수제품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드는 요한 바너(Johann Wanner)의 상점이다. 막연히 낡은 작업실에서 피노키오 같은 나무 인형을 만드는 제페토 할아버지를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그의 실력은 워싱턴 백악관 가로수를 장식하는데 초청될 만큼 세계적이다.

    바젤 관광청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바젤 크리스마스 패키지’도 선보였다. 조식 포함 호텔 1박과 요한 바너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념품 교환권,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쓸 수 있는 음료 교환권이 포함된 패키지로 바젤 관광청 홈페이지(www.baseltourismus.cf)에서 예약 가능하다.

    바젤에서 유로피안 성탄 분위기를 한껏 느끼고 연말을 즐겼다면, 새해 카운트다운을 앞두고 취리히로 이동한다. 새해맞이 이벤트와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이 기다리고 있는 취리히 역시 연말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곳은 귀국을 앞두고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성을 잠시나마 풀어주는, 어쩌면 쿠션 같은 도시다.

    취리히의 상징적인 겨울 장식, 트램 라인을 따라 기다란 전구가 매달려 있는 중심 거리 ‘반호프스트라세(Bahnhofstrasse)’에는 백화점을 비롯한 수많은 상점이 즐비하다. 좀 더 독특한 쇼핑과 다이닝을 원한다면 스위스 힙스터들과, 리프레시하고 싶다면 취리히의 웨스트 지역을 주목해야 한다. 몰락한 공장 지대에 하나 둘 모여든 아티스트와 열린 마인드의 기업들이 투박한 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를 리노베이션해 트렌디한 레스토랑과 상점, 갤러리 등을 채워 넣었다. 쇼핑은 물론 문화생활과 개성 있는 레스토랑, 바(Bar)까지 겸비한 이 지대는 현실의 문 앞에 선 이들에게 보너스 같은 영감을 선물한다.

    프랑스 파리의 크리스마스 마켓
    프랑스 파리의 크리스마스 마켓
    TRAIN TRIP : Basel SBB~Zurich HB / 테제베 리리아(TGV Lyria) 53분, 일반열차로 1시간 소요 크리스마스의 진수, 또 다른 파리를 만나다 TRAVEL CITY : 스트라스부르(콜마르, 뮐루즈, 오베르네)~파리 이번엔 프랑스에서 맞는 겨울 여행이다. 그 동안 파리와 함께 손꼽혔던 니스, 마르세유, 프로방스, 보르도 등을 제치고 급부상한 도시가 있다.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로 유명해진 스트라스부르(Strasbourg)가 그 곳이다. 실제로 방송 이후 여행사에 문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개인적인 의견일지 모르지만 스트라스부르를 간다면 12월만큼 적기도 없다. 독일과 인접한 이곳은 16세기부터 현재까지 프랑스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마켓이 서는 도시다. 또한 주변에 콜마르(Colmar), 뮐루즈(Mulhouse) 등 역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소도시들이 포진해있다.

    여행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미 검증된 오베르네(Obernai)도 빼놓을 수 없다. 알자스 와인이나 특산물은 스트라스부르가 아닌 근교 소도시에서 구매하는 게 조금 더 저렴할 때가 많다. 스트라스부르에서 콜마르까지는 예약이 필요 없는 지방열차를 이용해 35분, 뮐루즈까진 1시간 거리다.

    스트라스부르를 거점으로 기차를 타고 프랑스 동부 크리스마스 마켓을 돌아보는 것도 손에 꼽을 만한 추억이다. 앞서 소개한 오베르네 역시 스트라스부르에서 지방열차를 타고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스트라스부르에서 숙박이 여의치 않을 경우 근교 마을의 저렴한 숙박을 이용하고 경비를 아끼는 것도 여행 노하우 중 하나다.

    ‘빛의 도시’ 파리는 겨울에 그 매력이 최고조에 이른다. 굳이 세일 기간이 아니더라도 연말에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시즌 상품이나 디자이너 콜라보레이션 한정 상품 등이 즐비하다.

    TRAIN TRIP : Strasbourg~Paris est / 테제베(TGV) 2시간 25분 소요
    사진설명
    TRAIN TRAVEL TIP 1 스위스는 일반 철도패스와 달리 기차를 비롯해 스위스 내에 모든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는 ‘스위스 패스’를 상품화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나 혹은 두 도시를 집중적으로 여행하는 방문객이 늘면서 스위스 철도청은 ‘2일 선택사용 패스’를 지난 10월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시범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TIP 2 스위스 여행 중 함박눈이 내렸다면 이동할 경로가 아니더라도 반나절 시간을 할애해 관광열차 ‘골든패스라인’이나 ‘빙하특급’ ‘베르니나 익스프레스’를 꼭 타보자. 높은 교각을 통과해 운행되는 관광열차인 만큼 풍경이 빼어나고 하얀 눈이 그득한 스위스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설국열차다.

    TRAIN TRAVEL TIP 1 프랑스 철도청은 각 지방의 특색에 맞춰 그 지역 지방열차 외관을 장식한다. 알자스 지방은 대표 노선을 기차 외관에 그려 넣고 다양한 색으로 치장한 지방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이 기차 외관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길 만하다.

