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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혁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월가에 부는 CEO 세대교체 바람 JP모건, 다이먼 아성에 50대 후보들 도전 골드만은 블랭크페인 이어 솔로몬 사장 낙점
입력 : 2018.04.04 14: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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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61)는 자타가 공인하는 월가 최장수 CEO다. 2005년 말 취임한 다이먼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JP모건을 굳건히 지켜내면서 자산 기준 미국 최대은행으로 키워 냈다. 최근 JP모건 이사회는 그의 임기를 5년 연장하는 데 동의했다. 다이먼은 한때 트럼프 행정부의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면서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게리 콘이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골드만삭스를 떠난 것처럼 JP모건을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임기 연장으로 17년간 JP모건 CEO 자리를 지키게 됐다.
그가 5년 연장을 보장받았지만 후계구도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JP모건은 다이먼의 연임과 함께 기업·투자은행 CEO인 대니얼 핀토(55)와 소비자은행 CEO인 고든 스미스(59)를 공동 사장 겸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임명했는데 이들이 다이먼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아니냐는 것이다. JP모건은 “이사회나 다이먼은 가장 능력 있는 후계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레이크는 2013년 CFO로 승진하면서 여성으로는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올라 주목을 끌었다. 그는 3명의 자녀를 홀로 키우면서 업무와 가사를 병행하고 있다. 월가 여성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은 이유다. JP모건에서 19년째 근무 중인 레이크는 CFO가 된 첫 해에 JP모건 런던지사가 파생상품 거래에서 무려 7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낸 ‘런던 고래’ 사건을 무난히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CFO로서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등장해 투자자와 애널리스트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심었다.
물론 레이크의 독주 체제는 아니다. 또다른 여성으로 JP모건자산운용 대표를 맡고 있는 메리 캘러핸 어도스(50)가 강력한 경쟁자로 거론된다. 1996년 JP모건에 입사한 이후 2009년 JP모건자산운용 CEO직을 맡기 전까지 PB(프라이빗뱅킹) 부문 CEO, 글로벌자산관리부문 CEO를 역임했다. 2010년에는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차기 후보군 중 다이먼의 기질을 가장 많이 닮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만큼 업무에 있어서는 독하고 냉철한 면모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경쟁자로 더그 페트노(52) JP모건 상업은행 부문 대표도 꼽힌다. 50대 초반의 나이로 역시 5년 뒤를 도모할 수 있는 연령이다. 작년 연봉은 어도스가 195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레이크가 1350만달러, 페트노가 1200만달러였다.
제이미 다이먼과 함께 월가 최장수 CEO로 꼽히는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64)는 최근 후계구도의 윤곽을 드러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그의 후계자로 데이비드 솔로몬 공동대표(56)가 사실상 낙점됐다. 후계구도에서 치열하게 경합했던 하비 슈워츠 공동대표(53)가 자진 사퇴하면서 그를 위협할 경쟁자가 사라진 셈이다.
골드만삭스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슈워츠 공동대표가 사임하고 솔로몬 단독대표 체제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솔로몬은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 그에 앞서 ‘골드만삭스의 2인자’로 꼽혔던 게리 콘이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옮기면서 공동대표에 발탁됐다.
솔로몬은 주로 투자은행(IB) 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IB맨이다. 슈워츠가 맡았던 채권트레이딩 부문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사업부가 쪼그라든 반면 IB 부문은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 후계구도 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창립 149년째를 맞고 있는 골드만삭스는 정부 고위 관료들을 대거 배출해 ‘거번먼트 삭스’로 불리는 파워엘리트 집단이다. 트럼프 정부에선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콘 NEC 위원장 등이 골드만삭스 출신이고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로버트 루빈과 조지 W 부시 정부 때의 헨리 폴슨이 골드만삭스 출신 재무장관이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대표
IB업계뿐 아니라 미 사모펀드업계도 후계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국 대형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가 한국계 미국인 조셉 배(한국명 배용범·46)와 스콧 너탤(45) 두 사람을 공동 대표 겸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인사가 KKR의 공동 창업자인 헨리 크래비스(74)와 조지 로버츠(74)를 이을 후계자를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KKR의 사모펀드, 인프라스트럭처, 부동산 에너지 투자 부문을 관할하는 조셉 배는 1972년생으로 선교사인 부친을 따라 두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한인교포 1.5세다. 하버드대를 우등으로 졸업한 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입사해 금융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또 다른 미국 대형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은 지난해 10월 칼라일그룹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에 한국계 금융인 이규성(53)과 글렌 영킨(51)을 낙점했다. 이 대표는 2013년 칼라일그룹에 부최고투자책임자로 영입돼 공동 창업자인 윌리엄 콘웨이 회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손발을 맞추면서 신뢰를 쌓아 나갔다. 입사 4년 만에 칼라일그룹의 차기 수장으로 올라선 것은 그가 얼마나 철저하게 자신의 업무를 수행했는지를 입증한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칼라일로 이직하기 전 워버그핀커스에서 21년간 재직하면서 니먼 마커스, 아라마크, 아치캐피털그룹 등 여러 기업 인수와 각종 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과 응용수학을 전공한 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1호 (2018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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