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SEAN Trend] 항공기 부품 산업 전진기지로 뜨는 아세안
입력 : 2019.07.31 10:35:27
-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항공 수요 증가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선점하고 미래 산업인 항공 우주 분야의 역내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한 아세안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항공기 제조사들이 노동집약형 부품 제조의 거점을 아세안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있어 이와 관련된 우위를 점하려는 노력들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는 저비용 항공사 증가 등 역내 항공산업의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한몫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닛케이 아시안 리뷰에 따르면 지난해 아세안 지역의 전체 항공 우주 관련 산업은 140억달러 규모로, 같은 기간 일본은 167억달러에 육박한다. 다만 주로 유지 보수 등의 비중이 높다.
이와 관련해 최근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국가는 말레이시아다.
코트라 쿠알라룸푸르 무역관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항공·우주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2030년까지 동남아지역의 맹주가 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에어라인
이 같은 말레이 정부의 의지는 실제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무역관에 따르면 2012년 5억6000만달러 규모에 불과하던 말레이시아의 항공·우주 분야 수출은 2018년에는 21억2500만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대상 국가도 항공 선진국인 미, 영, 프랑스는 물론 중국, 싱가포르 등으로 다변화됐다. 외국의 투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항공·우주 산업에 총 2억여 달러가 투자됐는데, 이 중 41%가 외국인 직접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다국적 기업의 공장 투자 및 시설확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말레이시아에 투자하고 있는 항공·우주 산업 분야 다국적 기업은 에어버스(Airbus), 스프릿 에어로시스템즈(Spirit AeroSystems), 허니웰 에어로스페이스(Honeywell Aerospace Avionics), 제너럴 일렉트릭(GE) 등이 있다.
말레이 정부는 자국이 제시한 조건들을 충족하면 5년간 법인세 70% 감면, 5년간 자본재 구입비 보조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코트라는 “다국적 기업의 투자로 인해 공학, 전자, 복합재료, 시스템통합, 유지보수 등 첨단기술의 이전이 추진되고 있고, 연구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인근 국가들은 경계심을 나타내며 자국 항공 산업을 육성하는 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실 아세안 항공 산업의 선두주자는 싱가포르다. 업력이 오래돼 관련 인프라가 튼튼하다. 항공 전문 산업단지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미국의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프랫앤휘트니(Pratt&Whitney) 등 60개 이상의 항공 관련 내 외국인 기업들이 포진해 있으며 역내 연구 조사, 제조, 유지 보수 등의 업무를 선도하고 있다. 관련 종사자만 60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유지 보수 등을 포함해 항공 관련 사업 수입으로 80억달러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30억달러에 그쳤다.
필리핀도 2022년까지 항공 우주 수출을 지금보다 4배 이상 늘릴 계획을 잡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글로벌 공급 사슬에서 아세안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역내 산업 자체는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비행기 부품은 자동차보다 100배나 많고, 이는 상당한 기술적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코트라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2037년까지 항공기 4만1000대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아태지역의 항공기 공급 물량은 1만6000대로 추산되고 동남아지역에는 약 4000대의 항공기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7호 (2019년 8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