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하면 생각 나는 것…석유·사막·테러?
입력 : 2014.04.11 17:16:00
-
더불어 기후에 있어서도 지역별로 차이가 난다. 건조한 사막기후가 주를 이루지만 이란,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 터키 등에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린다. 레바논, 모로코, 알제리, 이란 등지에서는 매년 겨울에 스키장이 문을 연다. 사우디에서는 겨울에 동사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중동은 석유 혹은 오일 머니의 땅이다.’ 최근 고유가 시대가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중동의 석유 그리고 유가에 영향을 주는 정치상황이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게 됐다.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부로 사치를 누리는 아라비아 왕자들의 거만한 태도도 종종 기삿거리가 되곤 한다. 그러나 석유 등 천연자원으로 잘 사는 나라는 전체 중동 국가 중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혜택을 받은 산유국과 그렇지 않은 비산유국 간의 생활수준은 상당히 크다. 카타르의 1인당 GDP는 12만달러 이상이지만, 수단과 예멘의 경우 1000달러도 되지 않는다.
‘중동은 화약고다.’ 전쟁과 테러, 폭력적인 것들이 생각난다. 테러리스트로 불리는 이슬람주의자가 중동인을 상징하기도 한다. 덥수룩한 턱수염에 무서운 인상이 떠올려지기도 한다. 답답한 터번과 히잡(이슬람식 여성 머리두건)을 쓰고 단체로 엎드려 예배드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각종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우리의 뇌리에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엄격한 종교로 알려진 이슬람과 테러리즘이 중동을 전반적으로 상징할 수 없다. 사우디에서는 예배시간에 상점과 식당 문을 닫지만, 대부분 다른 아랍 국가들에서는 예배시간에 영업을 하고 모스크로 가지 않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57개 이슬람 국가 중 술을 생산하는 나라가 3분의 2를 넘는다.
중동은 다양한 국가들의 모임 간단한 예들을 들었지만 중동은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공존하고 변화무쌍한 사상과 시각이 교차하는 곳이다. 때로는 충돌하기도 하는 역동적인 지역인 것이다.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는 최근에는 다양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격동의 무대다. 중동이 이처럼 폭력, 석유, 사막 등의 획일적인 이미지로 비춰지는 이유는 무지, 무관심, 그리고 몰이해로 설명될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과 현실을 잘 파악하지 못한 채 겉모습과 지나치게 일반화한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다양성은 여러 부분에 등장한다. 여성의 복장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눈만 내놓고 온몸을 검은 천으로 가린 복장은 일부 국가에서만 나타난다. 우선 검은 천으로 눈을 제외한 모든 얼굴을 가리는 머리 두건은 니깝(Niqab)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오만, 쿠웨이트, 이라크, 리비아 등 일부 보수적인 국가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우디를 제외하고는 이들 나라에서도 최근 얼굴을 내놓는 두건을 많이 볼 수 있다. 얼굴을 보여주고 머리와 목을 가리는 두건은 히잡(Hijab)이라고 불린다.
어느 정도는 개방된 국가에서 이슬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여성 두건 형태다. 위의 보수적인 나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아랍국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머리와 얼굴에 아무런 두건을 하지 않는 여성들이 급증하고 있다. 주로 북아프리카의 아랍 국가들과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등 개방적인 분위기를 가진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지난 3월 9일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외무장관회의.
이런 다양성에 대한 실례로서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교해 보겠다. 두 나라 모두 아랍, 중동, 그리고 이슬람국가다. 이집트는 아랍의 최대 정치 및 문화대국이고, 사우디는 아랍의 최대 경제 및 산유국으로서 대표적인 중심 국가이다.
정치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시스템은 세습절대군주제다. 왕정시스템이라고도 불린다. 사우디의 지배세력은 알 사우드(Al Saud) 가문으로 이 가문 이름이 나라이름이 된 경우다. 즉, 유목 문화의 전통적인 지배가문 세습 제도다. 1932년 압둘 아지즈 이븐 사우드가 나즈드(Najd) 및 히자즈(Hijaz)를 통합해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의 건국을 선포했다. 1953년 압둘 아지즈의 사망 이후 그 유언에 따라 왕위를 형제 간 계승하고 있다. 반면 이집트의 정치제도는 공화정이다. 우리와 비슷하다. 민주화 정도는 우리보다 낮지만 국민에 의해 대통령과 의회 구성원이 선출된다. 3권 분립도 명확히 되어 있다. 사실 우리보다 훨씬 먼저인 20세기 초 의회 선거를 치렀다.
경제적으로 봐도 두 나라는 크게 다르다. 사우디 경제의 특징은 한 마디로 ‘석유 의존형’이다. 석유와 가스가 주를 이루는 광업이 전체 GDP의 약 47%를 차지한다. 제조업 비중은 10%정도이다. 이마저도 상당부분 석유화학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석유가 없으면 무너지는 나라다. 하지만 이집트의 경제구조는 서비스 산업 주도형이다. 2012/13년 회계연도 기준 서비스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1.2%였다.
또 제조업 및 농업의 비중이 각각 32.4%, 16.4%를 기록하고 있다. 서비스업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단연 관광산업이다. 그러나 인구가 9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이집트의 1인당 GDP는 2500달러 수준이다. 사우디의 약 2만3000달러에 비해 크게 낮다. 두 나라는 경제구조나 소득수준에 있어 완전히 다른 나라다.
사회적으로 볼 때 사우디는 아랍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나라다. 여성에게 운전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슬람과 유목민의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이슬람 때문이다.
특히 이슬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이슬람법을 이용하여 사회통제를 하고 있다. 반면 이집트는 비교적 개방적인 국가다. 지방에 보수적인 지역도 존재하지만 대도시에서는 상당히 개방적인 성향이 강하다. 1970년대 이후 경제상황이 악화하면서 이슬람화, 보수화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분위기이지만, 1960년대 제작된 흑백 드라마에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금발의 여성들이 자주 등장한다. 피라미드로 향하는 거리에는 술집도 즐비했다. 이집트에서는 여성의 사회활동에 큰 제약이 없다. 오히려 1960년대부터 추진된 정부의 사회주의 정책에 의해 여성의 사회활동이 적극 장려되었다. 따라서 이집트의 여성 공무원 수는 약 150만 명에 달해 한국의 여성 공무원 수보다도 훨씬 많다.
지나친 일반화는 중동에 국가별 진출을 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상당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중동은 다양성이 존재하는 지역이다. 과거처럼 ‘대중동 진출전략’ 등의 제목으로 연구나 시장진출 전략을 짜서는 안 된다. 21세기에는 국가별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효과적이고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서정민 교수]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3호(2014년 04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