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뇌 좋아지는 게임 인기 폭발하는 까닭은

    입력 : 2015.02.06 16: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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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 유행한 적이 있는데 지금 IT 세계에선 ‘머리가 좋아지는 게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게 심리학자들이 만든 게임으로 유명한 Lumosity(루모시티) 게임이다. 루모시티는 2014년 1백만 개가 넘는 구글 앱 가운데 세계 유명 연사들의 연설을 소개하는 사이트 TED에 이어 교육 부문 베스트 오브 베스트(the best of the best) 2위에 오를 만큼 인기가 높다. 루모시티 모바일 앱은 1000만명 이상이 다운받았고 애플 아이튠즈 스토어에선 교육게임 부문 수위를 수시로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에도 소개됐고 IT 전문 사이트인 데일리 번은 지난해 9월 루모시티를 ‘두뇌를 위한 최고의 앱(The Best Apps for Your Brain)’으로 꼽았다. 미국의 유력 비즈니스 온라인 매체 패스트컴퍼니도 루모시티의 인지훈련 모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소개했으며, 포브스는 2013년에 루모시티를 미래가 촉망되는 미국회사 중 66위로 꼽은 바 있다.



    심리학자와 자금 전문가가 설립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자리 잡은 온라인 두뇌 훈련 게임회사이자 신경과학 리서치 회사인 루모시티는 2005년 두뇌과학 학도였던 마이클 스캔론의 아이디어에서 출범했다. “연구실 밖에서 두뇌 연구를 할 수는 없을까.”

    그의 생각을 사모펀드 전문가 쿠날 사르카르(Kunal Sarkar)가 받아들여 공동으로 루모스 연구소(Lumos Lab)를 출범시켰고 2007년엔 두뇌 향상 게임인 루모시티닷컴(Lumosity.com)을 열었다. 한마디로 천재적 아이디어를 가진 과학도와 그 가능성을 알아본 금융 전문가가 합작해 새로운 유망기업을 만들어낸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공동설립자는 미국 서부가 아닌 동부의 명문 프린스턴대 출신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CEO 쿠날 사르카르는 월트디즈니에서 M&A 업무를 전담하다 12억달러 규모의 사모펀드 McCown De Leeuw 부사장을 거쳐 4억달러 규모의 사모펀드 AIMLP를 공동으로 설립해 운영하다가 이 회사에 합류한 전략 및 자금 전문가다. 심리학을 전공한 최고과학책임자(CSO) 마이클 스캔론은 신경과학을 연구하면서 인간의 인지처리 능력과 학습 부문에 깊이 있는 연구를 했다. 이후 루모스 연구소에서 인간의 인지 능력 트레이닝에 대한 대규모 연구를 주도하고 있고 스탠퍼드나 카네기 멜론, 버클리, 컬럼비아, 하버드 등 미국 유수의 대학 연구소들과 이 부문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6000만명 이상 가입자 확보 루모시티는 현재 웹과 모바일로 두뇌 훈련 및 인지능력 훈련 게임을 내고 있는데 회사 측은 180여 국에서 6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밝혔다. 단기간에 이처럼 많은 인원이 가입한 것은 이들의 게임이 묘하게 당기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루모시티의 게임 자체는 심리학 교과서에서 많이 보던 장면들에 속도감 있는 컴퓨터 게임을 접목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프로그램은 기억력과 주의력, 반응속도, 사고의 유연성, 주어진 상황에서의 문제해결 능력 등을 높이는 식으로 구성돼 있다. 가령 기억력과 관련해선 색상이나 모양 등을 보여주며 다음에 나오는 색상이나 모양이 앞의 것과 같은지를 확인하는 단순한 것부터 시작된다. 아주 단순하지만 오래 반복하면서 주의력까지 요구하게 된다. 어떤 게임에선 기차가 나오는데 선로를 계속 바꿔주며 정해진 목적지로 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확성과 신속성이 동시에 요구된다.

    이런 훈련을 통해 패턴이나 위치, 이름, 얼굴 등 수많은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여러 가지 작업 가운데 동시에 몇 가지를 처리하거나 핵심정보를 파악하는 능력 등을 기르게 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촉박한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신속하게 반응하는 연습도 하게 된다는 것. 한마디로 과학을 디지털 게임으로 전환했는데 이 게임을 하는 동안 자연스레 두뇌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이 두뇌 운동 프로그램을 하버드나 스탠퍼드 및 UC 버클리 같은 기관의 독립적 연구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모시티의 공동창업자
    루모시티의 공동창업자
    세계 학자들 성과 확인에 관심 높아 이들 게임이 실제 두뇌능력을 향상시키는지에 대한 객관적 증거를 묻자 회사 측은 게임 자체는 수십 년 동안 연구돼온 신경 및 인지능력 관련 연구 결과와 회사 연구실에서 디자인한 것들을 결합한 것이며 13명의 전문가가 리뷰한 논문이 있으며 다수의 연구 결과가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루모스 연구소의 신경 과학자나 의사, 교사 등이 전 세계 학자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 6개국, 47개 기관에서 63명의 학자가 62건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PO 계획이 있는가를 묻자 루모시티는 지금은 글로벌 학습 브랜드로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것이 결과적으로 IPO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가장 적합한 경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경쟁 문제 때문에 매출액은 공표하지 않는다고 했다. 멜리사 말스키 홍보 책임자는 “발굴되지 않고 묶여 있는 각 개인의 잠재력을 찾아내기 위해 인간 두뇌를 이해하고 향상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회사의 비전이라고 소개했다.

    루모시티의 두뇌훈련 게임이 기억력 향상을 돕는다거나 치매와 같은 질병의 위험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직접적 증거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그렇지만 지극히 단순한 동작만 반복하거나 깨고 부수는 게임을 만들어내는 데 익숙한 국내 게임업계에 루모시티의 성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국의 게임 규제를 초래한 것도 재테크나 학습 등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서구의 보드게임과는 다른 중독성 강한 게임만 양산한 책임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루모시티는 국내 게임사들이나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목표를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화에 초점을 맞춰 한국어 버전까지 내고 있는 루모시티의 전략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3호(2015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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