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avel]짧은 만남 긴 여운 남프랑스 열차 여행

    입력 : 2013.02.04 13: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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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rcassonne 성(城)에 갇힌 공주는 예뻤다. 실제 모습이야 어떻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리고 창밖 너머 펼쳐진 풍경은 한없이 푸르다. 공주의 눈에 비친 그 모습은 시리다. 그래서 그 눈엔 늘 방울이 맺혀 있다. 여기까지가 두 손 모아 나이 세던 시절, 하늘로 우뚝 솟은 동화 속 성에 대한 추억이다.

    그땐 그랬다. 아이언맨 버금가는 누군가가 가슴을 파고들었고 자장면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출발한 떼제베(TGV)가 프랑스 국경을 넘었다. 이제 유럽은 하나라더니 열차 안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모든 절차가 충족됐다. 그렇게 도착한 도시는 프랑스 남부 랑그푸루시용 주에 자리한 카르카손. 1세기에 로마제국의 식민지였던 이곳은 오드강을 사이에 두고 왼쪽엔 13세기에 건설한 바둑판 모양의 상가가, 오른쪽엔 5세기에 서고트족이 세운 시테가 중세의 성벽에 둘러싸여 있다. 서고트족의 왕 외리크 1세가 485년에 건설한 중세의 성은 그 자체로 신비롭다. 루이 9세부터 필리프 3세에 걸쳐 탑과 망루, 총안을 설치한 외부성벽이 만들어졌고 19세기 중반에 성의 대성당과 성벽을 재건했다는데, 밤이면 조명에 기댄 성 전체의 야경에 좀처럼 시선을 뗄 수 없다.

    성 안에 자리한 호텔(HOTEL DE LA CITE)은 그 모든 역사와 풍경, 밤과 아침의 찬란한 기운을 품고 있다. 3대째 운영돼 온 이곳은 교황이 이용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클래식과 모던이 나름 조화롭고 포근하다. 성 안의 상점들이 하나 둘 불을 끄고 하늘의 별이 또렷해진 시간. 인적이 드문 호텔 정원에서 프랑스의 첫 밤을 맞는다. 저녁식사 테이블에 놓였던 카술레(Cassoulet)와 오렌지를 넣어 만든 식전주가 떠오른다. 아, 공주는 어디에 있을까.

    프랑스 철도 패스(France Rail Pass) ‘프랑스 철도 패스’는 프랑스를 여행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프랑스 국철로 한 달 동안 9일 연속, 혹은 자유롭게 날짜를 선택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1등석이나 2등석을 이용, 떼제베(TGV)를 포함한 프랑스 국영 철도청(SNCF) 열차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3만1000㎞가 넘는 철도망, 4000곳이 넘는 철도역을 거쳐 프랑스 전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혜택 및 주의사항 ·목적지 : 프랑스 국철(모나코 포함)과 TER, 버스 무제한 이용

    ·기간 : 1개월 이내 3~9일 선택 사용

    ·좌석 등급 : 1등석, 2등석

    ·좌석예약 : 초고속 열차와 관광 열차는 좌석 예약 필수, 레일유럽 홈페이지(www.raileurope.co.kr)에서 예약 가능

    ·프랑스 전역의 제휴처에서 다양한 할인 및 보너스 혜택 제공

    Toul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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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차 여행은 늘 색다르다. 앞 뒷자리에 어떤 이가 자리할지 눈 여겨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예를 들어 열차에서 먹는 음식, 마시는 음료, 읽는 책, 듣는 음악, 갖고 다니는 기기들만 유심히 살펴봐도 그들의 문화와 트렌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어디 그뿐인가. 떼제베(초고속열차)와 인터시티(일반 기차), 야간열차, TER(관광, 지방열차) 등으로 나뉜 프랑스 국영철도는 열차도 제각각이라 이동할 때마다 보고 듣는 게 처음인 양 다채롭다. 다시 열차로 이동한 도시는 툴루즈. 가론강이 지나는 이곳은 파리, 마르세유, 리옹 다음가는 프랑스 제4의 도시다. 덕분에 작은 요새 카르카손과 비교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프랑스 남부 최대의 교통, 산업, 문화의 중심지이자 프로축구단이 있어 곳곳에 툴루즈 유니폼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확연한 건 활기찬 도시 분위기. A380으로 유명한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가 자리해 유럽의 경기불황에도 이곳만은 경기활황이다.

