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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 와인의 명성, 명사의 와인
입력 : 2011.09.29 09: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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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노 모두스
평가 점수로 유명해진 와인 ‘와인스펙테이터 97점, 로버트 파커 98점’. 와인을 소개하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요소는 바로 이러한 점수이다. 점수는 와인을 평가하는 매체, 기관 또는 평론가들이 발표한다. 점수 또는 순위의 영향력은 때때로 상식을 초월해 와인 가격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영향력을 크게 미치는 매체 중 하나는 미국의 와인 전문지 '와인스펙테이터'이다. 1988년에 시작돼 매년 연말이면 발표되는 The Top 100은 중요한 와인 트렌드를 반영한다. 그 해의 성공적인 와인과 훌륭한 와인생산자를 선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2010년에는 전 세계 1만5800개에 해당하는 새로운 제품을 와인전문 에디터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거쳐 선정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품질’, ‘가치’, ‘생산량’, 특별한 매력 요인을 의미하는 ‘X-factor’ 이렇게 네 가지로 나뉜다.
또 다른 주요 평가자는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다. 파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와인 전문가이다. 미국 변호사였던 그는 와인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이 마신 와인들의 시음 노트를 지인들에게 돌리곤 하다 결국 '와인 애드보킷(Wine advocate)'이라는 잡지까지 출판하게 되어, 8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와인 평론가의 길로 나섰다. 와인 업계에서 그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파커 점수 85점과 95점은 100억원이라는 엄청난 매출 차이로 이어지는 사례까지 있다. 그는 테이스팅 노트로 설명되는 기존의 와인 평가의 형식을 벗어나,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와인을 파악할 수 있는 100점 만점의 점수 형태로 와인 평가의 좌표를 제시했고 와인 대중화에 앞장섰다. 그 외에 미국의 유명 와인 잡지 '와인 엔쑤지에스트(Wine Enthusiast)', 영국의 권위 있는 매거진 '디켄터(Decanter)', 이태리 와인평가의 기준 '감벨로 로쏘(Gambero Rosso)', 미국의 와인매거진 '와인앤스피리츠(Wine&Spirits)' 등이 있다.
국내에서도 매년 진행하는 코리아 와인 챌린지(Korea Wine Challenge)와 국내 모 일간지에서 매달 특별한 주제로 진행하는 와인컨슈머리포트 등이 있다. 앞서 소개한 모두스를 비롯해, 칠레 와인 최초로 ‘와인스펙테이터 100대 와인’에 선정된 콘차이토로의 ‘마르께스 데 까사 콘차’와 같이, 와인 평가 점수를 통해 명성을 쌓아 세상에 알려지는 와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유명인의 와인윈스턴 처칠 수상과 폴로저의 오너 오데트 폴로저 여사. / 취임식에 참석한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1.퀴베 서 위스턴 처칠 / 2.니더버그 인젠뉴티 레드 / 3.루피노 리제르바 두깔레 끼안티 클라시코
니더버그의 수많은 수상 실적은 어깨띠 디자인의 브랜드 로고에서도 보여줄 정도다. 2007년 영국 국제 와인&스피리츠 쇼(WSC)에서 최고의 쉬라즈 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셀 수 없이 많은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니더버그가 남아공 대표 와인으로서 주목받게 된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영국 여왕 즉위 25주년 축제와 넬슨 만델라 대통령 취임식에 사용된 공식 와인이기 때문이다. 또 2010년 전 세계인의 관심 속에 성대하게 치러진 남아공 월드컵의 국제축구연맹 FIFA 공식 와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남아공 올림픽 공식 와인은 국내에서도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외부 행사의 공식 타이틀은 이처럼 그 와인의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정도의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니더버그의 대표적 와인인 ‘인젠뉴티 레드’는 니더버그 와이너리의 혁신을 알리는 대표적인 와인으로 이태리 포도품종을 새롭게 흥미로운 방법으로 블렌딩한 것이 특징이다.
역사적 스토리가 담긴 와인 흥미로운 삽화가 담겨 있는 와인이 하나 있다. 바로 와인을 즐기는 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루피노 리제르바 두깔레(Ruffino Reserva Ducale)’이다. 리베르바 두깔레는 이태리에서 유일하게 등급이 아닌 제품명에 리제르바라는 단어를 허용해 줬을 만큼 백년 이상 끼안티 와인 카테고리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미국 내 이탈리아 와인 판매 2위로 ‘뉴요커의 와인’이라는 애칭도 가지고 있는 이 와인은 ‘귀족의 와인’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130년 넘는 세월 동안 토스카나 와인의 전통과 끼안티 와인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앞장 선 와이너리로, 1984년 끼안티 지역이 DOCG(이탈리아 와인 최상등급)로 지정됐을 때 최초의 보증 레이블 ‘AAA00000001’을 수여 받았다. 루피노는 20세기 이탈리아 와인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으며 새롭게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와이너리인 셈이다.
이러한 명성에는 재미있는 역사적 스토리가 뒷받침되고 있다. 1890년경, 이탈리아의 아오스타(Aosta) 공작이 루피노의 와인 저장고에 있는 와인들을 시음해보고 그 중 품질이 우수하고 특별한 느낌을 받은 와인들을 선택해 루피노에 그 와인의 공급을 요청했다.
그 후 선택된 와인의 통에는 ‘공작만이 마실 수 있다’는 의미로 ‘리제르바 두깔레(Riserva Ducale(dukes Reserve; 공작의 소유)’라고 써놓았고, 그것은 그 전부터 인정받고 있던 루피노의 품질과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한 계기가 됐다. 시간이 흐른 뒤, 루피노는 끼안티 지역에서 아주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개발했는데, 공작과의 친분과 루피노의 히스토리를 반영해 이 와인을 ‘리제르바 두깔레’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로 이 와인은 루피노의 ‘역사’가 됐다. 리제르바 두깔레의 레이블에는 이런 역사적 스토리가 반영돼 있으며 ‘귀족의 와인’으로 불린다.
항간에서는 97점과 100점의 차이가 무엇이냐 라는 소리도 들리지만, 선정 여부에 따라 그 와인의 명성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며 와인의 성패가 갈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순위 안에 들기 위해 그 선정기관이 선호한다고 일컫는 스타일로 맞춰 와인을 생산하거나, 엄청난 금액의 로비로 스폰을 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
와인전문가의 검증을 받거나 혹은 유명인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그 와인의 특별한 요소를 잘 보여주는 사례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와인이 아닐까. 이번 기회에 나만의 와인 TOP 10을 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 이달의 추천 와인 마르께스 데 까사 콘차(Concha y Toro, Marques Casa Concha)
문의 금양인터내셔날 02-2109-9200 [유동기 / 금양인터내셔날 마케팅 차장 dkyoo@keumyang.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3호(201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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