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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만원 특파원의 百市爭名 중국 도시 이야기] (4) 쿤밍 | 中서 가장 로맨틱한 여행지, 힐링천국 상하이-쿤밍-동남아 고속철 구상
입력 : 2015.08.21 09: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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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은 ‘꽃구름의 남쪽(彩云之南 차이윈즈난)’이란 말에서 지명이 유래했고, 윈난성의 수도가 쿤밍(昆明)이다. 해발고도가 1900m에 달하는 중국 최대 고산도시다. 연평균 기온은 16도, 가장 추운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고 여름철에는 낮에도 섭씨 25도를 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쿤밍의 날씨를 사계여춘(四季如春, 사계절이 봄과 같다)이라 하고, 쿤밍을 일컬어 춘성(春城 ,봄의 도시)이라 한다.
이달 초 중국여행연구원이 발표한 ‘2015년 피서관광지 순위에서도 쿤밍은 1위로 꼽혔다. 중국인들은 다롄, 칭다오, 옌타이와 같은 동부 해안도시들보다 산악지대에 우뚝 솟은 신비의 도시 쿤밍을 더 선호하는 셈이다. 지난해의 경우 쿤밍을 찾은 여행객은 중국인과 외국인 합쳐 무려 6000만명에 달했다.
쿤밍 백련스파
쿤밍은 또한 리장-따리-샹그릴라로 이어지는 ‘윈난 여행’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리장고성과 옥룡설산, 옛 따리국의 영화가 남아 있는 따리고성, 이 세상 같지 않은 초원 풍경을 선사하는 샹그릴라…중국에서 가장 로맨틱한 여행지로 꼽히는 이 코스는 국내 한 방송국이 방영한 예능프로그램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소개한 뒤 올해 한국인 방문객이 급증했다고 한다. 쿤밍은 다양한 소수민족 문화를 체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차나 버스를 타고 태국,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 국가들로 넘어갈 수 있어 젊은 배낭 여행족들에게 ‘성지’가 되고 있다. 윈난성과 쿤밍은 비교적 뒤늦게 중국 역사에 편입했다. 한무제의 명을 받은 장건이 실크로드 개척에 나서 구이저우성 고원지대를 지나 군사를 이끌고 당도한 2세기 초에야 비로소 중국 왕조의 통치권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윈난성 주민들은 이미 기원전부터 보이차를 말에 싣고 티벳 고원을 넘어 인도, 파키스탄 심지어 아프가니스탄까지 교역을 할 정도로 독립된 경제권을 이루고 있었다. 당시 차를 싣고 오가던 길이 요즘 관광루트로 유명해진 차마고도(茶馬高道)다.
중국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윈난성은 서쪽으로는 씨장(티벳), 동쪽으로는 구이저우성 산악지대로 막혀 있어 오래전부터 남쪽과 교류가 활발했다. 소수민족의 상당수도 라오스,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 뿌리를 둔 경우가 많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남만의 왕 맹획을 일곱 번 생포해 일곱 번 풀어주었다는 ‘칠종칠금’의 무대도 바로 쿤밍이다. 남만은 오늘날 태국과 라오스 일대에 세워졌던 동남아 국가다. 2~3세기만 하더라도 쿤밍이 중국 왕조와 동남아 국가 간에 각축장이 될 만큼 경계가 모호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쿤밍 석림
지금까지 차 재배를 비롯한 농업과 관광업에 의존하다보니 윈난성은 동부연안 공업도시에 비해 소득수준이 낮았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정부가 예산을 투자해 쿤밍과 접경한 동남아 국가들의 인프라를 개선해주고 양측의 경제협력이 확대되면 쿤밍을 비롯한 윈난성 경제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쿤밍 시가 윈난성의 전통적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하이테크 개발단지를 대규모로 개발하는 것도 일대일로 시대, 동남아시장을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단행한 투자다.
장밋빛 전망을 가능케 하는 근거 중에 하나는 중국과 동남아를 잇는 국제 고속철이다. 지난달 중국매체들은 상하이-쿤밍 고속철 1단계 구간 개통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국에선 한 달이 멀다하고 고속철이 개통하는 마당에 언론이 특별히 관심을 가진 이유는 이 고속철이 중국 내륙을 횡단하고 나아가 동남아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상하이-쿤밍 고속철은 총 연장 2264km로 베이징-상하이 고속철 노선의 2배에 달한다. 이번에 개통한 것은 구이저우성 성도인 구이양과 후난성 성도인 창사를 연결하는 1단계 구간으로, 상하이에서 쿤밍까지 전체 노선은 내년 하반기에 개통할 예정이다. 2008년 시작된 공사가 내년 하반기 완료되면 상하이-쿤밍 고속철은 아시아에서 가장 긴 고속철노선으로 등극한다.
고속철이 뚫리면 그동안 동부 연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가 낙후한 서부지역 경제개발에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상하이나 항저우를 비롯한 동부 연안 대도시에서 고속철을 타고 서부 윈난성이나 구이저우성으로 오는 여행객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내년 전체 노선이 개통되면 상하이에서 쿤밍까지 10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철도 이용 시 30시간 가까이 걸리던 것을 3분의 1로 단축하는 셈이다.
상하이-쿤밍 고속철 개통은 중국이 추진하는 중국-동남아 고속철 건설을 앞당길 전망이다. 중국은 쿤밍에서 출발해 라오스와 태국을 거쳐 말레이시아까지 내려가는 종단철도와 쿤밍에서 출발해 미얀마를 거쳐 태국과 베트남으로 연결되는 횡단 철도를 구상하고 있다. 두 노선 모두 쿤밍이 기착지로, 중국 정부는 2012년 고속철건설을 위해 라오스에 70억달러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에 더해 고속철도망까지 뚫리게 되면 인구 6억명 동남아 시장과 13억명 중국 시장은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중국과 동남아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망 건설은 고속철사업보다 훨씬 더 앞서 있다. 쿤밍-방콕 간 고속도로에선 이미 중국산 공산품을 실은 트럭이 동남아로, 태국산 열대과일을 실은 트럭이 중국으로 달리고 있다. 쿤밍에서 출발해 라오스를 거쳐 태국 수도 방콕까지 이어지는 이 고속도로는 길이가 무려 1800km에 달한다. 2004년에 착공해 4년여 공사를 거쳐 지난 2008년 말 쿤밍-라오스 구간이 1차 개통한 데 이어 2013년 라오스-태국 구간까지 완공돼 중국과 동남아 간 교역루트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구상대로 향후 태국 방콕에서 말레이시아를 거쳐 싱가포르까지 고속도로가 연장된다면 중국과 동남아를 하나로 연결해주는 ‘경제 대동맥’이 될 전망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9호 (2015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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