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터둠 루비니 교수와 신채권왕 군드라크 CEO…기준금리 인상 후폭풍 놓고 정면충돌

    입력 : 2015.06.12 15: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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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국 월가는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기준금리 인상시점이다. 시장이 기준금리 인상시점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은 그만큼 불안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됐을 때 금융시장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지 불확실한 게 못내 께름칙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지난 2006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고 내년으로 미뤄지면 10년 만에 처음 이뤄지는 금리인상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또 지난 2008년 말 이후 7년째 이어지고 있는 제로금리 시대 종언을 의미한다. 너무 오랫동안 제로금리에 익숙해져 있는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기자는 최근 로스엔젤레스에서 닥터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스턴경영대학원 교수 겸 경제연구소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RGE) 회장과 채권왕 빌 그로스를 넘어서는 신채권왕으로 자리매김한 제프리 군드라크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기준금리 인상 파장을 놓고 대화를 나눴다.

    재미있는 점은 기준금리 인상 후 시장 파장에 대해 루비니 교수는 닥터둠이라는 별칭에 걸맞지 않게 기우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한 반면 군드라크 CEO는 금융시장에 메가톤급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정반대 전망을 내놨다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 금융시장 충격은 미풍 혹은 태풍 루비니 교수는 연준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초긴축발작(슈퍼테이퍼탠트럼)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에 대해 과도한 우려라고 평가절하했다.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고 해서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인상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일단 지난 2013년 5월 상황과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당시 벤 버냉키 연준의장이 갑작스레 양적완화축소(테이퍼링)를 시사했을 때 채권투매가 발생, 시중금리가 폭등하고 신흥시장에서 뭉칫돈이 대거 이탈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준이 수차례에 걸쳐 연내 기준금리 인상 분위기를 띄우면서 시장이 이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연내에 9년래 첫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더라도 추가금리 인상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시장충격이 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소위 ‘옐런 코넌드럼(수수께끼)’현상이 발생, 시중 장기금리가 예상만큼 오르지 않고 따라서 채권값이 급락하는 상황이 재현되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난 2004년부터 2년여 간에 걸쳐 당시 옐런 그린스펀 연준의장은 경기과열 방지를 위해 기준금리를 1%에서 4.75%로 확 올렸다. 하지만 예상외로 시중장기금리는 생각만큼 상승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몰라 그린스펀 의장은 채권코넌드럼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린스펀으로부터 연준의장직을 물려받은 벤 버냉키는 나중에 중국 등 글로벌 저축잉여(glut) 자금이 미국 국채매입을 늘린 것이 채권코넌드럼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중앙은행(BOJ) 등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로 풀린 글로벌 과잉유동성이 미국국채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중장기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지 않는 옐런 코넌드럼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루비니 교수의 진단이다. 기준금리가 올라도 장기 국채값이 폭락하는 등 채권시장 대혼란은 없다는 얘기다.

    반면 군드라크 CEO는 연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올리면 긴축발작에 따른 시장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과거 금리인상 때를 되돌아보면 어김없이 시장 충격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항상 기준금리를 올리면 채권값이 급락(채권금리 급등)하는 등 시장이 몸살을 앓았다. 최근 시장여건은 기준금리 인상에 더욱 취약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지난 2006년 이후 9년째 금리 인상이 없었고 지난 7년간 제로금리가 유지되면서 제로금리가 영원히 유지될 것처럼 시장이 행동해왔기 때문이다.

    군드라크 CEO는 “실제로 기준금리가 인상될 때 채권가격이 얼마나 크게 흔들릴지 투자자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이 얼마나 부정적으로 움직일지 실제로 보면 놀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리인상에 따른 강달러 추세가 강화되면서 신흥시장에서도 뭉칫돈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군드라크 CEO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정크본드, 회사채는 안전할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시장에 퍼져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이 올해가 아니라 내년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투자자들은 기준금리 인상 직격탄을 맞아 금리가 급등(가격 급락)할 수 있는 회사채, 하이일드본드 등과 같은 고위험 채권비중을 지금부터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올 하반기 혹은 내년 기준금리 인상시점에 대해 루비니 교수는 올 9~12월을 제시했다. 대다수 월가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수준이다. 사실 루비니 교수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시점이 아니라 기준금리 인상 후 연준 통화정책이다. 루비니 교수는 연준이 첫 번째 금리인상 후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 금리인상은 서서히 진행돼 2018년이 돼도 연방기준금리가 3.5%를 크게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는 과거 정상적인 기준금리 수준(5.25~6.50%)보다 크게 낮은 것이다.

    반면 군드라크 CEO는 연준이 너무 오랫동안 제로금리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정상화 차원의 기준금리 인상을 원하고 있지만 실제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고 봤다.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밖에 없는 이유로 군드라크 CEO는 연준이 직면한 딜레마를 지목했다. 먼저 금리를 섣부르게 올렸다가 경기가 고꾸라져 다시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연준의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11~2012년 스웨덴 등 많은 나라들이 금리를 올렸다가 최근 다시 내렸다. 스웨덴은 당시 제로금리를 2%까지 끌어올렸지만 현재 기준금리가 마이너스다. 또 하나는 미국 경기침체가 심각해져 양적완화를 다시 시행해야 하는 시나리오도 두려워한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달러도 연준 기준금리 인상 발목을 잡을 것으로 봤다. 군드라크 CEO는 “최근 연준이 부쩍 달러강세와 수출경기 타격에 대해 많이 언급하고 있다”며 “연준이 달러 강세 발언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준금리 인상시점을 뒤로 미룰 것이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미국경제가 소프트패치(일시적 경기둔화)에 빠졌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점 때문에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게 군드라크 CEO의 설명이다. 연준 내에서도 금리인상 시점을 몇 분기 뒤로 미룬다고 해서 미국경제에 큰 해악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좀 더 강하게 성장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루비니 교수, 뉴욕증시 랠리 더 간다 기업 실적 대비 주가 밸류에이션이 어느 정도인지를 비교해 주식이 고평가돼 있는지 보여주는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지난 10년간 평균 주당순이익 대비 주가가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보면 현재 뉴욕증시 주가 수준은 역사적 평균치를 소폭 넘어선 상태라고 루비니 교수는 판단했다. 또 증시 일부에 거품이 조금 끼어 있지만 그렇다고 주식 전반에 거품이 들어찬 상태는 아니라는 게 루비니 교수의 설명이다.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로 유동성도 풍부하다. 전 세계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고수익을 좇아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자금이 갈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고 루비니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물론 큰 폭 조정이 올 수 있지만 올해는 아니다”라며 “자산가격이 더 오르면 거품을 걱정해야겠지만 내년 하반기나 2017년에나 걱정할 얘기”라고 강조, 당분간 증시랠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7호(2015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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