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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일선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2035년 세계 최강국’ 꿈꾸는 중국 “10년 칼 가는 심정으로 핵심산업 육성”
입력 : 2021.03.29 10: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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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주요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2.3%)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중국이 세계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17%를 넘었다. 미국과의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중국의 GDP는 미국의 31%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의 70%를 넘어섰다. 각종 연구기관들은 오는 2028년이면 중국 경제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중국이 미국 추월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공개했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로 불리는 ‘양회(兩會)’에서 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과 2035년 장기 발전 전략방안을 확정한 것이다. 양회를 구성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지난 3월 4일부터 11일까지 약 일주일간 개최됐다. 통상 보름 정도 열리는 양회가 코로나19로 인해 기간을 단축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양회에서 중국은 많은 메시지를 쏟아냈다. 3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올해 중국의 전략을 분석해본다.
3월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체회의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채권 발행을 통한 재정 지출 규모도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인프라 시설 투자에 주로 쓰이는 지방정부의 특수목적채권 발행 한도는 작년의 3조7500억위안보다 소폭 낮아진 3조6500만위안으로 책정됐다. 중국 정부는 또 작년 사상 최초로 경기 부양 목적으로 1조위안 규모의 특별 국채를 발행했는데 올해는 특별 국채를 따로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중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거론되는 부채 문제도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 속도조절에 나선 배경이다. 사회과학원 산하 싱크탱크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에 따르면 작년 말 중국의 총부채 비율은 270.1%로 전년 말보다 23.6%포인트 상승했다. 상승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이 돈을 급격히 풀던 2009년(31.8%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중국 정부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의 왕준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둘러싼 격렬한 논의가 있었다”며 “주된 목표는 레버리지를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너무 빠르게 (긴축) 정책을 펼치면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2035년까지 중장기적 목표로는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반도체 ▲뇌과학 ▲유전자 및 바이오기술 ▲우주심해 탐사 ▲임상의학 및 헬스케어 등 7대 분야에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내용이 제시됐다. 특히 리커창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중국의 ‘기술자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리커창 총리는 “10년 동안 단 하나의 칼을 가는 심정으로 핵심 영역에서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과학기술 종사자들이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부담을 확실하게 덜어주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핵심기술 산업을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십년마일검(十年摩一劍)’의 자세로 미국을 극복하겠다는 얘기다. 기술 자립에 보다 속도를 내기 위해 외국인 인재 영입도 확대하기로 했다. 먼저 해외 고급 인재와 전문가들이 중국에서 보다 쉽게 일을 할 수 있게 영주 체계 등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한 숙련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구축해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일터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싱크탱크 세계화센터의 왕후이야오 주임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미국과의 탈동조화와 기술 경쟁 심화에 직면한 중국은 해외 고급 전문가가 많이 필요하다”며 가장 시급한 분야로 반도체와 친환경에너지 등을 꼽았다.
중국은 그동안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려야 한다(愛國者治港)’는 명분을 앞세워 홍콩 수반인 행정장관 선출제도를 포함한 선거제도를 대폭 바꾸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애국자’는 사실상 친중 세력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홍콩인의 홍콩 통치(港人港治)’를 기본으로 하는 ‘일국양제’ 원칙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시진핑 국가주석의 리더십은 이번 양회를 통해 보다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18년 ‘국가주석직 2연임 초과 금지’ 조항을 삭제해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중국은 이번 양회가 끝나면 오는 7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시 주석 중심 권력체제를 대내외에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그해 10월에는 당 대회가 개최되면서 시 주석의 장기집권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손일선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7호 (2021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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