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첫 IFEA 명예의전당 헌액, 정강환 세계축제협회 아시아 회장

    입력 : 2025.09.24 08:53:55

  • 22~24일 美 팜스프링스서 열린
    세계 총회 70주년 맞춰 등재식
    ‘新야간경제’ 지방소멸해법 제시
    ‘K-축제·한류 시너지’ 기대 증폭

    한국인이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세계축제협회(IFEA World) 명예의전당(Hall of Fame)에 올랐다. 정강환 배재대 관광축제한류대학원장(60)이 그 주인공이다. BTS와 블랙핑크에 이어 데몬헌터스로 대표되는 ‘K-팝’ 열풍과 함께 ‘K-축제’가 전 세계 시장을 노크하면서 나온 쾌거다.

    정 원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엠파이어 광역권의 팜스프링스에서 열린 세계축제협회 70주년 행사 첫 날인 22일(현지시간) 세계 축제인과 미국 50개주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명예의전당에 헌액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로써 정 원장은 지난해 8월 명예의전당에 오른 미국의 번비애트 박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행사 참가자들은 이날 정 원장의 명예의전당 등재 기념영상과 함께 정 원장의 업적과 한국·아시아 축제산업의 성과를 전세계에 소개하는 자료를 보며 정 원장의 수상 소감을 관심 있게 들었다.

    정강환 세계축제협회 아시아지부 회장이 세계축제협회 명예의전당에 헌액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정강환 세계축제협회 아시아지부 회장이 세계축제협회 명예의전당에 헌액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정 원장의 수상은 아시아인으로서는 지난 1956년 IFEA가 미국 뉴욕에서 축제관리자협회로 출발한 이후 69년만에 처음이자 1992년 명예의전당 등재가 시작된 지 33년 만에 처음이다. 그간 67명의 수상자 가운데 53명이 미국인이었고 영국과 네덜란드가 각 3명, 호주와 캐나다가 각 2명, 프랑스·아일랜드·남아프리카공화국이 1명씩 배출되는데 그쳤다. 이번 헌액식은 지난 90여년간 백인들을 중심으로 유지되던 벽을 아시아인이 넘어서는 역사적인 순간이자 K-페스티벌의 국제적 위상을 새롭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세계축제협회 명예의 전당 헌액식후 정강환 회장(가운데)이 협회 차기 의장인 미국 패서디나 장미 퍼레이드의 데이빗 이즈 CEO(왼쪽)와 현재 의장인 축제 전문기업 디페스트의 바네사 반 데 퓨트 CEO와 포즈를 취했다.
    세계축제협회 명예의 전당 헌액식후 정강환 회장(가운데)이 협회 차기 의장인 미국 패서디나 장미 퍼레이드의 데이빗 이즈 CEO(왼쪽)와 현재 의장인 축제 전문기업 디페스트의 바네사 반 데 퓨트 CEO와 포즈를 취했다.

    이날 행사는 전세계 50여개국 회원을 보유한 세계축제협회가 70주년을 기념하는 월드컨벤션 자리에서 열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IFEA는 지난 3월 21일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 축제도시 지정식과 페스티벌 어워즈에 맞춰 등재 소식을 처음 알린 바 있다.

    IFEA 명예의 전당은 세계축제계의 최고 영예이자 권위 있는 시상으로 ‘훌륭한 사람들, 훌륭한 경력 그리고 충분히 좋은 것을 넘어 모든 것을 필요한 것도 더 좋게 만드는데 집중하는 능력’을 기린다. 매년 축제 분야에 탁월한 작업과 업적을 올리고, 축제·이벤트 산업에 상당한 공헌과 지역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온 인물에게 수여된다. 정 원장의 수상은 국내를 넘어 한국 및 아시아 축제에 대한 관심을 한층 증폭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축제협회는 정 원장에 대해 ▲IFEA 네트워크 범위를 아시아 10개국으로 확대 발전시키고 ▲전 세계 축제전문가들의 교류와 정보 및 벤치마킹 협력 강화한 데 더해 ▲K 페스티벌 및 아시아 대표축제의 브랜드 강화 ▲배재대 관광축제한류대학원의 축제 인재 배출과 학술적 성과(IFEA 7년 연속 베스트 석·박사 프로그램 금상 수상) 등을 높이 평가했다.

    정 원장은 지난 1993년 배재대 관광축제대학원 교수로 부임한 후 축제계의 계몽운동격인 ‘지역개발형 트렌드’를 접목시켜 도시재생과 지역발전을 이끄는 성과를 올렸다. 이 접근법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저출생·고령화·지방소멸 위기’ 해법으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정 원장은 보령 머드축제, 진주 남강유등축제, 광주동구 충장축제, 대전 서구 힐링아트페스티벌, 금산 인삼축제, 김제 지평선축제 등 기획·개발에 관여했다. 정 원장이 시작한 서울 정동야행은 국가유산청의 문화재야행(국가유산야행)으로 발전해 ‘야행 트렌드’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들 축제는 국내 대표적 축제 성공사례로 꼽힌다.

    정 원장은 캐나다 윈터루드 페스티벌과 미국 맥알렌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중국 칭다오 맥주 축제, 아일랜드 더블린‧슬라이고의 신야간경제 모델,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축제, 태국 로이크라통 축제 등 해외 유수의 축제들과 교류 협력의 발판도 마련했다. 지난 2019년부터는 IFEA 아시아지부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물길은 더욱 넓어졌다.

    정 원장은 “지난 3월 경주 총회에서 등재 소식을 알게 된 데 이어 IFEA 70주년 기념식에서 공식 시상까지 받으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아시아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것은 개인적 영예를 넘어서 한국과 아시아 축제산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축제와 신야간경제가 지역 발전과 대한민국 경쟁력 강화의 핵심동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지난 1987년 미국 위스콘신대 관광학 석사와 미네소타대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1993년부터 배재대 관광축제한류대학원을 이끌며 박사 26명과 석사 100여 명 등 축제전문가·리더를 양성했다. 메가이벤트·축제경영·야간축제 관련 저서 7권, 학술논문 80여 편 등 저술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벌여 왔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한류의 영역을 다양한 분야로 넓혀가기 위해 제반 정책을 정비 중”이라며 “K-팝 열기가 K-한글, K-축제로 확산돼 국내 축제‧관광산업 발전의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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