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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코로나19 이후 V자형 U자형 L자형? 中 경제 회복에 대한 상이한 시각
입력 : 2020.05.27 15: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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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도부는 지난 5월 21일 개막한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코로나19 극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한편 ‘경제 정상화’에 대한 의지도 재차 드러냈다.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보고된 지난 1월 하순 이후 4개월 만이다. 이제 중국 지도부의 이목은 본격적인 ‘경제 살리기’에 쏠려있다.
중국의 경제 정상화 작업은 코로나19 추세 시기별로 ▲확산 국면(1~3월) ▲소강 국면(4~5월) ▲전염병 극복 메시지를 던진 양회 이후(5월 하순~) 등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각 단계별로 중국 당국은 정책 노림수를 달리했다. 우선 코로나19 확산이 빠르게 진행됐던 지난 2월부터 중국 당국은 ‘생산 재개’를 유도하면서 전염병 여파로 망가진 공급망을 복구하는 데 힘을 쏟았다. 코로나19 쇼크를 공급 측면 충격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전염병 확산 위기 상황에서도 기업의 조업 재개를 밀어붙였다. 3월 들어 중국의 강력한 통제는 코로나19 신규 환자 수 제어와 생산 정상화로 서서히 발현됐다. 그러다 전국 생산 재개율이 95% 수준에 다다른 4월 초부터 중국 당국은 2단계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소비 변수를 자극하는 총수요 정책을 꺼내든 것이다. 중앙 부처와 지방정부는 소비 진작을 위해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소비 쿠폰 발행, 야간경제 활성화 추진, 2.5일 탄력 휴식제(월~금 오전까지 근무)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코로나19 시국에 오프라인 소비 활동이 크게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소비를 부추길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다. 중국 경제 전문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가 지난 4~5월 발급한 온라인 소비 쿠폰 규모는 30억달러(약 3조7000억원)에 달한다. 중국은 노동절 연휴(5월 1~5일)도 소비 촉진의 기회로 삼았다. 상하이시 정부 주최로 열린 초대형 소비 축제인 ‘5·5 쇼핑 페스티벌’에서도 매출 100억위안(5월 4일 오후 8시~5월 5일 기준) 성과를 거뒀다.
중국 내부에선 2단계까지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제어하고, 정책 효과가 경제에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무렵 일부 중국 언론들이 ‘V자형’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3단계로 접어든 현 시점에서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5월 들어 생산, 소비, 투자, 수출입 등 주요 경제 지표들이 속속 발표됐는데 시장의 예상보다 회복 속도가 더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나아가 최근 중국 당국이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언급을 강조하면서 더욱 강력한 부양책을 꺼내들자 일각에선 그만큼 현 중국 경제를 둘러싼 경착륙 위기감이 크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지난 5월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주요 지표들을 발표했는데 경제 변수마다 다소 상이한 회복 온기를 풍겼다. 생산 변수는 회복 궤도에 진입한 반면 소비와 투자 변수는 코로나19 한파의 늪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전망치(1.5%)를 크게 웃돈 수치다. 4월 산업생산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늘어났다. 산업생산 증감률은 지난 1~2월 -13.5%로 주저앉았다가 3월 -1.1%를 기록한 뒤 4월 들어 플러스로 돌아섰다.
하지만 소비 촉진 정책 덕에 ‘온라인 소비’가 활기를 띠어도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오프라인 소비’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온전히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회복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은 비단 소비뿐만 아니라 투자, 수출입 등 기타 경제 변수에도 적용된다. 이렇듯 중국 당국의 궁극적인 고민은 통제 불가능한 코로나19가 야기하는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각종 변수의 정상화 속도를 높여나갈지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중국이 3단계 전략으로 사실상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이유다. 중국은 양회 전후로 적극적 재정정책의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강력한 ‘돈 풀기’ 신호를 내비친 바 있다.
상하이에서는 최초로 대규모 ‘5·5 쇼핑 페스티벌’ 상업 판촉 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전자상거래와 오프라인 매장의 융합을 실현해 소비 잠재력을 끌어내고 소비를 회복했다.
[김대기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7호 (2020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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