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우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날아다니는 백악관’ 교체에 최대 180억달러 투입
입력 : 2015.03.06 16:00:01
-
지금의 ‘에어포스 원’은 보잉사의 747-200 기종을 군사적으로 변용한 것으로, 미 공군에서는 VC-25로 불린다. 그러나 조지 H.W 부시 대통령 시절부터 사용돼 기체가 노후화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략 2017년이면 사용연한인 30년을 채우게 된다.
다만 새로운 에어포스 원은 2018년 이후에나 공급될 예정이어서 2017년 초 임기를 마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타볼 기회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 만에 ‘에어포스 원’이 교체될 것이란 발표가 나오자 미국에선 연일 화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격을 비롯해 새로운 ‘에어포스 원’의 상세한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짐작은 가능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일반 여객기용 보잉 747-8의 가격은 최소 3억7000만달러(약 3996억원)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에어포스 원’에는 이런저런 옵션들이 추가된다.
첨단 보안 및 통신장비는 물론이고 핵 방호 시스템과 공중 급유장치, 미사일 회피장치까지 설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잉사가 2018년까지 새로운 전용기를 납품하더라도, 실제로 미국 대통령을 싣고 다니는 것은 2023년 이후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에어포스 원’의 실제 가격은 대당 3억7000만달러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게다가 백악관은 통상 대통령 전용기를 2대 운영하기 때문에 교체 비용은 1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새로운 전용기를 갖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의 각 지자체들은 기존 전용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서, 오바마의 대통령 도서관(presidential library)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중인 시카고가 열성을 보이고 있다. 유치에 성공하면 시카고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례도 있다. 로널드 레이건의 대통령 도서관이 위치한 캘리포니아 시미 벨리에는 레이건과 다른 6명의 미국 대통령이 사용했던 개조된 보잉 707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대통령 도서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상품이다.
매년 35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이곳에는 퇴역한 에어포스 원뿐만 아니라 레이건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리무진 승용차와 비밀경호국(SS) 경호 차량, 린든 존슨 대통령이 사용했던 대통령 전용헬기(마린 원)도 함께 전시돼 있다.
또 오하이오 라이트 패터슨 공군기지에 위치한 국립 공군 박물관에는 9대의 대통령 전용기가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도 에어포스 원은 초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1963년 암살범의 흉탄에 맞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시신을 싣고 워싱턴DC로 돌아온 보잉 707을 개조한 에어포스 원도 이곳에 전시돼 있다.
마린 원 20여 대 교체키로 사실 백악관이 바꾸려는 것은 ‘에어포스 원’뿐만이 아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5월 미 대통령 전용헬기인 ‘마린 원’(해병 1호기) 개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1970년대 중반에 제작된 시코르스키사의 시킹 헬리콥터를 같은 회사의 S-92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스펙이 까다롭기는 ‘마린 원’이 ‘에어포스 원’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헬기장이 있는 백악관 남쪽 뜰에 이착륙이 가능할 정도로 크기가 작아야 하지만, 14명을 싣고 300마일(480㎞)을 다닐 수 있어야 한다. 최첨단 통신장비는 물론이고 테러에 대비한 미사일 회피 장치와 장갑, 방탄 유리와 연료탱크는 기본이다. 결정적으로 내부에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마린 원’의 가격이다. 대당 가격이 최소 4억달러(약 4320억원)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헬기일 뿐더러 기존 ‘에어포스 원’보다 더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마린 원’은 예비기가 20여 대에 달한다. ‘에어버스 원’과 달리 ‘마린 원’은 경호상의 이유 때문에 여러 대가 함께 이동하게 된다. 백악관은 신형 ‘마린 원’을 총 23대를 구매할 예정인데 전체 예산이 100억~1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대통령 전용기와 전용헬기 교체를 위해 110억~180억달러를 투입하는 셈이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세 나라의 연간 국방예산(169억달러)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대통령 전용기와 전용헬기 교체 사업은 ‘뜨거운 감자’다. 눈치 없이 추진했다가는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2001년부터 대통령 전용헬기 교체 사업을 추진했지만, 비용이 급증하자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사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처럼 미국 언론과 야당도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의 가파른 회복과 이에 따른 재정적자 감소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4호(2015년 03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