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ite wine for Hot summer night

    입력 : 2013.08.09 16: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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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눅눅하고 지루한 장마가 끝나기를 고대했건만 찾아온 건 시원한 계절이 아니다. 뜨거운 태양이 대지를 달궈 한낮은 물론이고 밤늦도록 후끈거린다. 잠을 청해도 온몸이 끈적거리는 느낌이어서 설치기 일쑤다. 잠 못 이루는 이 밤에 시원하게 갈증을 풀어주며 기분까지 상쾌하게 해주는 감미로운 화이트와인 한 잔은 어떨까. 상큼한 쇼비뇽블랑과 오묘한 향미의 샤도네, 과일향이 은은히 풍기는 피노 그리지오 등 다양한 화이트와인이 당신을 기다린다. 그것도 아니라면 가벼운 스파클링 와인도 좋을 것이다. 산타 헬레나 베르누스 소비뇽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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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한 풀 향기가 풍기는 소비뇽블랑은 시원한 느낌을 강조하는 포도 품종. 여름에 잘 어울리는 화이트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적절한 산도로 상큼한 느낌마저 주는 소비뇽블랑은 갓 베어낸 풀에서 나는 냄새나 신선한 과일의 향미가 어우러져 나온다. 막 샤워를 하고 나온 발랄한 처녀만큼이나 신선한 느낌을 준다고 할까.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소비뇽블랑이 유명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어느 와인 산지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품종이기도 하다.

    칠레 산타헬레나 와이너리의 베르누스 소비뇽블랑은 소비뇽블랑 특유의 상큼함을 한껏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콜차구아 밸리의 해안가에 근접한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 자몽이나 라임이 스쳐간 듯 선선한 기후가 만들어낸 청량하고 상쾌한 시트러스향이 풍긴다. 이 와인은 특히 안데스 산맥의 차가운 바람과 태평양 연안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의 영향으로 바삭바삭한 질감의 미네랄 느낌이 나는 게 특징이다. 감귤이나 배의 향도 풍겨 식후에 가볍게 마셔도 좋다.

    쿠지노 마쿨 안티구아스 리제르바 샤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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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도네는 화이트와인의 대표 품종으로 재배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의 다양한 향미를 풍기는 와인이다. 팔방미인 같은 와인이라고나 할까. 단맛이 적은 드라이한 와인을 만들어내는데 부르고뉴의 몽라셰나 샤블리의 샤도네는 최고 품질로 꼽힌다. 해산물 요리에 곁들이면 환상의 궁합을 이루는 와인이다.

    스페인 귀족 마티아스 쿠지노가 칠레에 정착해 1856년 설립한 쿠지노 마쿨의 안티구아스 리제르바 샤도네는 신대륙 특유의 색다른 향미를 풍기는 와인이다. 처음 와인을 열었을 때는 상큼한 향미가 정신을 번쩍 들게 하지만 30분, 1시간이 지나면 농익은 과일의 풍미가 떠오른다.

    이 와인은 쿠지노 마쿨의 시그니처 레인지로 1920년 이후 80년이 넘는 동안 쿠지노 마쿨을 대표하는 와인으로 알려져 왔다. 꾸준히 품질을 유지해 와인스펙테이터로부터 ‘진정한 칠레 와인’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쿠지노 마쿨의 2대 생산자인 루이스 쿠지노가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귀빈을 대접하기 위해 소량으로 생산한 와인이 점차 인기를 끌자 대중을 위해 생산하게 된 와인으로 대부분의 빈티지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90점 전후의 점수를 받고 있다.

    쿠지노 마쿨의 빈야드에서 수확한 최상의 샤도네로만 생산하는데 특별히 선별한 이스트로 발효해 바닐라향과 토스트한 풍미가 풍긴다. 온도가 살짝 올라갈 때 더 복합적인 향과 맛을 내는 와인으로 더운 여름밤에 마시기 적합하다. 병을 딴 뒤 30분 정도 지나면 망고와 바나나 등의 열대과일향이 풍성해진다.

    개성 넘치는 그레카니코 품종의 플라네타 알라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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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중해의 시칠리아는 섬이지만 고도나 토양에 따라 아주 다양한 품종의 와인이 나오기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 토착품종 가운데 하나인 그레카니코는 그레토나 그레체토라고 불리는데 향이나 맛이 상당히 독특한 고대의 고급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중세 때 그리스에서 들여온 와인과 가장 비슷한 맛을 낸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플라네타 알라스트로는 시칠리아 아란치오 호수 주변에서 봄철에 노랗게 피는 야생풀에서 따온 이름. 플라네타 와이너리가 전통의 시칠리아 DOC 와인을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만큼 시칠리아 토착품종이면서도 세계에 내세울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플라네타는 샤도네로도 유명한데 그 와인 메이킹 기술을 그대로 토착품종인 그레카니코에 접목해 알라스트로란 와인을 만들어냈다.

    잘 익은 멜론이나 복숭아향이 그윽한 와인으로 부드러우면서 기분 좋은 산도와 진한 풀 향기가 완벽한 밸런스를 이룬다. 2010년과 2012년 <감베로 로소>에서 글라스 2개 등급을 받은 바 있다. 알로이스 라게더 피노 그리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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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알자스의 피노 그리와 이탈리아 북동부에서 재배되는 피노 그리지오는 같은 품종이지만 동네가 다르니 전혀 다른 스타일의 와인을 보여준다. 알자스의 피노 그리는 풀 바디에 은은한 과일과 꿀 향기가 나며 적당한 산도를 지녀 우아한 느낌을 주는 반면, 이탈리아의 피노 그리지오는 미디엄 바디에 산도가 높고, 톡 쏘는 시트러스 풍미가 강하다. 피노 그리지오는 이탈리아 내에서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 가벼운 풍미에 적절한 신맛과 미네랄, 과일 맛이 조화를 이뤄 구운 치킨 샐러드나 가벼운 생선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산뜻한 맛 때문에 음식 없이 저녁에 한 잔 즐기기에도 적당하다. 전형적인 이탈리아 북부 피노 그리지오의 특징을 보여주는 와인으로 잔에 따랐을 때 밝게 빛나는 볏짚의 색이 난다. 한 모금 입 안에 머금으면 살짝 풍기는 과일향 뒤로 약간의 스파이시한 향미가 도드라진다. 풍부한 바디감의 뒤로 나타나는 약간의 스모키한 향도 이 와인의 매력이다.

    투루비아나로 만든 제나토 루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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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나토 루가나 산 베네데토는 가르다 호수 남쪽 해발 60~80미터의 산 베네데토 포도밭에서 자란 투르비아나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투르비아나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생산되는 화이트 품종. 가벼운 바디감에 서양 배와 시트러스향을 풍긴다. 오크 숙성을 거쳐 견과류와 버터향이 피어오르는 묵직한 스타일까지 다양한 와인으로 만들어진다. 투르비아나는 껍질이 두꺼워 익는 시기가 늦지만 완숙했을 때의 당분이 적당해 12도 남짓한 도수의 와인이 된다. 산도도 풍부해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제나토 루가나는 특히 바나나와 복숭아의 부드러운 향에 아몬드와 허브의 풍미가 더해져 입맛을 돋운다.

    은은한 과일향과 중성적인 허브향이 풍기고 아몬드 맛도 나는데 해산물이나 생선 요리와 먹을 때 진가를 느낄 수 있다. 9~10도로 차갑게 마시는 게 좋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5호(2013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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