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승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투자의 귀재’ 버핏 회장마저 손을 든 코로나19

    입력 : 2020.05.27 15:53:02

  • 대표적인 성공한 주식 투자자를 꼽으라면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그도 코로나19 충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5월 2일 버크셔 해서웨이는 코로나19로 투자 평가손이 발생하면서 1분기(1~3월)에 497억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주식이 급락해 보유 중인 주식의 평가손이 반영된 탓이다. 특히 버핏 회장은 “항공 산업의 미래가 매우 불확실하다”며 “미국 4대 항공사의 지분 전체를 매각했다”고 밝혀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경제활동이 재개되며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진 데 영향을 받아 5월 15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60.08포인트(0.25%) 상승한 2만3685.42에 거래를 마쳤다.
    경제활동이 재개되며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진 데 영향을 받아 5월 15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60.08포인트(0.25%) 상승한 2만3685.42에 거래를 마쳤다.
    버핏 회장의 사례만 놓고 보면 증시 비관론에 빠질 수 있지만 5월 들어선 다소 긍정적인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나스닥지수가 5월 8일 9000선을 회복하는 등 미국 뉴욕 증시가 점차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던 미국 뉴욕 증시는 코로나19 사태 충격 영향권에 들어간 지난 3월에는 최악 수준의 급락장세를 보였지만 4월부터 점차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기록했던 최고치(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2만9551, S&P500지수 3386, 나스닥지수 9817)에는 아직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나스닥지수가 5월 들어 뉴욕 증시의 3대 주가지수 가운데 처음으로 연초 대비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서는 등 훈풍이 불고 있다.

    월가에서는 증시 상승 랠리가 지속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최악의 경제지표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어 실물경제와 증시 간 괴리 현상이 심한 것이 가장 큰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증시 상승 랠리에 한계가 있더라도 일단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4월 한 달 기준으로만 본다면 역대급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4월 한 달 동안 12.7% 올랐다. 월간 기준 상승 폭으로는 1987년 1월 이후 최고이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 번째다. 다우지수도 11.1%의 상승세로 1987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도 15.5%의 상승으로 2000년 6월 이후 최고의 한 달을 기록했다. 증시 급변동성이 사라진 것도 긍정적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지난 3월의 경우, 미국 뉴욕 증시가 10% 이상 급락하는 등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22.6%)’ 이후 최대 폭락세를 보이면서 ‘증시가 개장하는 것이 겁난다’는 공포가 확산돼 임시 휴장 필요성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5월 들어 ‘공포 지수’로 불리는 변동성 지수(VIX)가 두 달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증시가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VIX는 5월 11일 27.57을 기록했다. 이는 2월 26일 이후 최저치다. VIX는 코로나19 충격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난 3월 16일 82.69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증시 반등의 힘은 무엇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돈 풀기’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도입했던 제로금리, 양적완화(QE) 정책을 재가동하는 한편 대기업에 대해선 회사채를 사들이고, 중소기업에 대해선 메인스트리트 대출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실행에 옮겼다. 특히 회사채 시장에서는 ‘정크본드(투기등급)’까지 영역을 넓혔다. 코로나19 사태로 갑작스럽게 투자등급 바로 밑으로 떨어진 ‘폴른 에인절(fallen angel)’ 등급으로 한정하기는 했지만 투기등급까지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더구나 4월 말부터 주(州)별로 점진적인 경제 재개에 나서면서 미국 전역이 경제활동 재가동에 들어간 것도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1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대략 2달여 만에 경제가 점진적으로 재가동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증시에서 기술주 종목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넷플릭스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 상황에서 재택근무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증시 반등에 대해 다소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주식 시장은 경제가 아니다”라며 “주가는 탐욕과 공포 사이의 진동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경제성장률과 상관관계가 느슨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채권 금리가 지나치게 낮아진 탓에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은 5월 13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화상 강연에서 “(향후 경제상황이) 매우 불확실하고 심각한 하방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5월 13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화상 강연에서 “(향후 경제상황이) 매우 불확실하고 심각한 하방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증시가 실물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지나치게 선반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신중론도 나온다. 보다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5월 11일 “S&P500지수가 3개월 내 2400까지 떨어지고 연말쯤에 3000선까지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하반기 미국 경제가 ‘V자형’ 반등보다는 ‘나이키형’ 회복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2차 유행’에 대한 불안감, 뉴노멀이 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경제가 사태 이전의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4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5월 8~12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문가들의 68.3%는 향후 경기 회복이 나이키 상징인 ‘스우시(Swoosh)’ 형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V자형’의 강한 반등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얘기다. 특히 이들은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1분기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전기 대비 연율 기준)이 -4.8%로 집계돼 2008년 4분기 이후 최악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앞으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4월 실업률도 14.7%로 폭등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핵심 당국자들조차 실업률이 앞으로 20%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최악의 경제지표들이 발표될 때마다 증시는 또다시 출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용승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7호 (2020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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