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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2년새 스타벅스 쫓아온 中 루이싱커피, 절반 값에 주문~배달 ‘원스톱 서비스’
입력 : 2019.07.31 10: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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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중국 선전에 위치한 드론 업체 DJI 본사 1층. 이 회사 관계자와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터라 잠시 앉을 공간을 찾던 중 1층 구석에 있는 커피숍을 발견했다. 커피숍 이름은 ‘루이싱커피(咖㗑·Luckin Coffee)’. 언론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중국판 스타벅스’라고 평가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매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외관상 받은 첫 느낌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얼핏 보기에 10~15평 남짓의 작은 공간에 바리스타 1명이 카페를 지키고 있었다. 커피숍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루이싱커피 매장에서 아이스 카페라테를 주문하려고 하자 바리스타는 대뜸 “첫 방문이냐”고 물으며 모바일에서 루이싱커피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 받으면 “첫 잔이 공짜”라는 말을 건넸다. 무료 커피를 손에 쥐기까지는 2~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며 루이싱커피에 대해 모바일 검색을 하던 중 DJI 직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루이싱커피 매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매장에서 주문이나 결제도 하지 않은 채 미리 준비된 커피 네 잔을 받아들고 곧장 사라졌다.
호기심에 카페를 다시 찾아 주문 시스템에 대해 물었다. 이 바리스타는 “절대 다수의 손님들이 모바일 앱을 통해 주문과 결제를 진행하고, 테이크아웃을 하거나 배달을 받고 있다”며 “대부분 할인 쿠폰을 이용하기 때문에 커피 가격이 저렴하고, 앱 주문 뒤 18분, 배달의 경우 30분 이내에 커피를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매장에서만 하루 적게는 200잔, 많게는 500잔 정도의 커피가 팔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매장을 방문했던 다음날 스마트폰 문자를 통해 42% 할인 쿠폰이 도착해 있었다. 루이싱커피에서 카페라테 한 잔(중간 사이즈 기준)의 정가가 24위안(약 4110원)인 점을 감안하면 할인 쿠폰을 이용해 약 14위안(약 2400원)에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같은 종류와 크기의 커피를 스타벅스에서 마시려면 31위안(약 5300원)을 내야 한다. 루이싱커피가 스타벅스에 비해 절반 이하의 커피 가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최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중국 커피 시장을 놓고 루이싱커피가 스타벅스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발 주자인 루이싱커피가 1999년 중국 시장에 진출해 한때 점유율 75%(2016년)를 차지했던 스타벅스의 경쟁상대로 평가받는 이유는 단순히 적당한 맛과 싼 가격 이외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싱커피의 행보를 살펴보면 ▲규모의 경제 우선주의 ▲현대 중국인의 심리 공략 ▲모바일 플랫폼 전략 등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루이싱커피는 2017년 10월 베이징 갤럭시소호에 1호점을 내며 영업을 시작한 신생 커피 브랜드다. 하지만 올해 6월 25일을 기준으로 루이싱커피는 중국 전역 28개 도시에 2698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설립 이후 ‘20개월’ 동안 매달 135개씩 새로운 점포를 오픈한 것이다.
루이싱커피의 미래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중국 커피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워낙 커 루이싱커피도 수혜를 입을 것이란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치열한 경쟁과 누적 적자의 부담 탓에 지금까지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나가지 못할 것이란 신중론도 공존하고 있다. 궈타이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0.13㎏으로 미국(10.4㎏)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나아가 작년 중국의 커피 소비 증가율은 세계 평균 증가율(2%)보다 10배 높은 20%를 기록했다.
[김대기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7호 (2019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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