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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젊은 인재 기용한 오바마 대통령의 ‘젊은 소통’
입력 : 2014.06.27 11: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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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방탄조끼(Flak Jacket)는 어니스트에게 넘기기로 했다”고 말하자 갈채가 쏟아졌다. 여기서 ‘방탄조끼’란 언론의 거센 공격으로부터 대통령을 막아주는 백악관 대변인 자리를 말한다. 백악관 선임 부대변인으로 일해 왔던 조시 어니스트에게 대변인 배턴을 넘긴다는 발표에 기자들이 박수로 환영의 뜻을 밝힌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직하다는 뜻의) 이름이 그의 행동을 말해준다”며 “워싱턴DC 밖에서도 그보다 더 좋은 사람은 없다”고 치켜세웠다.
캔자스시티 출신인 어니스트 대변인은 라이스대학에서 정치과학과 정책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정치권을 맴돌던 어니스트는 2007년 3월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선거 때마다 승부가 엇갈리는 경합주)인 아이오와 주 공보국장을 맡으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 후 7년여 만에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고위직인 백악관 대변인 자리에 오르게 됐다. 어니스트의 타고난 성실함과 판단력이 오바마 대통령을 매료시켰다는 평가다. 놀라운 점은 현재 그의 나이가 만 37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농구광으로 알려진 어니스트의 백악관 대변인 승진은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2011년 로버트 깁스 대변인이 사임했을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1965년생인 제이 카니와 함께 어니스트를 후보군으로 지목했다. 백악관 대변인 자리를 3년 전에 올랐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1977년생인 어니스트의 젊은 나이가 백악관 대변인 임명을 몇 년이나 늦춰 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찬찬히 살펴보면 백악관 고위직에는 30대들이 적지 않게 포진돼 있다. 공통점은 이들이 오래 전부터 오바마 대통령과 긴밀한 교감을 가져온 ‘젊은 피’라는 것과, 정책 홍보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자리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다는 것이다.
흔히 ‘오바마의 남자’로 불리는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대표적이다.
1977년생인 그가 NSC에서 맡고 있는 일은 ‘전략 커뮤니케이션(Strategic Communication)’이다. 국제문제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의 의중을 ‘족집게’처럼 집어내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2009년 6월 ‘카이로 연설’을 포함해 2007년 이후 오바마 대통령의 국제관계 주요 연설은 대부분 로즈의 작품이다.
뉴욕 칼리지에이트와 라이스대, 뉴욕대에서 문학을 공부했던 로즈 부보좌관은 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정책의 ‘숨은 실력자’로 알려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그의 세계관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의 대통령 연설문 작성 책임자 역시 30대 초반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자신의 연설문 작성 책임자로 1981년생인 시카고 태생인 코디 키넌을 임명했다. 노스웨스턴대와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공부한 키넌은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연설문 작성으로 유명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미국 국민들의 아픔과 슬픔을 어루만지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2012년 12월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로 26명이 사망하자 미국 전역은 애도 분위기에 휩싸였다. 당시 현장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희생자 추모 연설을 통해 수많은 미국인을 울렸다. 당시 연설문 작성을 도왔던 인물이 바로 키넌이다. 그 또한 오바마가 상원의원이었던 2007년부터 인연을 쌓아왔다.
재선 대통령으로서 인기가 예전 같지가 않지만, 미국 국민들에게 오바마 대통령은 ‘젊고 진취적인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1961년 4월생으로, 올해 만 52세인 오바마는 그 자신이 젊은 대통령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변에 젊고 참신한 참모를 포진시킴으로써 ‘젊은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측면도 강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2014년 현재 미국인 평균연령은 만 37.6세다. 미국도 차츰 고령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평균 연령이 각각 46.1세인 일본 등에 비하면 여전히 ‘젊은 나라’ 축에 속한다.
이런 미국을 이끄는 오바마 대통령이 30대 참모들을 앞세워 ‘젊은 소통’을 추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어찌 보면 매우 영리한 일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6호(2014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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