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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 미국이 떤다
입력 : 2014.02.07 09: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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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베이비 부머’세대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1964년생이 50대에 접어드는 역사적인 해이기도 하다.
‘베이비 부머’의 무더기 은퇴는 미국 경제의 미래를 예측하는 중요한 변수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노동시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구직 포기 “미래가 없다” 사연은 이렇다. 현재 미국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2.8%로 1978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지난 2000년 경제활동 참가율이 67.3%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하락폭이다. 지난해에는 55만명이 일자리 시장에서 퇴장해 미국의 노동인력이 1억549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연간 기준으로 미국 노동인력이 뒷걸음질을 친 것은 1948년 이후 세 차례에 불과하다. 예사롭지 않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수백만명이 일자리 찾기를 포기한 상태”라며 “점점 많은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미래가 없다’고 얘기한다”고 지적한다. 일자리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보니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해버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경제학자들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떨어지는 근본 원인은 ‘베이비 부머’들의 퇴장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자리가 필요없다’며 구직시장을 이탈한 인원의 76% 가량은 55세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이비 부머의 집단적인 구직시장 이탈 현상이 향후 15년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선 65세 이상 노인이 매일 1만명씩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미국 경제 곳곳에서 구멍이 생기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자리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이 감소한다는 것은 기업이 골라서 채용할 인재풀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빠져나가는 인력이 오랜 경험이 축적돼 높은 생산성을 가지고 있는 고급 인력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베이비 부머’ 은퇴자들은 좋은 쪽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연금제도가 발달한 미국에서 그들은 두툼한 지갑과 뛰어난 안목을 고루 갖춘 1등 소비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한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선 은퇴한 베이비 부머를 위한 맞춤형 부동산 상품이 인기다. 의사와 간호사가 딸린 거주시설이나 건물관리에 손이 덜 가는 레저용 주택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은퇴자금을 굴려주는 금융서비스나 노인 건강을 챙겨주는 헬스케어 산업은 거의 ‘대박’ 수준이다.
‘베이비 부머’ 은퇴자들이 미국 경제에 득(得)이 될지, 실(失)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할 것이다.
할리우드의 형제 영화감독인 에단 코엔과 조엘 코엔은 지난 2007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라는 걸작 영화를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노인을 위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이진우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1호(2014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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