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승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세계의 수도’ 뉴욕, 마천루 건설 붐… 305m 넘는 초고층 빌딩만 16개 신축 중

    입력 : 2019.07.05 10:14:41

  • ‘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미국 뉴욕은 마천루의 상징이다. 내로라하는 ‘스카이스크레이퍼(skyscraper)’들이 뉴욕 맨해튼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뉴욕의 스카이라인이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새로운 스카이스크레이퍼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뉴욕 스카이라인은 ‘항상 변화중’이라는 말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하늘에 닿다(Touching the Sky)’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뉴욕 ‘마천루 경쟁’ 열풍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높이 500피트(152m) 이상 고층 빌딩이 올해에만 16개 완공될 예정”이라며 “뉴욕의 고층 빌딩 건설 역사에서 2019년은 가장 바쁜 한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뉴욕의 마천루의 역사는 지난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크라이슬러빌딩(1930년 완공, 1046피트·319m),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1931년 완공, 1250피트·381m) 등 높이 1000피트(305m) 이상 초고층 빌딩이 1년 간격으로 들어서면서 마천루 경쟁 시대를 알렸다. 그 이후에도 초고층 빌딩이 속속 들어섰지만 최근 들어 그 속도가 매우 빨라진 모습이다.

    NYT 보도에 따르면 현재 뉴욕에 들어선 높이 1000피트(305m) 이상 초고층 빌딩은 총 9개다. 이중 7개는 2007년 이후에 들어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세계무역센터 부지에 들어선 원월드트레이드센터(1776피트·541m)다. 2014년에 완공된 원월드트레이드센터는 미국 뉴욕에서 현재 가장 높은 빌딩이다. NYT는 시카고의 초고층 건설 분석기관을 인용해 뉴욕에서 높이 1000피트(305m) 이상의 초고층 빌딩 16개가 건설 예정이거나 착공됐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더 빠른 속도로 마천루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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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대표적인 것은 미국 뉴욕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주목받고 있는 ‘허드슨 야드(Hudson Yards)’다. 허드슨 야드는 ‘도시 속의 도시’ 프로젝트로 불리는 역대 최대 미국 민간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지난 3월 1단계 시설을 오픈했다. 총 사업비가 250억달러(약 29조원)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는 뉴욕 맨해튼 철도 차량 기지 부지 약 11만3000㎡를 재개발해 고층 고급 아파트, 광장, 호텔, 쇼핑센터, 사무실 등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395m 높이 빌딩의 ‘허드슨 야드 30’ 마천루다. 여기에 설치되는 전망 데크는 100층 높이에 삼각형으로 돌출돼 있는 야외 전망대로 눈길을 끈다. 올해 완공될 예정인 이 전망 데크는 원월드트레이드센터, 엠파이어스테이트 등과 함께 뉴욕을 대표할 새로운 전망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최근 들어서고 있는 스카이스크레이퍼는 과거와는 다른 추세를 보인다. 크게 2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우선 그 용도다. 과거의 초고층 빌딩은 주로 오피스타워 등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엔 주거용 고급 아파트 용도로 지어지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 사무공간이 초고층 공간을 차지했다면, 이제는 부유층의 초호화 주거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NYT는 “2010년 이후 착공된 초고층 빌딩의 64%는 럭셔리 주거용으로 지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센트럴파크가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맨해튼 57번가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는 초호화·초고층 빌딩들이 바로 그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들어 미국 역사상 가장 비싼 집이 거래된 것도 바로 이 지역이다. 미국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창업자는 지난 1월 뉴욕 맨해튼 초고층 아파트의 펜트하우스를 미국 주택 매매 사상 최고가에 사들였다.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펜트하우스를 2억3800만달러(약 2800억원)에 구매한 것. 펜트하우스는 신축중인 79층짜리 아파트 ‘220 센트럴파크 사우스’ 4개층을 차지하며 면적은 223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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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은 말 그대로 ‘세계의 수도’로 매력적인 도시이기 때문에 전 세계 슈퍼 리치, 유명인들이 집주인이 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20 센트럴파크 사우스’가 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영국의 팝가수 스팅도 220 센트럴파크 사우스의 고급 주택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요가 넘치기 때문에 주거용 초고층 빌딩이 지어지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로 최근 초고층 빌딩이 과거와 다른 것은 그 모양새다. 최근 뉴욕 맨해튼에 들어서고 있는 초고층 빌딩은 ‘슬렌더(slender)’ 양식을 보이고 있다. CNN은 “슬렌더 스카이스크레이퍼가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로 슬렌더 초고층 빌딩은 새로운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슬렌더란 ‘날씬한’, ‘호리호리한’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작은 대지 면적에 마치 젓가락처럼 기다랗게 위로 뻗은 초고층 빌딩들이 맨해튼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초고층 빌딩 규제와 관련이 있다. 뉴욕 맨해튼에는 부동산의 용도를 규제하는 ‘조닝(zoning)’이 있다. 뉴욕시는 이를 근거로 시를 주거, 상업, 제조·공장 등의 용도 지역으로 구분하고, 건물의 용도, 용적률, 건폐율, 건물의 높이 등을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규제가 있는 데다 이미 뉴욕 맨해튼에는 초고층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개발할 땅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슬렌더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게 됐다는 분석이다.

    뉴욕에는 기본적인 규제가 있지만 다양한 유인책이 마련돼 있어 좁은 공간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기회가 있다. 땅이나 건물 위의 하늘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인 공중권(Air Right)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10층 높이가 한도인 지역에서 20층짜리 빌딩을 지으려는 건물주는 인근의 저층 건물의 공중권을 사들이면 된다.

    뉴욕시 ‘스카이스크레이퍼 박물관’의 창업자 캐롤 윌리스는 “작은 땅이라도 공중권을 사면 고층 빌딩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디벨로퍼들이 이를 활용한 투자에 나서면서 슬렌더 빌딩이 2007년부터 점차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건축 기술이 발전한 것도 이러한 슬렌더 초고층 빌딩을 가능케 한 주요 요인이다.

    미드타운 맨해튼에 들어서는 높이 435m의 ‘111 웨스트 57’의 경우, 대지면적대 높이 비율이 1대 24로 전 세계에서 가장 ‘슬렌더’한 빌딩이 될 것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스카이라인이 바뀌는 것도 그렇지만 이러한 슬렌더 초고층 빌딩들도 뉴욕의 새로운 볼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장용승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6호 (2019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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