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봉권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중국 걱정 말고 미국이나 걱정하라

    입력 : 2014.06.12 13: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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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가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비관론자이자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으로 명성을 떨치다가 3년 전 예일대 교수로 자리를 옮긴 스티븐 로치가 신저를 들고 최근 월가를 찾았다. <불균형 : 미·중 상호의존(Unbalanced: The Codependency of America and China)>이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로치 교수는 G2(미·중)가 협조적 관계를 강화해야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G2는 상호의존적 관계 로치 교수 신저는 중일 양국이 경제적으로 상호의존적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저렴한 상품을 수입해 미국 소비자들이 값싼 가격에 소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계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저축률이 뚝 떨어졌음에도 미국 경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저렴한 중국제품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중국이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배경으로 미국 국채를 매입, 미국 정부가 무한대로 국채를 발행하는 게 가능해졌고 이를 통해 미국정부는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중국은 세계최대 수출시장인 미국 시장을 공략해 경제 덩치를 키웠다. 미국 달러를 벤치마크로 삼아 위안화 가치를 안정시켰다. 그런데 이 같은 상호의존적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늘리고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불균형이 임계점에 도달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 이 때문에 중국경제는 과도한 투자와 수출의존도를 줄이고 내수를 확대하는 경제구조 재편이 필요해졌다. 대규모 경상·재정 적자에다가 저축률은 역사적 최저수준으로 뚝 떨어진 미국은 경상·재정 적자는 줄이고 저축률은 높이는 리밸런싱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리밸런싱과 관련해 로치 교수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하나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로, 중국은 리밸런싱에 성공하고 미국은 실패하는 경우다. 이 경우 미국경제에 대한 국제사회 신뢰가 떨어지면서 금리가 급등하고 달러가치는 떨어져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진단했다.

    하나는 긍정적 시나리오다. 양국 모두 리밸런싱에 성공하는 것. 미국 가계 저축률이 높아지고 축적된 자본은 인프라, 제조업, 인재양성 등 미국 경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사용된다. 또 과거보다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수출비중을 늘린다.

    그는 이중에서 부정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확률이 두배 정도 더 큰 것으로 봤다. 로치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과도한 수출 의존적 경제에서 내수 확대 방향으로 재편하는 등 리밸런싱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리밸런싱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여서 앞으로 두고두고 미국의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봤다.



    중국경제 위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맨해튼에서 기자와 만난 로치 교수는 최근 들불처럼 일고 있는 중국경제 위기론은 과장된 것으로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로치 교수는 “최근 상당수 전문가들이 중국경제 성장률 둔화, 확대되는 그림자금융, 부동산·자산거품을 들어 중국경제 위기론과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데 이는 아주 과장된 것”이라며 “중국경제에 대해 경고등을 켤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중국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그래도 다른 주요국가와 비교하면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로치 교수의 주장. 특히 최근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은 과거 수출·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경제구조를 내수·서비스산업 확대로 전환하는 리밸런싱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률 하락을 오히려 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 등 3차 산업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제조업·건설 등 2차 산업보다 처음으로 더 커졌다. 로치 교수는 “중국에서 서비스산업은 제조업·건설산업보다 30% 이상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만큼 노동집약적”이라며 “때문에 과거처럼 중국경제가 10%가 아니라 7%만 성장해도 매년 새롭게 유입되는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률 둔화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양적완화축소(테이퍼링)로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갔지만 이는 경상수지 적자를 내는 등 해외자금에 크게 의존하는 취약한 신흥국가에 국한되는 현상으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중국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로치 교수는 “중국을 다른 취약한 신흥국과 같이 묶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부동산 거품과 관련해 로치 교수는 “중국 부동산 공급과잉을 보여주기 위해 월스트리트저널이 중국내 텅 빈 빌딩 사진과 기사를 크게 냈는데 이는 피상적인 현상을 본 것에 불과하다”며 “지난 1990년대 초고층 건물을 대거 지은 상하이 푸동지역을 유령도시라고 비꼬았지만 지금은 550만명의 인구가 들어차 빈 건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고 강조했다.

    로치 교수는 “매년 1500만~2000만명의 인구가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수십 년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지속적으로 주거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당장은 아니겠지만 비어있는 주택과 빌딩은 몇 년 내에 다 채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로치 교수는 “중국 국가부채가 늘고 있다고 하지만 일본이나 영국의 절반 수준이고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도 낮다”며 “그림자금융도 GDP대비 26% 수준으로 전 세계 주요국 평균인 120%보다 훨씬 낮다”고 설명했다.

    위안화 하락추세에 대해 로치 교수는 “지난 2005년 이후 위안화가 36% 오른 뒤 이제 겨우 2~3% 떨어진 것으로 위안화 평가절하가 새로운 추세로 자리 잡았다고 보지 않는다”며 “미국 재무부가 중국 인민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을 비판했지만 위안화는 적정수준에 있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로치 교수는 “미국은 위안화 환율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커지고 있는 중국 서비스시장 접근성을 확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치 교수는 “중국 GDP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3년간 43%에서 46%로 확대됐고 앞으로 55~60%까지 증가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2025년까지 중국 서비스시장 규모가 12조달러가 추가로 확대된다”고 분석했다.

    로치 교수는 “서비스도 상품처럼 교역 가능 규모가 35~50%에 달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4조~6조달러 규모의 중국 서비스시장이 해외에 오픈되는 셈”이라며 “서비스 경쟁력을 갖춘 미국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당장 미국경제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갖는 것은 경계했다. 로치 교수는 “저축률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인적자원·인프라에 투자하고 과도한 소비를 줄이고 수출을 확대하는 등의 경제구조 리밸런싱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는 점이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5호(2014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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