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홍석의 클릭 차이나]⑱ ‘돈 가뭄’ 사태 가슴 쓸어내린 중국

    입력 : 2013.08.09 17: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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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중국 금융시장에 사상 초유의 ‘돈 가뭄’ 사태가 발생했다. 상하이 금융시장의 콜 금리가 하룻밤 사이 13% 이상으로 급등하는가 하면 일부 은행에서 연체지급 사태가 발생했다는 루머까지 돌면서 상하이 주식시장은 물론이고 국제 금융시장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올해 4월 포브스 평가에서 중국 4대 국유은행이 처음으로 세계 1위, 2위, 8위와 11위의 대기업으로 등장했다는 보도가 있은 지 불과 2개월 만의 일이다. 그처럼 자산 규모가 크고 이윤도 많다던 국유은행에 돈이 부족하다니 도대체 중국 금융 시스템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비록 7월 초에 들어서면서 콜 금리가 원래 수준으로 회복되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기는 했지만 중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가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심지어 섣불리 중국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이번 금융 혼란사태에 대해 ‘사후 제갈량’식으로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하나는 이른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올해 6월에 우연하게 겹치다 보니 일부 은행의 자금 유동성에 일시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라는 해석이다. 원래 매년 6월이면 중국 각 은행들에서 상반기 결산을 하고 국내외 주주들에게 배당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 수요가 많다. 그런데 올해 들어 각 은행에서 대리 판매하는 단기 재테크 상품들의 만기일이 6월에 집중됐다는 것도 지난해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 게다가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가 조기 종결될 기미를 보이자 올해 초 인민폐 절상을 노리고 들어왔던 핫머니들이 5월 중에 대거 중국을 빠져나가면서 은행의 단기 자금 부족 현상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사태 당시 중국 금융당국의 설명에 의하면 평시 전체 은행들의 유동성 대비 준비금이 1만억위안 정도이고 사용량이 보통 8000억위안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아 현금 유동성이 부족하지 않고 다만 일부 은행들의 유동성 관리에 문제가 있었을 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평소에 감독관리를 제대로 했더라면 이번 금융시장의 혼란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상당수 사람들은 중국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 능력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또 다른 한 가지 해석은 중국 금융당국에서 사전에 이미 일부 은행들의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으나 그들의 잘못된 ‘버릇’을 고치기 위해 이른바 ‘실탄 연습’을 했다는 것이다. 즉 과거 상당수 국유은행들은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금융당국에서 지준율 감소 등 통화 완화 정책을 사용해서 위기를 넘기도록 도와 줄 것이라고 믿어 왔기 때문에서 단기 고수익 금융상품 운영에 열을 올리면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해 왔다. 이번에 그러한 은행들의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기 위해 중국 금융당국이 고의로 유동성 위기 발생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에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던 6월 초순에 중국 금융당국은 사태 발전을 지켜만 보면서 시장에 맡긴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사태가 확대되어 콜금리가 크게 치솟자 결국 금융당국이 선별적으로 일부 은행에 일정한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해 사태 악화를 차단시킨 것도 역시 사실이다. 즉 금융당국이 ‘실탄 연습’을 해 국내외 금융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하더라도 최후 시각에 불개입 입장을 바꾸었으니 ‘실탄 연습’이 완전히 시나리오에 따라 끝까지 진행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일부 학자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중국정부가 그 전처럼 돈을 풀어 경기 회복을 추진하는 대신 성장률 하락을 감수하면서라도 경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확고한 의지가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고 또 평소 유동성 관리를 소홀히 해 온 일부 은행들도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실탄연습’이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물론 상술한 해석들에 모두 나름대로의 도리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왜 중국에서 은행들이 유동성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까지 단기 고수익 금융상품 판매에 열을 올려 왔고 또 금융당국이 장기간 이를 사실상 묵인해 왔는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 현재 중국 금융시스템이 안고 있는 딜레마가 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이념적 원인 때문에 중국정부는 국민경제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금융분야를 확고히 장악하려고 장기간 금리 자유화와 같은 금융시장 개방에 신중한 자세를 취해 왔다. 선진국들에서 지금도 여전히 극복 중인 국제금융위기 역시 중국정부가 금융시장 개방에 주저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자율을 엄격히 규제하는 상황에서 국유은행들도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단기 고금리 상품과 같은 이른바 ‘그림자 금융’의 방식으로 정부의 규제를 회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 은행들의 돈이 어디로 갔을까? 중국에서 국유은행들은 주로 파산할 위험성이 적은 대형 국유기업들이나 지방정부, 그리고 지방정부가 특별히 육성하려고 하는 이른바 신형 산업 분야의 일부 민영기업들을 상대로 거래해 왔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저렴한 대출 자금으로 과도한 투자를 하는 바람에 생산능력이 과잉상태에 처한 경우가 적지 않다. 즉 현재 중국에서 많은 자금들이 재고 혹은 과잉설비 상태로 묶여 있는 반면 일반 민영기업들은 정부에서 규정한 대출 이자보다 훨씬 높은 단기 고금리 상품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그림자 금융’이 흥행하게 되는 원인은 바로 정부 규제와 국유은행 독점 때문에 중국 금융시장이 2원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 금융’ 방식이 비록 금융 리스크를 확대시키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금융시장 규제완화에 한걸음 다가선다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중국정부도 현재 이를 완전히 금지하지 않고 발전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중국 금융시장의 ‘돈 가뭄’ 사태도 역시 이전처럼 ‘놀라기는 했지만 위험은 없었다(有驚無險)’는 식으로 일단 정리가 됐지만 향후 조속히 이자율 자유화와 같은 금융시장 개혁을 추진해 ‘그림자 금융’을 제도권에 통합시킬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는 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5호(2013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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