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승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링컨센터·매디슨스퀘어가든 등 뉴욕 대표 명소 달구는 K팝

    입력 : 2019.07.29 17:14:48

  • 매디슨스퀘어가든(MSG), 링컨센터, 제이콥 K. 재비츠 컨벤션 센터…

    미국 뉴욕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공연장·문화예술전당에서 잇따라 한국 문화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이는 그만큼 K팝 등 한국 문화가 미국에서도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로 주목된다. 미국 주요 현지 언론들도 이와 관련된 보도를 내놓고 있어 한국 문화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7월 6~7일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MSG와 재비츠 컨벤션 센터는 한류 열풍에 휩싸였다. MSG는 K팝 공연으로, 재비츠 컨벤션 센터는 K푸드, K뷰티, K패션 등 K라이프스타일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CJ ENM이 주최한 세계 최대 규모의 K컬처 축제인 ‘케이콘(KCON)’을 즐기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렸기 때문이다. 케이콘은 CJ ENM이 2012년부터 북미, 중동, 유럽, 중남미, 아시아 등지에서 한류의 세계화를 목표로 매해 개최하는 행사다. ‘한국 문화를 수출하겠다’는 취지로 전 세계를 돌며 진행하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케이콘이 MSG와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아메리카 이상훈 대표는 “케이콘이 2012년 서부 어바인에서 시작해 올해로 8년째인데, 맨해튼 심장부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케이콘이 미국 동부에 진출하는 것은 2015년으로, 그동안에는 뉴저지주 뉴어크의 푸르덴셜센터에서 행사가 진행돼 왔다. 그 이후 꾸준히 케이콘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면서 개최 장소도 ‘업그레이드’됐다는 설명이다.

    사진설명
    1968년 개장한 MSG는 농구, 권투, 아이스하키를 비롯한 스포츠 경기와 마이클 잭슨, 마돈나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콘서트 등 대형 이벤트가 열리는 다목적 대형 실내 아레나이자 뉴욕 맨해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미국 프로농구(NBA) ‘뉴욕 닉스’와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 ‘뉴욕 레인저스’의 홈구장이기도 하다.

    재비츠 컨벤션 센터는 뉴욕 국제 오토쇼 등이 열리는 뉴욕을 대표하는 전시장이다. 현장에 가보니 흥분의 도가니였다.

    MSG에서는 K팝 아티스트들의 노래와 춤을 일일이 따라하는 팬들의 환호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대략 2시간 30분 정도 진행된 공연에서 쉬지 않고 흥겹게 춤을 추는 열광적인 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는 김밥 만들기, 한복 입어보기 등 K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해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주요 부스마다 긴 줄이 형성됐다. CJ ENM에 따르면 연이틀 콘서트와 컨벤션을 방문한 관람객은 약 5만5000명에 달했다.

    연이틀 공연에는 뉴이스트, 더보이즈, 아이즈원, 에이티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베리베리, 세븐틴, (여자)아이들, SF9, AB6IX, 프로미스나인 등 총 11개팀이 출연했다.

    특히 세계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한 방탄소년단(BTS)이 2014년 ‘신인 아티스트’로 케이콘 무대에 서면서 미국시장에 진출한 것처럼 베리베리, 아이즈원, AB6IX 등 데뷔 1년 차 신인들도 열정적인 공연으로 미국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장식했다.

    컨벤션에는 한류 팬들을 공략하기 위해 글로벌과 국내 기업 총 72개사가 참여했다. 특히 일본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는 이번 행사의 메인 스폰서였다. 그만큼 외국 기업들의 관심도 높다는 얘기다.

    과거 한류의 불모지였던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CJ ENM은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소위 ‘제트(Z) 세대’를 겨냥해 공연, 팬미팅, 컨벤션을 접목한 한류 전문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제트 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지칭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케이콘에 참여하는 전체 관객 중 24세 이하가 70%를 웃돈다. CJ ENM은 세계인이 매년 2~3편 한국영화를 보고, 매달 1~2번 한식을 먹고, 매주 1~2편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1~2곡 한국음악을 듣도록 하겠다는 소위 ‘한류 세계화’를 비전으로 내걸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케이콘 관객의 58%가 비(非)아시안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최근 몇 년간 K팝은 미국의 주류로 올라섰다”고 보도했다. 이외에도 NBC, ABC, CBS, FOX5 등 현지 방송에서도 케이콘에 대한 특집 보도를 내보내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WSJ는 별도의 기사에서 K팝 스타들이 세계적 인기몰이를 하면서 패션 분야까지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K팝은 한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라며 “브라질부터 미국 보스턴, 아프리카의 보츠와나까지 수많은 팬이 K팝 스타들의 인스타그램을 팔로하고, 그들의 온라인 영상을 시청하고 공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처럼 K팝에 대한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K팝의 역사와 발전과정에 크게 기여한 작품들을 선정, 오케스트라 연주곡으로 편곡해 연대별로 연주하는 ‘해설 있는 음악회’가 미국 뉴욕 최고 문화예술전당으로 꼽히는 링컨센터에서 지난달 20일 열렸다.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케이콘’에 수많은 K팝 팬이 몰려 환호하고 있다.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케이콘’에 수많은 K팝 팬이 몰려 환호하고 있다.
    뉴욕한국문화원이 링컨센터와 앨리스 털리 홀에서 공동주최한 ‘K-팩터: K-팝에 대한 음악적 탐색’ 공연은 1930년대를 시작으로 한국 음악의 여러 장르를 거쳐 K팝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을 비롯해 아이돌 그룹인 블랙핑크, 레드벨벳, BTS 등의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곡들을 선보였다.

    오케스트라는 서태지와 아이들, H.O.T, 동방신기, 소녀시대, EXO, BTS 등 한국 음악의 역사적 흐름과 독창적인 특색을 나타내는 곡들로 총 15개의 오케스트라 편곡 작품을 연주해 큰 호응을 받았다. 공연 당일 1000여 석 전석이 매진됐고, 행사 티켓을 구매한 연령층은 10·20대가 주류를 이뤘다. 조윤증 뉴욕한국문화원장은 “K팝이 단지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일시적인 인기몰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음악적 예술성을 보유해 지속적으로 경쟁력 있는 한류 콘텐츠라는 점이 입증됐다”고 행사 의미를 설명했다. 뉴욕 랜드마크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한국 문화 행사가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장용승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7호 (2019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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