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효성의 나인틴 홀](21) 필드의 무법자 ‘스크린골프족’

    입력 : 2013.09.03 09:13:46

  • 사진설명
    “어휴, 손님이 많이 오는 건 좋은데 너무 에티켓을 모르고 오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얼마 전에는 덥다고 샌들 신고 큰 아이스박스 들고 라운드 하겠다는 분이 있어서 얼마나 곤란했는지 몰라요.” 지난 주말에 만난 수도권의 한 퍼블릭 골프장 담당자가 10분이 넘게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어지간히 애를 먹었나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골프장 매너’를 잘 모르는 골퍼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는 겁니다. 사실 저도 최근에 라운드를 하다보면 앞이나 뒤의 팀에서 약간 ‘느낌’이 오는 분들을 볼 때가 많습니다. 앞·뒤 팀의 경기 흐름을 무시하고 자기들만의 경기에 빠져 시끄럽게 떠들고 환호하기도 하고 그린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하염없이 머물러 있는 경우죠.

    이럴 땐 동반자들이 한마디 합니다. “아마 스크린골프장에서 라운드 하다가 필드 나온 지는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일거야.”

    스크린골프가 대중화되면서 나타나는 신 풍속도이자 큰 부작용이 아닐까 합니다. 스크린골프는 개별 방 안에서 라운드를 하고 볼은 자동으로 공급되고 옆에 세워진 골프백에서 클럽을 꺼내 치면 됩니다. 벙커를 정리할 필요도 없고 OB나 헤저드, 양파(더블파) 등의 경우에는 알아서 플레이가 다시 시작됩니다. 멀리건은 알아서 숫자를 정하고 자신이 컴퓨터 버튼을 누르면 되는 거고요. 이런 편리한 스크린골프 시스템에 적응된 분들이 실제 필드에서도 똑같이 하면서 문제가 생긴 겁니다.

    초보 스크린골퍼들은 티박스에서부터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마치 스크린골프처럼 착각해 멀리건을 남발하죠. 티박스에 4명이 다 올라가 있는 경우도 있고 옆에서 스윙 연습을 하는 모습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스크린골프와 필드의 가장 큰 차이점인 ‘벙커’에서도 어김없이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분명히 스윙을 하고 모래도 날렸는데 다시 어드레스를 합니다. 연습 스윙을 한 겁니다. 원래 벙커에서는 모래에 스치거나 닿아도 벌타인데 말이죠.

    그리고 샷을 한 이후에도 벙커에서 그냥 뛰어나옵니다. 자신의 발자국과 볼 자국을 정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거죠. 그린에서는 문제가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한 캐디에게 제가 ‘스크린골프 치던 분들이 와서 당황한 적 없어요?’라고 묻자 한참 동안 말을 이어갑니다. 그린에 볼이 올라가면 일반적으로 자신의 볼에 마크를 하고 라이를 살핍니다. 그런데 이분들은 ‘마크’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모여서 그냥 떠들고 웃고 있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의 퍼팅 라인을 밟은 것은 안 봐도 뻔하겠죠.

    참 그리고 한 가지 더. 스크린골프에서는 ‘더블파(양파)’를 하면 일반적으로 게임이 끝납니다. 그 때문인지 양파를 한 골퍼는 그냥 볼을 집어 들고 “나 양파야” 하며 빠져버리기도 합니다. 혹시 좀 ‘뜨끔’하는 분들이 있을까요? 골프는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도 매너를 중시하는 운동입니다. 물론 예전처럼 양복 재킷을 입고 입장하고 긴 바지를 입고 구두를 신지는 않습니다. 최대한 타인을 배려하는 수준이면 웬만하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골프는 동반자들 뿐 아니라 앞팀과 뒤팀 사람들과도 함께 자연을 느끼는 운동입니다. ‘좁은 방’을 떠나 탁 트인 ‘필드’에 나왔다면 매너도 배려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는 것 아시겠죠?

    [조효성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6호(2013년 09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