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우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미국선 자산관리 자문도 로봇이 한다

    입력 : 2014.11.14 16: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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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Robot)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미국에선 금융부문에서도 로봇의 활약이 대단하다. 디지털 재테크 상담 로봇인 ‘로보 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바로 그 주역이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고객의 재테크 설계를 도와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선 이 분야에 뛰어드는 벤처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선도업체격인 베터먼트(Betterment)는 지난 2008년 뉴욕에서 설립돼, 현재 관리자산이 5억달러에 이른다. 금융사 계좌와 연결해서 고객이 온라인상에서 스스로 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회사의 특징이다.

    온라인 증권 브로커로 유명한 찰스 스왑(Charles Schwab)의 2조3000억달러, 독립투자자문 시장 규모 1조5000억달러에 비하면 아직까지는 매우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성장속도가 매우 빠른 데다, 그동안 거부(巨富)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자산관리(wealth-management) 시장에서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자산 적은 젊은 계층 상대로 승부수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의 자산관리 시장이 기존의 재테크 전문가들이 거부들을 상대로 맞춤형 재테크 상담을 하는 시장과, 로보 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저가용 재테크 상담을 하는 시장으로 양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치 연말 세금정산을 하는 것처럼 간단한 세금공제는 국세청 홈페이지를 통해 해결하고, 복잡하고 규모가 큰 절세 전략은 회계법인이나 공인회계사(CPA)를 고용해 해결하는 ‘이원화 현상’이 자산관리 시장에서도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몇몇 대형 회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자산관리 시장은 투자가능 자산규모가 25만 ~100만달러 이상에 달한다. 이에 비해 ‘로보 어드바이저’는 자산규모 10만달러 이하 가구가 주요 타깃이다. 자산규모가 적지만 재테크에 관심이 많으며, 디지털 수단에 익숙한 젊은 20~40대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은퇴를 앞둔 노년층에게도 로보 어드바이저는 유용한 자산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베터먼트(Betterment)라는 업체의 경우 관리하는 자산의 20%를 은퇴 노년층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로보 어드바이저의 가장 큰 무기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저렴한 수수료다. 기존의 자산관리 회사들로부터 재테크 서비스를 받으려면 보통 연간 1%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자산이 100만달러라면 연 1만달러를 수수료로 내야 하는 것이다.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1000만원이 넘는 큰 돈이다. 이에 비해 로보 어드바이저는 연 0.15%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할 뿐이다. 자산규모가 10만달러라고 가정하면 150달러에 불과하다.



    ‘거짓말 못하는 로봇’… 투자결정은 고객 몫 물론 아직까지는 기존 회사들이 제공하는 사적이고도 정교한 서비스를 로보 어드바이저에게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향후 기술이 발달하고 추가적인 요금 인하가 가능해진다면, 대형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기존 자산관리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는 회사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를 띤다.

    로보 어드바이저 회사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플렉스스코어(FlexScore), 파이낸셜 가드(Financial Guard), 잼스텝(Jemstep), 런베스트(LearnVest), 시그피그(SigFig) 등은 인터넷과 전화, 이메일 등으로 재테크 상담을 수행한다. 하지만 금융상품의 최종 구매결정은 고객 스스로 내리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해 베터먼트, 코베스터(Covestor), 퓨처 어드바이저(Future Advisor), 모티프 인베스팅(Motif Investing), 웰스프론트(Wealthfront) 등은 검증되고 정형화된 재테크 모델들을 사용해 저비용 자산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사업 모델의 장점은 상담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본적인 재테크 어드바이스는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재테크 상담사가 인간이었다면 수수료가 저렴하거나 무료라면 신뢰성이 떨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로보 어드바이저는 ‘기계’일 뿐이다. 수수료가 싸더라도 거짓말이나 사기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복잡한 상담이 필요한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실제 자산관리사(CFP)의 서비스에 대해서만 요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0호(2014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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