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승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스타벅스 제국 일군 하워드 슐츠 대권 도전선언, 민주당 “트럼프 대신 민주당 킬러 될것” 비판

    입력 : 2019.03.07 14:17:00

  • 스타벅스 제국을 일궈내 성공한 경영자로 칭송받았던 하워드 슐츠(65) 전 스타벅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들어 미국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주특기인 ‘스타벅스 사업’이 아니라 생소한 ‘대권 도전’ 때문이다. ‘평생 민주당원’을 자처해온 슐츠 전 회장은 지난 1월 27일 미국 CBS방송에 출연해 “대통령 출마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양당체제에서 벗어나 중도 무소속으로 뛸 것”이라고 밝혀 워싱턴 정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당장 그를 핵심 당원으로 여겨왔던 민주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슐츠 전 회장이 하루속히 무소속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슐츠 전 회장이 무소속으로 2020년 차기 대선에 나서면 ‘반(反) 도널드 트럼프’ 전선에 분열을 초래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부지리로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슐츠 전 회장은 스스로 누구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고자 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무소속 출마는 그의 뜻대로 ‘트럼프 킬러’가 아닌 ‘민주당 킬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민주당 내 대권 잠룡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강한 당파성과 선거인단 시스템의 현실을 고려하면 무소속 후보가 승리할 수 없다”며 “2020년 미 대선에서 무소속 후보는 ‘반트럼프’ 표심을 분열시키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화당 후보로 뉴욕시장을 두 번 지낸 뒤 세 번째는 무소속으로 시장에 도전했고, 2016년 무소속 대선 출마를 생각하다가 출마 의사를 접었다.

    뉴욕타임스(NYT) 등 유력 미국 언론도 슐츠 전 회장의 출마를 비판하는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NYT는 오피니언면에 ‘하워드 슐츠, 제발 대선에 출마하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로 그의 출마를 노골적으로 비판했을 정도다. 니라 탠던 미국진보센터 대표는 “그가 대선에 출마하면 스타벅스 불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러한 비판 여론에 슐츠 전 회장이 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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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지난 1월 28일 뉴욕에서 시작된 그의 자서전 <바닥부터 일어나기(From the Ground Up)> 발간을 기념하는 ‘하워드 슐츠와의 대화’ 미국 전국 투어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이벤트는 사실상 무소속 대선 후보에 대한 민심을 파악하기 위한 전국 순회 일정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첫 행사가 진행된 지난 1월 28일 뉴욕 맨해튼 유니언스퀘어에 위치한 서점 반스앤노블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슐츠 전 회장이 “대통령 출마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로 다음날 열린 행사여서, 그 진의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저녁 7시 약속된 시간에 맞춰 등장한 슐츠 전 회장이 대화를 시작하려고 하자, 객석에서 그를 향해 야유를 퍼붓는 한 청중이 나타나 잠시 행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야유의 핵심은 ‘슐츠 전 회장의 무소속 출마는 곧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야유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몇 차례 나왔다.

    이러한 논란에도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게 된 이유에 대해 슐츠 전 회장은 “민주·공화 양당은 전체 미국인을 대변하지 못한 채 보복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 시스템이 붕괴됐다”며 “민주·공화당은 미국인들을 하나로 모으기보다는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평생 민주당원’을 자처했다가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게 된 계기에 대해 “민주당은 너무 강한 진보적인 아이디어로 지나치게 좌측에 편향돼 있다”며 “이는 침묵하는 미국인의 다수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슐츠 전 회장은 이어 “정부가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건강 보험은 물론 일자리, 대학 교육도 지원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방향”이라며 “이미 21조5000억달러의 빚더미에 앉아 있는 정부로선 추가적인 부담을 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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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슐츠 전 회장은 민주당에서 제기되고 있는 부유세 필요성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는 “분명히 미국 내 사회 불평등 문제는 있지만 이것은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해결해야할 문제이지 성공한 사람들을 처벌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민주당 정책으로는 미국 다수의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미국 하원 역사상 최연소로 당선된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29) 연방하원의원은 1000만달러 이상 소득을 올리는 부자들에 대한 최고소득세율을 70%까지 올리자는 파격적인 부유세를 주장한 바 있다.

    슐츠 전 회장이 이날 행사에서 강조한 대선 후보로서의 가장 큰 경쟁력은 ‘아메리칸 드림’의 대표적인 표상이라는 점이다.

    그는 “내가 바로 자수성가한 ‘아메리칸 드림’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무엇보다 차기 대통령 후보는 모든 국민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하며, 모든 국민들이 과거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은 공공주택에 살면서 96달러 월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매우 어려웠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치 시스템은 가진 것이 없는 사람도 사업에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가난한 트럭 운전사의 아들로 태어난 슐츠 전 회장은 커피 제국 스타벅스를 세운 성공신화로 유명하다. 약 33억달러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그는 시애틀의 작은 커피 전문점이었던 스타벅스를 세계 77개국에 약 3만 개의 매장을 가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그는 주주와 고객보다 직원을 최우선에 두는 경영철학으로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행복한 직원들이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행복한 고객을 만든다는 경영철학에 그는 항상 “직원이 첫 번째고, 고객은 두 번째”라고 강조해왔다. 회사의 이익을 모두 함께 나눠야 한다는 믿음에 말단 직원에게까지 스톡옵션을 제공했을 정도다.

    미국 전역에서 진행될 자서전 홍보 투어에서 슐츠 전 회장은 이러한 그의 경쟁력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얼마나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느냐에 따라 최종 대권 도전 여부가 판가름 날것으로 보인다.

    [장용승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2호 (2019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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