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향자 무소속 의원·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 “칩4 참여 불가피… 중국과도 협력관계 구축”

    입력 : 2022.09.05 15:49:09

  •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미중 분쟁 심화까지 겹친 탓이다. 두 나라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우리나라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8월 초 반도체 산업 지원과 인력 양성을 위한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법안인 ‘K칩스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을 주도한 양향자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이하 반도체특위) 위원장(무소속)을 만나, 현재 반도체 산업의 현실과 이를 타개할 방안에 대해 물었다. 양향자 의원은 사실상 국회 내 유일한 반도체 전문가다. 같은 이유로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무소속 의원인데도 여당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맡게 됐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
    양향자 무소속 의원·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
    ▶반도체특위가 마무리됐습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특위 출범 이후 약 한 달여간 쉼 없이 달린 끝에 ‘K칩스법’을 발의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8월 4일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법안 마련 과정에서 업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어요. ‘K칩스법’에선 경쟁국에 버금가는 지원책 마련에 힘썼습니다. 이번 반도체특위가 법안을 마련하는 시즌 1이었다면, 하루빨리 법안을 통과시키고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예산집행과 구체적인 지원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상설특위 설치를 통한 실질적인 시즌 2를 시작해야 하는데, 여야 막론하고 정치적인 상황이 좋지는 않습니다. 상설특위를 통해 여·야·정과 산·학 논의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촌각을 다투는 일이에요.

    ▶반도체 위기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얘기가 있긴 했습니다.

    ▷저는 나스닥 상장기업 시가총액을 통해 경제력과 국방력, 외교력 등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소위 100조 기업이 몇 개냐가 국력을 결정하는 시대입니다. 테슬라의 예를 들어보죠. 2020년 223조원이었던 시가총액은 2022년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쟁사라는 TSMC는 2020년 362조원이었던 시가총액이 600조원을 넘어섰어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도 등락이 있지만 길게 보면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메모리 분야에선 절대강자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선 점유율이 3% 정도에 불과해요. 1위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은 반도체를 내재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 딱 하나에 기술패권을 가지고 있어요. 이걸 뺏기면 기술 속국이 될 수 있습니다.

    ▶관련해서 미국 주도의 칩4 동맹 가입을 두고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입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사실 한국이 메모리 강국이라고 해도 미국의 원천기술과 장비 없이는 반도체 라인 하나 증설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칩4 동맹 참여는 우리에게 불가피한 선택이에요. 뒤떨어진 기술과 제품으로는 안전한 공급망을 구축할 수 없습니다.

    대신 칩4가 미국에는 대중국 제재가 아니고 보편적 가치 실현에 대한 노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달라고 할 필요가 있어요. 중국에도 우리의 칩4 참여가 중국 국익에 부합된다는 점을 설득해야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위상을 감안해 미국의 기술과 중국의 시장 모두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중국과도 협력관계로 가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초격차 기술을 통해 주도권을 가지는 게 숙제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가 없습니다.

    ▶K칩스법에서 세제 혜택을 대폭 늘렸습니다. 대기업에 세금만 줄여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치고 나갈 수 있는 길을 늘려줘야 합니다. 장비 한 개 팔 거 두 개로 늘면 소부장 기업들도 성장해요. 결국 매출이 늘어나면 생산성도 높아지고 세수도 확보됩니다. 대기업 특혜가 아닙니다. 정확한 데이터도 없이 막연하게 세금만 얼마 깎아준다는 식의 비판이 어떻게 나온 건지 궁금합니다. 글로벌 경쟁국가들은 훨씬 더 지원해주고 있어요. 기술 속국이 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죠. 언제까지 이런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만 봐야 하나요. 집안 가계를 운영할 때도 5년 뒤 계획을 세우면 다달이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이 나옵니다. 5년 후, 10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고 로드맵을 확실히 세워야 합니다. 사실 3년 전에 일본의 수출 규제로 반도체 소부장 위기론이 있었지만, 반대로 대한민국의 반도체가 일본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됐습니다. 이번 위기를 국민적 힘을 모으는 계기로 삼아야 해요.

