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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의 맛의 향기] 겨울 보령엔 굴이 지천이다
입력 : 2012.01.26 14: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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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굴을 보통 자연산으로 알고 있는데 꼭 그렇지도 않다. 자연산도 많지만 양식도 꽤 있다. 물론 자연산에 가까운 방법으로 ‘기르’고 얻는다. 투석식이라고 말한다. 갯벌의 돌에 종패를 붙여두기 때문이다. 요새 프랑스식으로 양식한 굴도 고급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나온다. 필자도 좀 써봤는데 사철 굴이 나오는 게 특징이다. 산란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여름에도 굴을 먹을 수 있다. 수평망식이라고 해, 노르망디(굴로 유명하다)식 양식법이다. 알을 크게 키워서 공급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값이 비싸다.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인근 어장에 문제가 생겨 공급량이 크게 줄어든 적도 있다. 대포 한 발에 굴이 타격을 받은 것이다.
굴을 먹는 법이야, 한국 사람들이 다채롭다. 초고추장을 찍어나 마늘과 풋고추를 올려 먹기도 한다. 굴국과 굴탕(이건 충청도 지방식으로, 뜨겁게 끓인 것이 아니라 시원하게 물에 말았다. 일종의 굴 물회다)이 있다. 경상도식 짠 굴젓, 서해안식 어리굴젓이나 굴무침은 또 어떻고. 굴밥과 굴보쌈도 있다. 굴전과 굴튀김을 빼놓을 수 있나. 굴 좋아하는 이에게 겨울이 천국인 까닭이다. 서양은 굴이 비싸다 보니 먹는 법도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다. 대개 생굴에 레몬즙을 뿌리는 경우가 많다. 굴 고유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법이기는 하다. 위스키를 살짝 뿌리거나 타바스코 소스를 뿌려 먹기도 한다. 레드와인 비네거를 뿌려 먹을 수도 있다. 버터를 올려 날로 먹기도 한다. 버터의 크리미한 질감이 굴의 진한 촉감과 잘 맞는다.
굴에 어울리는 술도 여럿 거론된다. 샴페인에 굴은 아주 고급한 아페르티프다. 입맛을 돋우는 데 이만한 게 없다. 부자들의 음식이다. 샤블리라는 프랑스 화이트와인과 굴의 궁합을 아주 좋게 본다. 흑맥주에 굴도 뛰어난 조합이다. 일본 청주를 차갑게 해서 생굴을 먹으면 굴의 향이 잘 살아난다. 일본이 방사능 유출사태가 한국에도 불똥이 튀었다. 굴 값이 올해 유달리 비싼데, 일본으로 수출되는 양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의 굴 주산지인 미야기 현에 가본 적이 있다. 굴 맛은 한국과 비슷했는데 값은 서너 배가 넘었다. 정말 한국의 굴에 감사했었다. 바로 그 지역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일본인들이 안전한 한국 굴을 찾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일본인들은 굴을 비싸게 파는 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해 놓았다. 일본의 3대 명승지라는 마쓰시마에서는 유람선을 띄워 놓고 선상에서 굴 냄비를 끓였다. 맛이야 별날 게 없지만 이것만으로도 손님들에게는 반응이 좋았다. 이탈리아의 굴 요리법 중에 독특한 게 있다. 굴 스파게티는 필자가 개발한 것일 뿐, 이탈리아에는 없다. 굴이 너무 비싸서 스파게티 같은 서민 요리를 할리 없다. 대신 제법 모양이 나는 요리를 하는데 굴 그라탱이 그중 하나다. 그라탱을 이탈리아어로는 gratinato(그라티나토)라고 말한다. 치즈를 얹는 방식은 아니다. 빵가루와 올리브유, 파슬리가 주재료다. 단순하면서도 굴의 맛을 최대로 살려준다. 굴의 미끄덩한 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할 요리다. 요리법이 간단하므로 오븐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먼저 빵가루에 파슬리가루를 섞는다. 마늘 다진 것을 넣어도 좋다. 그걸 석화에 얹고 올리브유를 뿌린 후 200도 정도로 가열한 오븐에서 5, 6분 구우면 된다.
탱탱한 알 굴이 입맛을 돋운다. 맥주나 와인 안주로 제격이다. 석화를 씻을 때는 연한 소금물에 식초를 조금 떨어뜨리고 살살 흔들어 씻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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