    TIP 2 프랑스 철도청은 나라를 대표하는 초고속 열차의 내·외부 디자인 리뉴얼을 위해 겐조를 비롯한 3인의 디자이너에게 작업을 의뢰하고 승객에게 투표를 부탁했다. 그렇게 탄생한 디자이너 크리스찬 라 크르와의 테제베는 컬러풀한 감각으로 프랑스 여행 자들이 꼭 사진을 남겨야 할 매력적인 피사체가 됐다.

    사진설명
    동화 속 성탄 같은 유럽 TRAVEL CITY : 쾰른~브뤼셀~파리 사실 크리스마스 마켓의 원조는 독일이라고 한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기원이 된 나라답게 로텐부르크, 뉘렌부르크, 뷔츠부르크 등 다양한 소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어느 한 곳을 고르는 게 어려울 정도다.

    혹자는 드레스덴 마켓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뮌헨 마켓이 좋다고 하니, 개인의 기호에 따라 내려진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차역부터 따뜻한 빛깔의 아름다운 램프 장식들이 작은 마을을 이루듯, 쾰른에만 4~5개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문을 연다. 마켓마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흥미로운 점은 각각 콘셉트와 장식을 달리한다는 점이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다른 곳보다 유독 먹을거리를 파는 부스가 많다. 또한 여타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볼 수 있는 따뜻한 와인, 글뤼바인도 만날 수 있다. 마켓마다 예쁜 그림이 그려진 각기 다른 작은 컵에 이 따뜻한 글뤼바인을 담아주는데 이러한 점 역시 크리스마스의 낭만을 깨지 않는 섬세한 감각이다. 2유로 남짓한 컵 보증금과 함께 글뤼바인 가격을 지불하고 다시 컵을 돌려주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데, 다양한 마켓을 돌며 여러 개의 글뤼바인 컵을 모으는 것도 재미있는 기념품 수집 방법이다.

    쾰른을 흡족하게 즐기고 나면 초고속 열차 탈리스를 타고 벨기에 수도 브뤼셀로 떠난다. 탈리스 기차의 인테리어는 강렬한 버건디와 핑크로 좌석이 장식돼 쾰른 크리스마스 마켓에서의 들뜬 기분을 브뤼셀까지 그대로 유지시켜 준다. 아름다움에 비해 벨기에는 아직 한국 여행자들에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나라다.

    내게 수도 브뤼셀은 유년기 때부터 만들어진 동화 속 유럽 이미지에 가장 가까운 도시였다. 이미 17세기에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혔던 브뤼셀의 고혹적인 매력은 겨울에 배가 된다. 이곳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지만 브뤼셀은 이미 그 모습 자체로 충분히 설레는 곳이다. 시즌에 맞춰 산타복장으로 갈아입은 오줌싸개 동상과 더불어 연말 분위기가 한껏 오른 이곳의 밤은 조명과 프로젝션 맵핑이 건물을 뒤덮는다. 또한 자부심이 가득한 양질의 초콜릿을 예쁘게 포장해 판매하는 부티크들이 많아 선물로 그만이다. 요즘 웬만한 유명세에 한국에도 지점을 내는 여타 브랜드와 달리 벨기에는 아직 처음 본 브랜드가 가득하다. 아기자기한 브뤼셀을 충분히 즐겼다면 다시 파리로 내려와 남은 쇼핑을 끝내고 한국으로 향한다.

    TRAIN TRIP : koln HBF~Bruxelles MIDI~Paris Nord/탈리스(Thalys) 직행 1시간 49분 소요, 직행 1시간 22분 소요 TRAIN TRAVEL TIP 1 쾰른~브뤼셀~파리 동선은 모두 앞서 소개된 초고속 열차 탈리스(Thalys)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일반 테제베나 이체에보다 유명세는 없지만, 열차와 승무원 유니폼 등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며 타볼 만한 열차로 진화했다. 1등석의 경우 시간대에 맞는 간식이나 식사가 무료로 서빙되고 이동하는 시간 동안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된다.

    TIP 2 겨울 특히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크리스마스 마켓을 제외하고 많은 상점이 문을 닫는다. 소도시일수록 그 기간도 길어진다. 특별히 크리스마스 마켓이 유명한 소도시가 아니라면 가급적 쇼핑이나 숙소는 대도시로 잡는 게 좋다. 한 국가에서 세 번 이상 이동하는 여행을 할 경우, 각 국가에서만 쓸 수 있는 국철 패스(프랑스 패스, 스위스 패스, 독일 패스)가 합리적인 선택이다.

    TIP 3 앞서 소개한 모든 열차 정보와 스케줄은 레일유럽 웹사이트(www.raileurop e.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은 물론 소요시간을 바로 확인하고 결제까지 가능하다. e티켓 사용이 되는 도시일 경우 결제와 함께 이메일로 주문번호를 받아 이동 당일 날 기차에 따라 간편하게 역에서 티켓을 발권을 하거나, 결제 번호가 있는 내역만으로 바로 탑승할 수 있다.

    [김남림 레일유럽 홍보실장(www.raileurope.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9호(2013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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