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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워싱턴DC는 ‘여인 천하’
입력 : 2013.12.20 11: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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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제도 새 의장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직은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막강한 자리다. 글로벌 자금 흐름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벌써부터 미국 언론들은 옐런이 의장에 취임하면 연준에서 여성 인재가 약진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주요 포스트에 여성들이 대거 진출했다는 점을 집중보도했다. WSJ은 향후 5년 안에 세계경제 위기가 재발한다면 이를 해결하는 5개 핵심 포스트 중 4개가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위기 해결을 맡을 5개 포스트는 미국 대통령, 연준 의장,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독일 총리 등이다. 이 가운데 연준 의장(재닛 옐런)과 IMF총재(크리스틴 라가르드), 독일 총리(앙겔라 메르켈)는 이미 여성이 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에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당선된다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를 제외한 글로벌 경제권력의 절대다수를 여성이 차지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누리는 정치적 인기는 엄청나다. 2016년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대략 10명 가운데 6명이 그녀를 대통령감으로 꼽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만료가 가까워질수록, 다시 말해 레임덕 현상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클린턴 전 장관의 파워는 더욱 세질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DC에서는 굳이 2016년 이후를 내다볼 필요조차 없다. 이미 여풍(女風)의 위력은 엄청나다.
오바마 정치적 동지, 페니 프리츠커 상무장관 현재 오바마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장관 15명 가운데 여성 장관은 3명이다. 숫자는 많지 않다. 게다가 핵심장관으로 꼽히는 국무(존 케리), 국방(척 헤이글), 재무(잭 루)는 모두 남성이 차지했다. 하지만 3명의 여성장관은 그 면면이 만만치 않다.
우선 상무장관을 맡고 있는 페니 프리츠커는 오바마 대통령과 정치적 동지 관계다. 하얏트호텔 창업자의 손녀인 프리츠커 장관은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고향인 시카고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해온 사업가다. 오바마 대통령과는 지난 2002년 상원 출마 때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하며 절친한 관계를 맺어왔다. 잭 루 재무장관이 오바마 대통령의 부하이고,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오바마 대통령의 선배 정치인이라면 프리츠커는 격의 없는 대화가 가능한 친구이자 동지다. 오바마 2기 내각에서 가장 정치적 목소리가 큰 장관으로 꼽힌다.
샐리 주얼 내무장관과 캐서린 세빌리우스 보건부 장관도 여걸이다. 주얼 장관은 아웃도어 의류 전문업체인 ‘레크리에이셔널 이큅먼트(REI)’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며, 세빌리우스 장관은 2009년까지 캔사스 주지사를 지냈다.
장관 못지않은 핵심고위직에도 여성 인맥이 상당수 포진해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찌감치 힐러리 클린턴의 뒤를 이을 국무장관감으로 찍어뒀지만 야당인 공화당의 반발 때문에 실패했다. 의회 인준이 필요 없는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 앉혔지만 그녀가 행사할 수 있는 파워는 엄청나다.
워싱턴DC 메트로폴리탄 경찰국 여성 비중 22% 여성 고위직이라면 책상에 우아하게 앉아 펜대만 굴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오산이다. 적어도 워싱턴DC에서는 그렇다. 워싱턴DC의 치안총수인 워싱턴DC 메트로폴리탄 경찰국장은 여성인 캐시 러니어다. 워싱턴DC에서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현장에 나타나 상황을 지휘해왔다. 사실 워싱턴DC는 여성 경관이 유난히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워싱턴DC 메트로폴리탄 경찰국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미국 평균의 두 배 수준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가족의 안전을 챙기는 비밀경호국(SS)의 수장 역시 여성이다. 줄리아 A. 피어슨 국장은 비밀경호국 148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국장이다. 시골의 말단 경찰관 출신으로 최고위직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밖에 발레리 팔레이브 연방수사국(FBI) DC 지부장도 여성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8호(2013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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