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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x] 性의 시간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
입력 : 2012.01.26 14: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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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용감한 고백에 용기를 얻어 누구는 젊을 때는 돌이라도 씹어 삼길 수 있을 것 같더니 나이가 들수록 기력이 떨어지고 근력이 약해져 살이 흐물흐물하다느니, 밤일에 지구력이 예전 같지 않고, 키가 좀 줄어든 것 같기도 한 데다 움직일 때도 민첩성이 예전 같지 않다며 공감을 표했다. 또 다른 누구는 젊어선 며칠 밤샘해도 끄떡없었는데 이젠 저녁만 먹으면 바로 졸려 고개가 툭 떨어진다며, 많이 잤다고 개운한 것도 아니고 일의 능률도 하루가 다르게 떨어진다고도 했다.
이들의 얘기처럼 연식이 다 됐다는 생각이 드는 건 공통적으로 성적 흥미가 감소하거나 발기의 강도가 떨어진다는 사실 때문이다. 남성에게 발기란 남성성의 척도인데 이것이 약해지니 삶에 대한 즐거움이나 의욕도 줄고 왠지 슬프고 불안해진다. 이쯤 되면 젊어지는 신비의 명약이라도 없나 싶어진다. 불로초를 찾아 헤매던 진시황을 백번 이해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오죽하면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벤자민 버튼은 일흔 살 노인으로 태어나 평생에 걸쳐 점점 젊어진다)에서처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을 누구나 가지게 될까.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나는 이 영화를 워낙 섬뜩하게 봤던지라 그 좋은 취지가 크게 와 닿지 않을 정도다)는 전쟁에서 죽어간 모든 청년들을 위해 거꾸로 가는 시계를 만든 시계공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한 인간의 지독한 불행의 역설을 보여준 영화다.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를 죽게 하고, 80대 노인으로 태어나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벤자민 버튼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어려져간다.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도 말이다. 그가 지독히 사랑했던 여자가 늙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면서 자신은 어려져 아이가 되어가는 과정이 참으로 인간 세상에서 격리되는 한 인간의 불행으로 고스란히 아프게 다가왔었다. 사랑하는 남녀가 부부가 되고 함께 늙어가는 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영화였다. 영화가 아무리 그들의 특별한 사랑과 사랑의 완성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해도 단순한 나로선 두 주인공들이 사랑하면서도 극히 짧은 순간만을 함께 할 수 있었던 사실이 마냥 슬프게 느껴졌다. 어린 데이지는 벤자민을 만나 늙은 그의 외면에 감춰진 내면을 보았다. 그래서 자신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동년배가 된 그와 함께하고 또 사랑의 결실로 임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유년기로 접어든 벤자민은 자식 앞에 당당히 설수 없음을 직감하며 데이지를 상처주지 않겠다는 성숙한 사랑으로 그녀의 곁을 떠난다. 이윽고 벤자민은 모든 기억을 잃고 고집 센 소년으로, 나아가 어린 아기로 변해버리지만 데이지는 이미 늙어버린 할머니의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하는 사랑의 완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장면의 모든 순간순간이 그저 아쉽고 쓸쓸할 뿐이었다. 우리는 과연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그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까. 나와 다른 모습임에도. 벤자민은 40년을 기다려 사랑하고 다시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40년을 그녀로부터 떠나 있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범인들은 사랑할 수 없다면, 섹스를 나눌 수 없다면 얼마나 열정을 간직할 수 있을까. 또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도 없이 던졌다.
성노화(性老化), 관리하고 받아들이고 즐기자 남성들이 나이가 들면서 많은 변화가 생기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호르몬의 변화다. 폐경기의 여성들처럼 급격한 변화는 아니더라도 남성들 역시 점진적인 남성호르몬의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젊은 남자는 하루에 한 번 이상 섹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 능력이 왕성하다. 서른이 되기 전까지는 테스토스테론이 정점에 달하면서 정액을 배출하려는 본능적 욕구에 시달린다. 서른이 되면 이런 욕구의 빈도가 점점 낮아지고, 오십, 육십이 되면 욕망과 본능이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간다. 이는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과정이며 장애가 시작됐다는 징조가 아님을 이해하자. 남성의 노화를 세상의 종말처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며 벤자민 버튼의 거꾸로 가는 시계를 열망할 필요가 없다.
나이가 들면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처럼 발기부전 역시 나이가 들면서 확률이 높아질 뿐이다. 노화에 따른 남성 성기능 변화는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 관리하자. 대신 소소한 반응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그 나나이가 들면 발기부터 사정까지의 시간이 늘어날 수 있고 사정 뒤 페니스가 훨씬 빨리 부드러워진다. 사정하는 액이 절반가량으로 줄고 정액이 방출되는 힘도 약해진다. 다음 발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고환의 무게도 다소 감소한다. 외부자극에 대한 페니스의 감각이 줄어들고 오르가슴의 강도가 낮아지며 발기 각도가 줄어들 수 있다. 이런 변화들은 발기가 안 되거나 발기 강직도를 유지할 수 없어 섹스가 안 되는 발기부전과는 다른 것이다. 그러니 노화의 과정을 관리하고 받아들이고 즐기시길.
[김경희 / 미즈러브 여성비뇨기과 원장 www.mizlove.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6호(2012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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