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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코멤텍 대표 | 국내 최초 수소연료전지용 MEA 양산 구축, 가격 경쟁력 확보로 글로벌 시장 도전장
입력 : 2022.01.05 11: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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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코멤텍 대표
PTFE는 화학물질이나 260℃의 고온, –260℃의 저온에 노출돼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재다. 기존의 폴리프로필렌(PP)이나 폴리에틸렌(PE) 등의 소재는 화재나 폭발에 약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별도로 보호 필름을 덧씌워야 하는 수고가 필요했다. 반면 PTFE는 열과 냉기에 모두 강하다. 산이나 알칼리 등에 노출돼도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덕분에 대기용 필터와 수처리 필터, 보건용 의류, 연료전지 강화막 등 쓰임새도 여러 곳이다. 개발 초기 대기 중에 먼지를 흡착하는 필터에 집중하던 코멤텍은 연료전지 스택(Stack) 중 약 20%의 비용을 차지하는 전해질막 분야로 시선을 돌리며 국산화가 어렵다던 수소차 연료전지의 전해질막 분야에서 기술력을 입증했다.
자체 개발한 PTFE의 안전성이 코멤텍의 가장 큰 무기이자 기회였다. 서울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성철 코멤텍 대표는 “작은 벤처기업이 글로벌 대기업들과 일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기술력 덕분”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사실 PTFE 전해질막은 그동안 미국 기업 고어사(W.L. Gore & Associates)의 전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70년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후 40여 년간 전 세계 시장을 거의 독점해왔다. 이러한 시장 상황은 현재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고어사의 전해질막을 쓰는 건 이젠 공공연한 비밀이다. 코멤텍은 이러한 시장에서 국내 H사와 일본의 T사 등 완성차 업체들과 10년 이상 수소연료전지 부품 공급 계약과 공동 개발협약을 진행 중이다.
김성철 대표는 “사실 공급 계약이나 협약의 규모가 크진 않아 매출 면에서 비중이 높진 않다”며 “벤처기업이 세계 시장에 이름을 내고 점유율을 높이는 데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이 여전히 걸음마 단계인 것도 걸림돌 중 하나. 차 시장이 좁으니 부품 시장도 작고 폐쇄적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저희 제품이 한발 앞서있다고 자부합니다. 왜냐하면 후발 주자의 제품이 기존 제품을 상회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받아주질 않거든요. 게다가 엄청 쌉니다. 기존 제품이 1m에 200~300만원이라면 저희 제품은 그의 반값이에요. 싸고 좋은 제품이, 그것도 국산화에 성공한 제품이 있다는 걸 널리 알려주십시오. 벤처기업이 숨 쉴 수 있는 문이 열려야 합니다.”
현재 13명으로 늘어난 직원 중 9명이 개발인력, 제품 설계는 지금도 하나부터 열까지 김 대표가 직접 진행하고 있다. 현재 코멤텍은 수소연료전지 전해질막의 실증 시험을 넘어 양산 설비를 확충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코멤텍의 전해질막은 자동차부품연구원이 시행한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고, 미국 에너지국(DOE)이 설정한 기계·화학 내구성 기준에 부합하며 대외적으로도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그런가 하면 최근엔 반도체 클린룸 고성능 필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코멤텍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일환으로 전략 핵심소재 자립화를 위한 정부 개발 과제인 ‘반도체 클린룸 공기질 관리용 공조소재 개발’ 1단계 사업을 통해 국내 최초로 확장형 PTFE 분리막(멤브레인) 기반의 고성능 헤파(HEPA)·울파(ULPA) 필터를 개발했다.
▶MEA 시장 선점 노려 코멤텍은 현재까지 산업은행, 한국과학기술지주 등 7개 투자기관에서 총 1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김 대표는 “이번 SGI의 투자를 계기로 MEA(막전극접합체) 시장과 고성능 필터 시장으로의 전략적인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업계에선 김 대표가 밝힌 MEA 시장 진출에 주목하고 있다.
연료전지 부품 가운데 연료전지 스택(Stack)은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전기 생산을 담당한다. 연료전지 발전효율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가격 비중도 가장 높다.
특히 스택 내부에서 가장 비싼 부분이 막-전극 접합체(MEA·Membrane-Electrode-Assembly)다. 업계 전문가들은 “소재, 부품, 장비 등 이른바 소부장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연료전지용 핵심부품인 MEA 기술의 선진화가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코멤텍 제1공장, 코멤텍 제2공장
김 대표는 “무엇보다 자사가 자체 생산한 막으로 MEA를 제조하게 되면 성능이나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며 “이러한 기술과 가격적인 면을 활용해 완성차 시장 대신 버스나 트럭 등 대형차와 발전용 설비, 이동형 모빌리티에 우선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수소연료전지의 고부가가치 분야를 모두 선점해 가격은 낮추고 성능은 높인 최상의 제품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복안이다.
김성철 대표는 “현재 KB증권과 함께 기술특례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며 “2022년엔 상장과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6호 (2022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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