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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가드그룹 창업자 존 보글 예찬, 워런 버핏도 지지…인덱스펀드 전성시대 열려
입력 : 2015.04.03 1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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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가드 본사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종목을 다 사는 것은 번거롭고 비용도 커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지수에 큰 영향을 주는 시가총액 상위종목 위주로 투자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이렇게 하면 100%는 아니더라도 코스피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이처럼 인덱스펀드는 종목 선정 부담 없이 시가총액 비중에 맞춰 기계적으로 종목을 편입, 시장을 따라가기 때문에 패시브(소극적)펀드로 분류된다. 보글이 단순히 시장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인덱스펀드를 출시하기 전까지 펀드시장은 시장수익률을 넘어서는 초과이익을 내기 위해 수시로 편입 종목을 바꾸고 적극적으로 돈이 될 만한 종목을 발굴하는 액티브(적극적)펀드 독무대였다.
1975년 보글이 S&P5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를 내놨을 때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인덱스펀드가 액티브 펀드수익률을 넘어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자 자금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다. 뱅가드가 세계 최대 뮤추얼펀드가 된 것은 인덱스펀드 수익률이 그만큼 좋았기 때문이다.
보글의 투자철학은 돈을 맡긴 고객의 이익 극대화였다. 인덱스펀드를 고안해낸 것은 이 때문이다. 액티브펀드의 경우, 펀드매니저 역량이 중요하다. 상당한 리서치 비용을 들여 종목을 발굴하고 수시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같은 고비용은 고객에게 전가돼 높은 수수료로 이어진다. 반면 인덱스펀드는 지수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시가총액 상위종목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된다. 펀드매니저가 굳이 종목을 발굴하거나 공격적으로 투자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가 없다. 당연히 액티브펀드에 비해 고객에게 물리는 수수료도 낮아진다. 이 같은 수수료 차이가 확률적으로 인덱스펀드 수익률이 액티브펀드보다 높은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다.
보글은 액티브펀드와 인덱스펀드를 도넛과 베이글로 비유했다. 도넛은 화려하고 맛도 좋다. 하지만 당분·지방 등의 함량이 많아 웰빙 차원에서 보면 실속이 없다.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게 많지 않다는 얘기다. 액티브펀드도 겉으로만 화려할 뿐 높은 수수료 때문에 정작 고객들이 확보할 수 있는 이익은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베이글은 무미건조하고 거칠지만 건강에 좋은 웰빙식품이다.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베이글이 바로 인덱스펀드라는 설명이다.
현시대 가장 위대한 투자가로 꼽히는 보글과 자주 비교되는 워런 버핏(84)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보글의 투자철학을 적극 지지한다. 올해 버크셔 해서웨이 인수 50주년을 맞은 버핏 회장은 주주들에게 2권의 책을 추천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보글이 쓴 책이다.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The little book of common sense investing)>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책의 골자는 수수료 등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인덱스펀드가 최선의 투자대상이라는 것. 또 다른 한 권의 책도 높은 수수료가 월가 금융기관 배만 불려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프레드 슈웨드가 저술한 <고객들의 요트는 어디 있는가(Where Are the Customers’ Yachts)>는 월가에 회자되는 유명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월가 금융기관 직원이 글로벌 금융심장 월가를 찾은 고객을 안내하고 있었다. 이 직원은 고객이 맨해튼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화려한 요트를 보고 감탄하자 월가 금융인들 소유라고 자랑했다. 그러자 고객은 “고객들의 요트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 그 직원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고객들이 낸 수수료로 월가 금융기관 주머니만 두둑해졌을 뿐, 고객은 뒷전으로 밀린 것을 꼬집은 일화다. 특히 헤지펀드처럼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은 투자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헤지펀드 수수료 체계는 일반적으로 2+20 방식이다. 헤지펀드 매니저가 굴리는 자산총액의 2%를 기본 수수료로 뗀 뒤 펀드에서 이익이 발생하면 이익의 20%는 성과보수로 챙기는 식이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보수를 챙기는 것은 이 같은 수수료 체계 때문이다. 2013년 보수 상위 25명의 헤지펀드 매니저 수입은 211억5000만달러(약 23조원)에 달했다. 1인당 평균 8억4600만달러(약 9200억원)를 챙긴 셈이다. 헤지펀드 아팔루사매니지먼트를 설립한 데이비드 테퍼 회장은 무려 35억달러에 달하는 보수를 받았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이 지난해 집으로 가져간 돈은 6억9000만달러였다.
개미 투자자들이 월가 금융기관의 배를 불려주는 대신 자신들의 부를 키우려면 굳이 투자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게 버핏 회장의 투자조언이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말하는 거시경제 전망이나 시장 예측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이라는 것이다. 버핏 회장은 “어떤 경제학자나 전문가들도 언제 위기가 발생할지 말할 수 없다”며 “시장 예측 전문가들은 당신들의 귀를 채울 수는 있지만 지갑을 채워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어차피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찾거나 전문가라는 펀드매니저들이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에 가입,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는 대신 마음 편하게 수수료가 낮은 인덱스 펀드에 돈을 넣어두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버핏 회장은 강조한다. 투자업계 전설인 보글과 버핏 두 명의 투자거물들이 수수료가 저렴한 인덱스펀드 예찬론을 펼치면서 헤지펀드 등 공격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들의 입장이 난처해지고 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5호(2015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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