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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억 인구 중동, 미래투자 시동 걸다
입력 : 2013.10.15 14: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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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동은 현재 세계 20대 국부펀드 가운데 9개를 갖고 있고 이들 펀드의 규모는 1조8510억 달러에 달한다”며 “6270억 달러 규모 아부다비 펀드를 비롯해 1000억 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국부펀드 ‘슈퍼 세븐’ 중 4개가 이곳에 있다”고 소개했다.
서 교수는 특히 “이 지역엔 3000억 달러 규모의 35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두바이는 물론이고 아부다비가 1000억 달러 규모의 30개 프로젝트, 사우디아라비아가 킹 압둘라 경제도시 등에 20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제2의 중동 붐이 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두바이가 828m로 세계 최고층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를 건설하자 최근 1000m 높이의 킹덤 타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당초 사우디아라비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높이의 건물을 짓겠다며 1마일 높이(약 1.6km) 건물을 구상했으나 이 지역 지질이나 콘크리트 강도 등이 그 높이를 수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오자 1km로 높이를 수정했다.
이처럼 중동에 건설 붐이 다시 일고 있지만 한국 건설업체들에겐 그림의 떡 같은 존재다. “저가 수주 관행이 이어지는 데다 우리 업체끼리 과다경쟁을 하고 단순도급형 공사가 90%를 차지하는 등수익률이 아주 저조하다”고 서 교수는 지적했다.
아랍의 봄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한국에선 중동을 ‘화약고’처럼 받아들이고 있으나 서 교수는 이 지역 정치 형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오해라며 걸프 유역은 오히려 안정적으로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랍 국가들은 지역에 따라 정치체제의 차이가 큰데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아랍의 봄이 일어난 지역은 사회주의적 공화제 국가였던 반면에 걸프연안 국가들은 절대왕정이나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기 때문에 정치체제가 매우 안정적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히려 이 지역의 사회주의 잔재가 감소해 한국 기업들의 진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서정민 교수
“이 지역의 인구 증가율은 연 2%에 달한다. 부자 나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의 1인당 GDP는 2만2000달러 수준으로 한국과 비슷하다. 1980년대 1000만명 정도이던 인구가 최근 3000만명 선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경우 90년대 5300만명이던 인구가 지금은 9000만명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중동 국가들은 에너지 수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산업다각화를 추진하며 자국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지금 중동 지역은 고유가 특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 개방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 지역 특유의 지대형국가(rentier state ; 유전 부동산 등의 임대료 등으로 세수를 추구하는 국가) 전통과 상업 중시 관행 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특히 ‘아라비아 상인’이란 말이 나온 것처럼 아랍 22개국 사람들은 지난 5000년 동안 장사만 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 개월씩 걸리는 카라반에 익숙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느긋하게 협상을 즐기되, 기술 축적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전통 때문에 제조업보다 장사나 사재기를 선호할 정도로 상업주의가 만연한 게 경제 개발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한편 서 교수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인 이후 서방의 영향력이 현격히 줄어드는 점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7호(2013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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