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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권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월가 족집게 바이런 위엔 블랙스톤 부회장의 전망
입력 : 2014.12.19 17: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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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자가 만난 위엔 부회장은 미국경제에 대해 긍정론을 펼쳤다. 유로존발 글로벌 금융위기, 기준금리 인상 불안감으로 투자심리가 흔들릴 수도 있지만 미국경제 펀더멘털 회복 추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대단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오히려 반겨라 지난 10월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2012년 9월부터 시작했던 3차 양적완화(QE3) 종료를 선언하며 통화정책 정상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 때문에 이제 시장 관심은 언제 기준금리가 인상될지에 모아지고 있다. 2008년 12월 이후 6년째 이어지고 있는 제로금리를 언제 인상할지를 놓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기준금리 인상이 그동안 저금리를 토대로 랠리를 지속해온 증시 폭락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엔 부회장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한다. 위엔 부회장은 “이미 시장에 내년 중반께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이미 알려진 뉴스이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특히 위엔 부회장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붕괴될 것처럼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과거 시장흐름을 보여주는) 역사책을 읽지 않은 것”이라며 “과거 경험을 보면 기준금리 인상 후에는 항상 증시가 상당기간 랠리를 지속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촌철살인 시장 전망으로 월가 족집게로 이름난 위엔 부회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난 1994년 2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들어간 뒤 S&P500지수는 2000년 3월에 꼭지를 찍었다. 기준금리 인상 후 증시가 정점에 다다를 때까지 73개월이 걸렸다. 2004년 6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린 뒤에는 S&P500지수가 2007년 10월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40개월간 랠리가 이어진 셈이다. 이처럼 1953년 이후 연준 기준금리 인상 후 S&P500지수 흐름을 분석한 결과, 정점을 찍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29개월이었다. 첫 금리 인상 후 시장이 일반적으로 2년 이상 랠리를 이어갔다는 얘기다. 역사적 흐름이 되풀이된다는 전제 하에 시장 컨센서스대로 연준이 내년 6~8월께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가정하면, 2017년 말께 S&P500지수가 최고점에 올라서게 되는 만큼 이때까지 증시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처럼 금리인상 후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금리 인상=미국경제 성장’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펀더멘털이 회복되면 실물경제 거울인 주가가 상승흐름을 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위엔 부회장의 설명이다. 시장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연준 기준금리 인상이 미국 증시랠리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 경제 침체는 없다 위엔 부회장은 유로존발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경기 둔화라는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미국경제가 내년에 재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한다. 이와 관련해 위엔 부회장은 13가지 경기침체 전조 지표 해석을 통해 미국경제 침체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➊ 인플레이션 일반적으로 경기침체 전에는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재 인플레이션은 안정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연준이 목표로 하는 2%대 인플레이션 타깃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연방은행은 2016년까지도 2%대 인플레이션 목표치 도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을 정도다.
➋ 수익률 곡선(일드커브) 경기가 꺾어지기 전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지는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경기침체 불안감 속에 자금수요가 확 줄어들면서 장기금리가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수익률 곡선은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➌ 매출 대비 재고비율 침체국면에 접어들기 전에는 매출 대비 재고비율이 확 높아지는 흐름을 보인다. 제품판매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금은 매출 대비 재고비율이 장기 평균보다 낮다.
➍ 국내총생산(GDP) 대비 내구재소비·자본·건설지출 비율
침체국면을 앞두고 이 비율은 경기과열 속에 장기평균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과도하게 커진 소비·자본·건설지출 거품이 터지면서 경제는 곧바로 침체국면에 빠져든다. 현재는 이 비율이 장기평균 대비 크게 미달하는 상태다.
➎ 주간실업수당 청구건수 경기가 나빠지기 전에는 실업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경기침체에 빠지기 전 주간실업수당 청구건수는 보통 47만5000~65만 건에 달한다. 하지만 11월 중순 현재 4주 평균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7만 건에 불과하다.
➏ 경기선행지수 침체국면을 앞두고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는 당연히 하락하지만 현재는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➐ 직원 1인당 이익창출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이익창출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는 이익창출 규모가 안정적이다.
➑ 산업생산 침체국면에는 소비수요가 줄기 때문에 산업생산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올 들어 미국 산업생산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➒ 개인소득 침체 때는 개인소득이 줄어들지만 현재는 미국 가계 순자산 규모가 사상 최대치로 치솟은 상태다. 주가와 주택값이 상승한 덕분이다. 미국경제 성장률의 70%를 좌지우지하는 가계소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경제 회복 모멘텀을 키울 수 있다.
➓ 아웃풋갭(실질성장률-잠재성장률)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꺾이기 전 과열양상을 보일 때 아웃풋갭은 정점을 향해간다. 지금은 아웃풋갭이 마이너스 상태로 안정적으로 그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금리스프레드(투기등급채권-투자적격채권) 경기 침체국면이 심화되면 투기등급수요가 급격하게 줄면서 금리가 폭등, 금리스프레드가 확대된다. 현재는 가격차가 안정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소비자신뢰지수 가계의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소비자신뢰지수는 침체국면을 앞두고 떨어지지만 현재는 7년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증시 침체국면을 앞두고 실물경제의 거울이라는 증시는 거품이 꺼지면서 폭락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현재 증시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랠리를 지속하고 있다.
위엔 부회장의 이 같은 미국경제 긍정론이 내년에 사실로 확인될지 월가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1호(2014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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