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미국 증시 폭락’ 주장 변함없다…뼛속까지 비관론자, 마크 파버 회장

    입력 : 2013.12.20 11: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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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퀘스터(미국정부 자동 예산삭감) 등 재정긴축, 연방정부 폐쇄, 국가부채 상한선 증액 벼랑끝 협상 등 잇따른 정치 리스크로 올해 내내 미국 경제가 시달렸지만 경기 회복세는 꺾이지 않았다. 미국 실물경기를 반영하는 미국 3대 지수는 올들어 모두 20% 안팎 급등했다. 지난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이 흐르면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경제가 기운을 차리고 기업수익도 개선추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시랠리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증시 낙관론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약세장을 진단하는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심지어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스턴경영대학원 교수조차 미국증시 장기랠리 전망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 증시랠리 대세전망에 맞서 여전히 올해말 증시폭락을 점치는 투자 구루(Guru) 한명이 있다. 마크 파버 마크파버리미티드 회장이다. 하반기 미국 증시 20% 이상 급락… ‘나홀로 비관론’ 파버 회장은 지난 8월부터 미국 증시가 올 하반기에 20%이상 큰폭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파버 회장은 올해 달력을 두 장 남겨놓은 현재도 이 같은 입장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그가 바라볼 때 현재 미국 증시는 지난 87년 하반기 증시 대폭락 때와 많이 닮아있다. 그때 당시 다우지수는 8월 25일 정점을 찍을 때까지 30% 이상 폭등세를 연출한 뒤 10월 19일 월요일 하루 동안 22% 폭락하는 등 8월말 이후 두 달간 주가가 36% 급락했다. 당시 기업수익이 주가 오름세를 합리화할 수 있을 만큼 상승하지 못했고 결국 주가가 기업실적수준에 걸맞는 선으로 주저앉았다는 게 파버 회장의 설명이다. 올해 S&P500지수 등 미국증시가 큰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는 배경에는 지난 87년 대폭락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실적 개선추세가 실망스러울 것이라는 진단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수익대비 주가가 몇 배 수준에서 거래되는지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면 S&P500지수 PER은 지난해 17에서 현재 19배까지 오른 상태다.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선 점도 미국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증시 랠리를 떠받쳤던 초저금리 추세가 마감하고 오름세로 방향을 틀면서 가계·기업 금융비용 부담을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늘어나는 금융비용은 소비·투자를 위축시키고 이는 곧바로 총수요 감소로 이어져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실물경제를 선반영하는 증시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증시 기술적 지표도 하락 전조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단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는 주식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점을 증시랠리 모멘텀 약화 요인으로 지목했다. 대다수 주식이 지난 6개월간 횡보세나 내림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강한 상승랠리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 정부폐쇄와 마지막 순간에 임시변통격으로 합의한 부채증액 협상 후유증으로 정치권에 대한 시장 신뢰가 곤두박질치고 가계 지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큰폭의 증시조정을 전망하면서도 그동안 증시랠리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였던 양적완화는 계속될 것으로 기대했다. 파버 회장은 “우리는 지금 무한정 양적완화(we are in QE unlimited)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양적완화를 멈추면 경제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연준이 양적완화축소에 나서기 힘들 것”으로 봤다.

    중국실제 성장률 4%에 불과… 애플은 성인 장난감 회사 최근 파버 회장 비관론에 걸려든 것은 미국증시뿐만 아니다. 중국 경제에 대해서도 파버 회장은 극단적인 비관론을 펼치고 있다. 신용이 과도하게 팽창하면서 부실대출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이 중국 경제를 크게 위협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파버 회장은 “이미 중국에 상당 규모의 부실대출이 존재한다”며 “국유은행에서 저리에 받은 대출을 다시 (신용이) 매우 의심스러운 차입자들에게 빌려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통계수치도 믿지 말라고 조언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거시경제 지표 대신 중국과 교역을 많이 하는 주변국들이 발표하는 대중국 무역거래 수치를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중국경제 현주소를 파악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파버 회장은 “한국, 대만 대중 교역규모를 보면 중국경제흐름을 알 수 있다”며 “중국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중국경제가 7.8~7.9% 성장하는 게 아니라 실제 성장률은 4% 수준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미국 대표기업인 애플도 파버 회장의 비관론 타깃이 됐다. 파버 회장은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은 혁신이 부족한 일반 상품을 만드는 회사로 추락했다고 꼬집었다. 파버 회장은 “현재 애플은 지난 70년대 즉석 카메라회사 폴라로이드를 떠올리게 한다”며 “한때 혁신의 대표주자였지만 창업자가 떠나면서 폴라로이드는 쇠락했다”고 지적, 애플도 같은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플이 만드는 제품이 필수품이 아니라 성인 장난감 회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혁신이 없으면 최악의 경우 파산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채권과 금은 괜찮은 투자수단 비관론으로 일관하는 파버 회장이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투자대상이 있기는 하다. 바로 금이다. 파버 회장은 “최근 금값이 저점을 찍었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투자측면에서 금을 보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앞으로 2년간 증시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금값은 온스당 1000달러 아래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루비니 교수와는 정반대다.

    지난 2011년 9월 금값이 온스당 1921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올해 10월 중순 현재 1300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또 주식보다는 채권투자가 낫다는 전망도 내놨다. 최근 국채 매도세가 과도하다는 설명이다. 연말로 갈수록 증시 하락세가 뚜렷해지면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에 돈을 집어넣을 것으로 자신했다. 주류 시장이 전망하는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대전환(great rotation)이 아니라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리버스 그레이트로테이션이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장의 의견과는 정반대로 증시 폭락, 금값 상승을 전망하는 파버 회장의 예측이 맞아떨어질지 여부는 올해말이 되면 자연스럽게 확인될 것이다.

    [박봉권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8호(2013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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