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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진화하는 온라인 공개수업 미국 대학을 뒤흔들다
입력 : 2015.06.12 15: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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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이 강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시대에 맞춰 실험과 변화를 거듭한다는 사실이다.
요즘 미국 대학가를 강타하고 있는 ‘교육 실험’은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s·온라인 공개수업)다.
MOOC란 말 그대로, 온라인(Online)을 통해 대규모(Massive) 청중에게 개방(Open)된 강의를 뜻한다. 제한된 인원들을 상대로 돈을 받고 강의를 제공하는 온라인 수업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더 많은 불특정 다수의 청중을 상대로, 대개는 무료로 강의한다. 그 수단으로 온라인을 활용할 뿐이다. 교수-학생뿐만 아니라 수강하는 학생들끼리도 활발한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도 MOOC의 특징이다.
MOOC가 고등교육의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을 받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선 기존 틀을 깨는 새로운 MOOC 프로그램 두 가지가 발표돼 각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첫 번째는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이 지난 4월 에드엑스(edX)와 손잡고 내놓은 새로운 MOOC 프로그램이다. 이름하여 ‘글로벌 프레시맨 아카데미’(Global Freshman Academy)다.
애리조나 주립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오는 8월부터 천문학 개론 등 10여 개의 교양과목을 개설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공짜로 수강할 수 있도록 하되, 학점이 필요한 사람은 강의가 끝난 다음 돈을 지불하라는 것이다. 강의가 완전히 끝난 다음에 학생이 강의료 지불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강의 수준에 대한 일종의 보증장치다. 강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학점 취득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수업료가 ‘제로(0)’다.
학점 취득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수업료는 매우 저렴하다. 본인 인증을 하려면 45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학점을 인정받기 위한 비용은 학점당 200달러를 넘지 않는다. 기존 오프라인 및 온라인 강의의 480~543달러보다 훨씬 낮은 금액이다.
‘글로벌 프레시맨 아카데미’의 장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 MOOC 프로그램을 통하면 복잡하고 까다로운 대학 입시 절차를 피할 수 있다.
아난트 아가월 에드엑스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프레시맨 아카데미는) 전 세계 모든 학생들에게 새로운 교육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SAT, GPA, 추천서 등 입학을 위한 자격요건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로 야구에서는 선수들이 실제 경기에서 한 이닝을 뛰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테스트”라며 “마이너 리그에서 어떤 성적을 올렸는지를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대학가를 강타한 또 다른 혁신은 MOOC 전문업체인 코세라가 구글과 손잡고 발표한 ‘마이크로 학위제’(microdegrees)다. 기업이 요구하는, 실무에서 필요한 핵심적인 전공코스만 골라서 MOOC 프로그램을 짰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스튜어트 버틀러 선임연구원을 비롯한 교육 전문가들이 ‘글로벌 프레시맨 아카데미’와 ‘마이크로 학위제’를 주목하는 이유는 엄청난 ‘시너지(상승)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글로벌 프레시맨 아카데미’와 같은 MOOC 프로그램이 대학생들의 교양 과목을 담당하고, 전공과목은 유수의 기업체들과 연계된 ‘마이크로 학위제’가 맡게 된다면 대학의 형태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대학 교육에 드는 비용이 크게 줄어들어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뿐더러, 4년 동안 학생들을 대학에 묶어 놓을 필요도 없어진다. 특히 대학 입시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
버틀러 선임연구원은 “애리조나 주립대-에드엑스의 새로운 MOOC 프로그램과 마이크로 학위제는 전통적인 4년제 대학들에게는 ‘협공’과 같다”며 “대학들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뒤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7호(2015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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