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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변화물결…기회의 땅 중동 앗쌀람 알라이쿰!
입력 : 2014.01.09 10: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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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인 적대감이 등장하는 사건도 있었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이다. 이스라엘에 이어 중동 내 두 번째 교두보였던 이란을 잃은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소련의 남하를 막아주던 친서방 팔레비 정권이 붕괴하고 이슬람 신정국가가 등장한 것이었다.
호메이니 정권이 이슬람혁명 수출을 선언하고, 얼마 후 친미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도 암살당했다. 미국은 ‘이슬람=테러리즘’이라는 등식을 더욱 확립해나갔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이 등식을 적용해 미국은 군사적인 보복을 단행했다. 다국적군을 구성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공격하고 점령했다. 이에 저항하는 아프간과 이라크 무장조직은 모두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혔다.
1990년대 초 동구권의 몰락으로 새로운 국제정치 질서가 등장하면서 이슬람권은 또 다시 구소련 공산주의를 대체하는 적으로 부상했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담론이다. 특히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의 충돌이 21세기 주요 분쟁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첨단정보통신이 보편화하고 21세기에도 이런 시각이 팽배해 있다. 2005년 덴마크 신문이 게재한 ‘무함마드(마호메트) 풍자만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 12컷 때문에 수백 명이 사망했다. 무함마드가 심지에 불이 붙은 폭탄모양의 터번을 쓴 모습으로 등장한다. 명백히 이슬람의 폭력성을 강조한 것이다. ‘중동 혹은 이슬람=테러리즘’ 공식을 부각시키려는 한 유럽언론사의 의도였다. 하지만 알카에다 등 국제테러네트워크가 대서방 테러를 본격화한 것은 1991년 걸프전 이후였다. 미국이 이슬람의 성지인 사우디에 주둔하기 시작한 해였다.
2011년 이후 중동은 새로운 변혁을 시작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열망이 본격적으로 분출되고 있다. 2011년 1월 중순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민혁명은 이집트의 30여 년 장기집권마저 무너뜨렸다. 예멘과 리비아의 정권변화도 가져왔다. 시리아 정권은 생존을 위해 무모한 진압까지 펼쳐가며 힘겹게 버티고 있지만, 민주화를 외치는 시민들의 도전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요르단, 알제리, 바레인, 팔레스타인, 수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타 아랍국가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간헐적이지만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서방의 민주화 개혁 압박에도 꿈쩍 않던 중동의 정권들이 이제 현재 거리에 쏟아져 나와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 ‘내부로부터 그리고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중동의 권위주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
중동 시장의 잠재력은 더 크다. 25개의 중동 국가를 포함한 57개국 이슬람권의 GDP는 전 세계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도 16억명에 달한다. 인구의 60% 이상이 30세 이하라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브릭스(BRICS)의 대체 시장으로 유망하다. 더욱이 2011년 일부 아랍국가의 정치변동 이후 다른 중동국가들은 국민의 불만을 완화시키기 위해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중단기적으로도 상당한 건설 붐이 이어질 것이다.
중동은 최근 건설 및 플랜트 시장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개발과 투자에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이후 유가가 급상승하면서 산유국의 재정수입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1조85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전 세계 국부펀드 총액의 36.5%가 중동의 금고에 있다. 규모기준으로 세계 20대 국부펀드 중 9개가 중동에 위치해 있다. 1000억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슈퍼 세븐(Super Seven)’ 중 4개가 중동의 국부펀드다. 이 중 아랍에미리트의 ADIA는 2013년 기준 6270억달러를, 사우디의 SAMA는 5328억달러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쿠웨이트의 KIA와 카타르의 QIA도 각각 2960억, 1000억달러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금융위기 사태에 가장 영향을 덜 받은 지역이 바로 중동이었다. 오히려 대외투자를 늘리면서 서방 국가, 기업, 금융기관 등으로부터도 VIP 대접을 받고 있다. 범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2013년 11월 8일 분석보도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지난 10년간 걸프 6개국이 해외에 투자한 금액은 방송은 1조800억달러다. 미국에 5600억달러, 유럽에 2700억달러, 아랍권에 1300억달러, 그리고 아시아에 1200억달러를 투자했다. 한국 정부가 이슬람금융 도입을 한 때 검토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대 시장 이란도 열리면… 정치와 경제 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또 하나의 획기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란이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돌아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2013년 11월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됐다. 6개월간의 잠정적이고 일차적 합의이지만, 1979년 이후 이어진 미국 등 서방과 이란의 긴박한 대립의 틀이 무너지고 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평화적 원자력 발전을 위한 저농축 우라늄 생산만 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대해 서방은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이 약속을 준수한다면 모든 제재를 풀고 정치 및 경제관계를 정상화한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중동 내 우리의 최대 교역 국가였다. 인구 8000만명 이상의 거대 시장이다.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에 있어 세계 2위다. 아연 매장량은 세계 1위다. 구리, 철광석 등 다른 장원도 풍부하다.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해 수자원이 있는 나라이고 제조업과 농업도 상대적으로 발달한 나라다. 현재는 강력한 국제사회 하에서 중국이 어부지리를 얻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 시장도 열리면 중동은 정치경제적으로 크게 변모할 것이고, 이는 우리와 세계경제에 또 다른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다.
중동 미니 상식 | 앗쌀람 알라이쿰
서정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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