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봉권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공통점 많은 사모펀드 황제…루벤스타인, 슈워츠먼

    입력 : 2015.02.06 16: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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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슈워츠먼,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미국 사모펀드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사모펀드 제왕들이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의 반대 개념으로 비공개로 소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은 뒤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진 기업이나 자산에 투자, 웃돈을 얹어 되팔아 차익을 얻는 전략을 취하는 펀드다.

    기자는 최근 이 두 명의 사모펀드 회장들을 인터뷰하는 기회를 가졌다.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은 지난 1985년 40만달러의 종잣돈으로 블랙스톤을 설립하여 사모펀드, 부동산, 채권, 헤지펀드 등에 투자하는 세계 최대 대체투자회사로 키워냈다. 설립 30년 만에 운용 자산을 3000억달러(약 330조원)로 불린 슈워츠먼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헐값에 매물로 나온 단독주택을 대거 사들였다. 블랙스톤이 단일 기관 보유 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5만 채의 단독주택을 소유하게 된 배경이다. 블랙스톤이 투자한 기업이 고용한 종업원 수만 62만명으로 직원 수로 따지면 미국에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은 1987년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을 설립한 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사모펀드 회사로 만들었다. 던킨도너츠 등 칼라일이 투자한 기업수는 200개를 훌쩍 넘는다. 법대를 나와 변호사로 활동하던 루벤스타인은 1977년부터 4년간 지미 카터 대통령 재임 시 백악관 국내 정치담당 부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카터가 재선에 실패하면서 백악관을 나와야 했지만 그에게는 오히려 칼라일그룹을 설립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슈워츠먼이나 루벤스타인 두 사람 모두 분초를 다툴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 사모펀드 업계에서 일가를 이룬 성공한 경영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몇 가지 또 다른 유사점이 있다. 일단 달변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술술 답변이 나온다. 이들 두 사람이 다보스포럼은 물론 전 세계 포럼에 단골연사로 초청되는 이유다.

    여기에 워싱턴 정치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점도 남다르다. 루벤스타인 회장은 백악관에서 일하며 정치권에 몸을 담았던 경력 덕분에 정치권 네트워크가 강하다. 칼라일그룹 본사를 글로벌 금융심장 맨해튼 월가 대신 워싱턴에 두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슈워츠먼 회장도 수시로 워싱턴 정가 인물과 만난다. 지난해 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회동하는 등 워싱턴과 월가 소통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미국경제 3%+α 성장 전망 슈워츠먼, 루벤스타인 회장은 올해 미국경제를 낙관한다. 특히 저유가 호재가 미국 경제 성장 모멘텀을 강화하면서 2005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3%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슈워츠먼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저유가 효과가 올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저유가가 미국 가계 주머니에 수천달러의 휘발유값 절감 혜택을 안겨주는 경기부양 효과를 내면서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확대로 연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가파른 유가하락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때 더 큰 투자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펀더멘털 이하 수준으로 가파르게 떨어진 에너지 업체 저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가전망에 대해 슈워츠먼 회장은 “석유메이저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난 수년간 석유값이 배럴당 30~120달러 사이에서 움직였다고 하더라”며 유가라는 것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것이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러면서도 기본적으로 석유는 일반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가격이 생산비용 아래로 하락하면 개발·생산이 감소하고 반대로 가격이 오르면 생산량이 늘어나게 마련이라는 얘기다. 결국 저유가가 장기화되면 수급 논리에 의해 석유생산이 줄어들고 가격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루벤스타인 회장도 올해 미국 경제 전망을 묻는 질문에 “더 좋아질 것(better)”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받은 은행들이 자본 재확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금융기관 대출 여력이 커지고 있고 정치권 다툼도 줄어들면서 경제 맞바람이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 경제가 매우 창조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루벤스타인 회장은 “창의성을 강조하고 창업을 꿈꾸는 분위기가 미국적인 문화이자 전통”이라며 “정부가 민간에 뭘 하라고 지시하고 간섭하기보다는 민간부분 활동이 활성화돼 있고 대학이 자율성을 가지고 학생들을 선발하고 가르치는 한편 스스럼없이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유토론 사고방식도 창업기반 강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창업마인드가 전반적으로 사회에 체화돼 있느냐는 것 자체가 한국과 미국 문화 차이라고 본다고 지적하고 이것을 바꾸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업마인드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벤처캐피털·기술벤처기업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몸집을 키워나갈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창조·창의 생태계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루벤스타인 회장은 “무난한 길을 택하기보다는 위험(리스크)을 감수하도록 북돋우는 문화를 창조하고 진부하게 들리더라도 실패를 진정으로 용인하는 사회적 환경과 문화를 구축하는 데 정부가 할 역할이 많다”며 “사회분위기를 바꿔 벤처캐피털과 창업인재풀 기반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준 기준금리 인상 최대한 늦출 것 두 사람 모두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슈워츠먼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미국 경제 부양에 올인한 연준이 현시점에서 미국 경기 회복세를 위협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으로 단언했다. 저유가 영향으로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점도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3분기 정도로 예상하고 있지만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설사 금리를 올리더라도 경제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루벤스타인은 회장도 이제 막 회복세에 불이 붙은 미국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달러 초강세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일본은행(BOJ),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양적완화로 돈을 더 풀기 시작하면 달러강세 추세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달러는 추가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이 경우 미국 수출업체 가격경쟁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달러 초강세로 미국 경기 회복에 일조했던 수출에 부담을 주는 상황을 원치 않기 때문에 달러가 과도하게 가파른 속도로 상승하는 조짐이 감지되면 연준 기준금리 인상 속도·폭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미국 주식 밸류에이션 높지만 거품 아냐 두 사람 모두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거품 국면에 들어선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루벤스타인 회장은 주식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서 사모펀드들이 현재 미국 주식을 쉽게 사들이기 힘든 상황이라고 실토했다. 사모펀드가 투자를 할 때 내부적으로 목표로 하는 수익률이 있는데 주식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만큼 목표수익률을 거두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지금 주식을 매수하면 기대수익률이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루벤스타인 회장은 주가 상승세가 꺾였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재 뉴욕증시 밸류에이션은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전망을 반영하는 것인데 다소 증시가 경제회복 기대감을 앞서 나간 정도라고 분석했다.

    슈워츠먼 회장은 주식 밸류에이션에 거품이 끼었다기보다는 정상 수준 상단에 위치해 있다고 해석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면 주가수익비율(PER)이 내려가 주가가 조정을 받겠지만 연준 기준금리 인상이 점진적이라면 증시랠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3호(2015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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