    사진설명
    ‘K칩스법’은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대기업의 경우 6%에서 20%로 ▲중견기업의 경우 8%에서 25%로 ▲중소기업의 경우 16%에서 30%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이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 금액을 초과해 투자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5%를 추가 공제해준다. 이렇게 하면 미국의 반도체 육성법에 담긴 세액공제율 25%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반도체 전쟁의 핵심은 시스템 반도체인 것 같습니다. 논의된 산업육성은 결국 파운드리 산업에 방점을 뒀다고 봐야 할까요.

    ▷한 산업 생태계의 기술 기둥을 세우는 데는 15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1977년도에 시작된 PC가 1992년도 디지털 혁명을 이끌었어요. 그로부터 15년 후 모바일 혁명도 반도체 기술 혁신이 기반이 됐죠. 모든 기술이 융합되면서 모바일, 모빌리티 등 모든 산업이 컨버전스화됐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기 비메모리 영역의 반도체 수요 증가가 더 커질 수밖에 없어요. 메모리 반도체만 가지고는 기술 강국이 될 수 없습니다. 바이오, 배터리, 자동차 등 모든 분야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비메모리 반도체, 특히 파운드리 산업에서 TSMC 다음으로 잘할 수 있는 곳이 삼성입니다. 삼성으로서는 현 상황이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 지원은 한 산업, 한 기업을 지원하는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국가 대개조 프로젝트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TSMC와 격차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인재가 부족해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에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파운드리나 팹리스 쪽 이공계 인력 양성은 그동안 없었다고 보면 됩니다. 이를 감안해 이번 법안에서 인력 양성 확대를 최대한 이끌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일부에서 결국 인력의 수도권 쏠림이 심해진다고 하는데, 반도체 산업은 수도권과 지방의 구도가 아닌 국가 전체의 그랜드 플랜을 봐야 합니다. 더 이상 거리상의 기준으로 반도체 산업을 봐라봐선 곤란합니다.

    두 번째는 국가 지원의 문제입니다. 결국 정부가 그랜드 플랜을 마련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팹리스 사업만 해도 기업은 물론 과기부, 산업부, 노동부, 교육부 등이 협력해서 생태계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17개 지자체가 반도체 클러스트를 하겠다고 합니다. 다 할 수가 없죠.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과 산학협력 모델 첨단 기술이 균형적으로 발전하게 하기 위한 클러스트 지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정부가 전문가들과 협력해서 제대로 된 협의가 이뤄진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책이 나올 수 있어요.

    ▶반드시 뽑아야 할 반도체 규제 대못이 있다면요.

    ▷지난 2015년 착공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경우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송전선로 건설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5년이 걸렸고,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용인 캠퍼스도 용수 문제로 착공에 난항을 겪는 상황입니다. 물론 정부와 지자체에선 일방적으로 손해를 입어가면서 기업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겠으나 이런 선례들이 계속된다면 국내 기업의 오프쇼어링(해외진출)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고 이는 국내 산업의 쇠퇴로 이어집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하고 절차적인 해결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전반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범부처 차원의 컨트롤타워 설치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과학기술 중심 국정운영을 위한 과학기술부총리제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봐요. 특히 반도체 같은 새로운 과학기술 분야의 미래 먹거리를 전략적으로 찾아 투자하고 키우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수적입니다. 부총리제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양 의원은 최근 여야 정치권에도 날을 세웠다. 여당 내분과 야당의 대표 선거 과정에서 국가의 미래보다는 내부 다툼, 권력 잡기 스토리만 난무한다는 것이다. 양 의원은 “반도체 산업은 정파와 이념이 없는 산업이다. 자칫 정치적인 잣대로 접근하는 것은 정치를 넘어 경제까지 위험으로 몰아가는 일이다”라면서 “하루빨리 법안 통과는 물론 국회 차원의 상설특위로의 승격이 이뤄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She is… 1985년 고졸 학력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해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임원 자리까지 올랐다. 회사를 다니면서 한국디지털대 인문학 학사, 성균관대 대학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 석사를 받았다. 2014년 1월부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설계팀 상무이사로 근무하다 2016년 1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에 당선했다. 지난해 민주당 반도체기술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한 데 이어 올 6월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김병수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4호 (2022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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