    안내를 맡은 가이드가 말한다. “툴루즈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에어버스에 근무하고 있어요. 에어버스 덕분에 툴루즈는 경기불황을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중 하나라는 빅토르 위고 마켓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로 야채와 육류, 와인, 치즈 등을 진열해 놓은 실내시장엔 불황은 듣도 보도 못한 단어였다. 마침 펼쳐진 벼룩시장에는 장식용 권총부터 이가 빠진 본차이나, 이름 없는 화가의 그림, 오래된 턴테이블 등 인테리어 골동품이 한가득이다. 여유로운 삶의 소소한 취미가 펼쳐져 있었다.

    Bordeaux
    보르도 그랜드 호텔 로비 바
    보르도 그랜드 호텔 로비 바
    (위) 보르도 전경, (아래)생떼밀리옹 와이너리
    (위) 보르도 전경, (아래)생떼밀리옹 와이너리
    툴루즈와 가론강으로 연결된 보르도는 모르는 이도 와인을 떠올리는 명소다. 와인을 수출하며 경제적으로 번영한 이곳은 아키텐주 정치와 경제의 중심이자 보르도 대학과 박물관, 천문대, 로마시대의 궁전, 원형극장의 유적, 중세시대 생탕드레 대성당과 생미셀교회, 미술관 등 문화적 유산이 살아 있다. 다분히 프랑스적인 그랜드 호텔(Grand Hotel De Bordeaux)의 웅장함이 도시 번영과 맞닿아 있다. 빅토르 위고가 단골이었다는 그랜드 호텔은 꼭 다시 들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호텔 근처엔 19세기에 형성된 쇼핑거리(1.2㎞)가 휘황찬란하다. 뒷골목에 들어서면 아시아 식당들이 하나둘 눈에 띈다. 이름이 어지러운 중국식당에서 기울인 고량주가 기억나는 건 아마도 이곳에선 흔하디흔한 와인의 평범함 때문이 아닐까. Paris 보르도에서 파리로 이동하는 길은 아쉬움과 기대가 공존한다. 여정의 마지막 종착지란 아쉬움은 블록버스터의 엔딩만큼이나 허탈하고 유럽의 중심이란 기대는 다시금 여정을 재촉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했던가. 열차종단 철길의 종착역이 파리를 향하고 있다.

    “파리에선 하루에 세 번만 에펠탑을 볼 수 있다니까 그 이상 보면 5유로씩 내야 해.” 함께 간 일행 중 서너 번 이상 파리에 왔다는 일행이 던진 농담 한마디.

    정말 이 도시는 어딜 가도 에펠탑과 맞닿아 있다. 어딜 가도 웅장한 문화유산이 발길을 멈춰 서게 만든다. 드골 대통령이 탔다는 1971년식 시트로앵 클래식카를 타고 시내 투어에 나선지 한 시간여.

    아이러니하지만 샹젤리제 거리를 점령한 중국인 관광객과 그들의 손에 들린 명품백이 더 기억에 남는 건 왜일까.

    Excursion to Saint Emilion 그랜드 호텔 전방 관광안내소에서 관광버스를 이용한 생 떼밀리옹 와인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가이드 투어를 받으며 와이너리와 유명한 빈티지를 시음해 볼 수 있는 기회다. TER기차를 이용하면 30분이 소요된다.

    2013년 유럽철도 얼리버드 프로모션 START! 유럽 철도상품을 배급하는 레일유럽이 유레일패스를 비롯한 스위스, 영국, 독일 철도패스 할인 프로모션을 준비했다. 특히 유레일패스의 경우 지금까지 유례가 없었던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패스 사용국에 터키가 추가되며 유럽 24개국에서 이용이 가능해진 ‘유레일 글로벌 패스’는 15일, 21일, 1개월 연속사용 패스 구매자에게 구매 사용일에 따라 최소 2일에서 최대 5일까지 파격적인 무료 추가 이용일을 제공한다. 구매 가능 시기는 2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하지만 구매 이후 6개월 안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9월 여행 계획자도 프로모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스위스 철도청은 프로모션 기간 동안 ‘스위스 세이버 4일 패스’ 구매자를 대상으로 무료 여행일 하루를 추가로 제공한다.

    ‘세이버 패스’는 2인 이상 여행 동반자가 함께 패스를 구매하면 일반 패스 요금보다 15~20% 가격이 저렴한 패스다. 4월 26일까지 구매가 가능하며 2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해당 패스로 여행이 가능하다.

    ‘영국 철도패스’는 20% 할인에 들어갔다. 2월 15일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고 2월 29일까지 여행이 가능하다. 독일은 ‘독일 철도패스’ 20% 할인과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함부르크 등 4개 주요 도시의 여행카드가 추가로 제공된다. 자세한 사항은 레일유럽 홈페이지(www.raileurope.co.kr)와 가까운 여행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남프랑스 = 안재형 기자 포토그래퍼 최동훈 취재협조 레일유럽(www.raileurope.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9호(2013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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