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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ng ③ 늙지 않는 운동 습관, 걷기] 덜 늙기 위한 운동은 약일까 독일까, 재테크 대신 몸 테크
입력 : 2025.04.18 17: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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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오래 사는 이들은 끊임없이 몸을 움직인다. 운동을 하든 안하든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다. 프랑스의 건강 조언 전문의사 지미 모하메드는 저서 ‘저속 노화를 위한 초간단 습관’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이 그리고 계속 움직일지, 어떻게 하면 모든 근육과 뼈, 신경, 힘줄을 잘 움직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신체 에너지를 잘 쓰면서 ‘인체’라는 에너지 저장소를 더 잘 채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수많은 신체적·정신적 질병의 원인이 잘 움직이지 않는 생활 습관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몸 건강을 즐거운 인생의 첫 단계로 꼽는다. 건강한 몸을 갖기 위해선 운동이 필수. 과연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까.
걷기만 해도 병이 낫는다우리 몸의 근육량은 30대 초반에 정점을 찍은 후 30대 중반부터 매년 약 1%씩 줄어든다. 30대부터 50대까지 10년간 15%씩 빠지던 근육은 60대가 넘어서며 30%씩 사라진다. 문제는 근육량이 줄면서 근감소증, 골다공증,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찾아온다는 것. 5년 내 합병증으로 사망하거나 요양원을 찾을 가능성이 정상인에 비해 5배나 높아진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저서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한빛라이프)에서 “연구를 통해 입증된 신체활동의 효능을 나열하면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을 정도”라며 “꾸준한 걷기는 뼈 밀도를 강화하고 관절의 유연성을 증가시키며, 골다공증의 위험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전하고 있다. 미국 벤터빌트 대학의 이반 브리튼 교수 연구팀은 하루 걸음 수 1000보가 늘 때마다 고혈압과 위식도역류, 우울증, 비만, 수면 무호흡 등의 위험이 약 10% 감소하고 합병증을 동반한 2형 당뇨병 위험도 30% 가까이 줄어든다고 보고하고 있다. 하루 8000~1만보 정도면 만성질환 예방 효과가, 1만보 이상이면 지속적으로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걷기에 대한 관심은 국내 걷기 열풍의 원조 격인 제주 올레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에 따르면 2012년 11월 제주올레 완주 공식 인증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2만 5560명이 27개 코스, 437㎞를 완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제주연구원이 펴낸 ‘제주올레의 경제적 가치평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시기별 방문객은 2007년 개장 첫해 3000명에서 2010년 78만 7708명, 2013년 119만 2481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팬데믹 시기에 방문객이 감소했다가 2022년 95만 6465명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누적방문객은 1170만 6320명. 지난해 9월 방문한 500명(전국 20세 이상 69세 이하)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을 살펴보면 ‘자연경관 감상 및 휴식’ 외에 ‘건강을 위한 걷기’가 주요한 방문 동기로 집계됐다.
제주올레길 그렇다면 얼마나 걷는 게 건강에 좋은 걸까. 흔히 말하는 하루 1만보의 법칙은 꼭 지켜야 할까. 최근 유럽예방심장학회지에는 하루에 2337보씩 걸으면 심장질환 발병률을 낮출 수 있고 매일 3967보를 걸으면 모든 질환에 걸릴 위험이 낮아진다고 게재됐다. 반면 웹사이트 세계의 날은 매일 1만5000보를 걸으면 단순한 운동 효과를 넘어 신체의 연료 소모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고 보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휴식 중에도 칼로리 소모가 늘고 뇌 혈류가 최대 15% 증가해 산소, 영양소 공급과 노폐물 제거에 효과적이란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2017년 3월 ‘국제비만저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17년 영국 워릭대학교 연구팀이 스코틀랜드 우편집배원 1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1만 5000보를 걷거나 7시간 이상 서 있던 이들의 건강 상태가 가장 양호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의 건강 조언 전문의사 지미 모하메드는 저서에서 “1만보라는 수치는 축구 선수인 킬리안 음바페에게는 충분치 않을 것이고, 걷는 데 어려움이 있는 노인들에게는 너무 많다”며 “지금보다 하루에 딱 1000보만 더 많이 걷는 걸 권한다”고 말하고 있다. 1964년 도쿄올림픽 당시 ‘만보케이’란 만보계를 홍보하려는 일본의 광고 캠페인에서 시작된 1만보 규칙이 건강과 체중감량에 확실히 도움이 되지만 개개인의 신체 조건에 따라 일반화할 순 없다는 설명이다.
신체활동이 활발해야 치매 위험도 뚝주당 35분, 정확히 하루 5분간 몸을 움직이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41%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국 존스 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진이 영국 국민 50만 명 이상의 건강·의료 정보가 기록된 영국 바이오뱅크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주당 36~70분간 신체 활동을 할 경우 치매 발병 위험이 60% 감소했고 71~140분 운동은 63%, 140분 이상은 69% 감소 효과를 보였다. 치매 발병률을 줄이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활동량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주당 150~300분의 중등도 운동(하루 평균 최소 20분), 주당 75~150분의 고강도 신체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연구진은 일반적인 중등도와 고강도 신체활동을 빠르게 걷기, 정원 가꾸기, 춤추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의 움직임으로 정의했다. 정희원 교수도 저서에서 “걷기는 정신건강에도 도움을 준다”며 “바르게, 그리고 긴장 없이 걷는 과정에서 여러 관절의 부드럽고 율동적인 움직임을 자각하며 풍경과 소리를 느끼고, 들어오고 나오는 호흡을 살피는 것은 그 자체로 훌륭한 마음챙김 명상이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걷고 뛰는 이들 늘자 시장도 반응스위스 러닝화 브랜드 ‘온’ 걷기와 달리기, 마라톤 등의 붐업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실제로 걷고 뛰는 인구가 늘었다. 지난해 10월 한국갤럽이 52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아웃도어 활동·실내외 운동 15종 경험률’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조깅, 마라톤 등을 했다는 사람의 비율이 32%로 2021년 23%에 비해 9%포인트나 상승했다. 신체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아지니 당연히 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러닝화 시장. 몸 건강뿐 아니라 멋까지 챙기려는 MZ세대가 늘며 특수를 맞았다. 프렌차이즈 신발 매장의 한 매니저는 “특별히 뛰기 위한 기능성 러닝화를 찾기보다 일상에서도 부담없이 착용하려는 이들이 가볍고 편한 러닝화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2021년 2조 7761억원, 2022년 3조 1289억원, 2023년 3조 4150억원으로 매년 성장세다. 업계에선 지난해 4조원을 돌파했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 중 러닝화 시장 규모만 1조원이 넘는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올해는 관련 카테고리가 세분화됐다. 우선 백화점업계는 전문관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신세계백화점은 부산 센텀시티점 지하 1층에 스포츠 슈즈 전문관을 조성했다. 현대백화점은 ‘굿러너컴퍼니’ 등 러닝 멀티숍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은 지난해 12월 입문자부터 전문가까지 구성을 세분화한 전문관 ‘러닝 스페셜티’를 개설했다. 발 모양을 진단받을 수 있는 런너스클럽, 레이스먼트 등 러닝 전문 매장도 늘고 있다. 브랜드 별로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메가브랜드 외에 프랑스 브랜드 ‘호카’와 스위스 브랜드 ‘온(On)’ 등이 주목받고 있다.
언더아머 ‘UA 호버 팬텀3’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5호 (2024년 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